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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중일 100대 기업] 중국 대약진 충격..한국 기업 30%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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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11. 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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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중일 100대 기업] 중국 대약진 충격..한국 기업 30% 탈락

일본은 100대 기업 절반 차지하며 저력 과시, 샌드위치 위기 현실로

한경비즈니스|입력2014.10.31 18:02|수정2014.10.31 18:03

 

 

한경비즈니스는 2010년 말 국내 언론 최초로 '한중일 100대 기업'을 선정한 바 있다. 4년이 흐른 지금, 세계 경제는 4년 전의 상황과는 사뭇 달라졌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파고를 넘는가 싶었던 세계경제는 유럽발 경기 침체,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 예고, 달러 강세에 따른 신흥국의 유동성 위기, 일본의 엔저, 고도성장이 끝난 중국 등 당시만 해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경제의 가장 중요한 축을 맡고 있는 기업도 부침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4년 전 승승장구했던 기업이 아예 순위권에서 밀려나며 자취를 감췄는가 하면 새롭게 시장의 강자로 등장한 뉴 페이스들도 있다.



 

 

 

톱 10 중 6개가 중국 기업

 



올해 한중일 100대 기업 조사 결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정리된다. '중국 기업의 약진'과 '한국 기업의 몰락'이다. 국가별로 100위권 안에 든 기업의 수를 살펴보면 중국이 2010년 27개에서 올해 35개로 늘었다. 4년 사이에 8개나 되는 기업들이 동아시아 재계를 대표하는 리더로 성장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4년 전 20개에 달했던 100위권 기업이 올해 조사에선 13개로 쪼그라들었다. 전통의 강자인 일본은 4년 전 53개에서 올해 52개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중국은 은행·보험 등 정부 주도 국유 금융 기업들이 정부의 보호와 막대한 내수를 바탕으로 최강자의 자리를 지켰다. 금융권 외에도 에너지·통신 등 정부 주도형 산업에서 중국의 경쟁력은 다른 나라를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은 상위 톱 10 안에 6개 기업을 포진시켰고 20위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절반인 10개를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4년 전 조사에서는 톱 10에 5개, 톱 20에 5개만 이름을 올렸던 것과 비교해 보면 중국 경제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순위가 급등하며 변동 폭이 큰 사례가 많은 것도 중국 기업의 특징이다. 6위를 차지한 중국건설은행은 4년 전에 비해 35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지난 조사와 달리 홍콩증권거래소 상장 기업을 조사 대상에 포함한 것도 톱 100에 중국계 신규 기업이 대거 등장한 이유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18개에 이르는 곳이 이번 조사에서 새로 이름을 올렸다. 중국 내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새로 100대 기업에 든 곳은 2곳에 불과했다.

 



중국의 약진에 비해 한국 기업의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100대 기업 중 일본 기업의 수가 4년 전 조사와 비교해 단 1개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중국 기업의 선전이 그대로 풍선효과로 작용해 한국 기업들이 밀려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2010년 당당히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던 LG(당시 28위)·현대중공업(50위)·LG디스플레이(59위)·SK에너지(60위)·KB금융지주(72위)·우리금융지주(78위)·KT(80위)·외환은행(82위)·롯데쇼핑(84위)·IBK기업은행(87위)·삼성물산(96위) 등은 이번 조사에서 아예 자취를 감춰 버렸다.

 



한국 대표 기업이자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라는 삼성전자도 실적 부진의 늪을 피해가지 못했다. 2010년 전체 순위 3위를 차지하며 한국 기업의 자존심을 지켰던 삼성전자는 올해 조사에서 한 단계 미끄러지며 4위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매출액·순이익·시가총액이 모두 4년 전과 비교해 증가했지만 경쟁 기업들의 선전으로 순위가 떨어지는 쓴맛을 봤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다. 대규모 리콜 파동으로 2010년 조사에서 6위에 그쳤던 도요타자동차는 이후 대대적인 품질 혁신과 엔저 수혜를 타고 올해 조사에서 삼성전자를 밀어내며 3위로 점프했다.

 



삼성·현대·포스코 등 대표 기업 '주르륵'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도 줄줄이 순위가 떨어지며 체면을 구겼다. 현대차는 한 단계 밀려나며 15위에 랭크됐고 한때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철강 기업 포스코는 34계단이나 미끄러지면서 50위에 그쳤다.

 

일본 1위 철강사였던 신일본제철과 3위 스미모토금속이 합병돼 등장한 신일철주금이 무려 415계단이나 뛰어올라 38위를 차지한 것과 대비된다. 이 밖에 삼성전자와 양강 체제를 구축했던 LG전자도 60계단이나 하락하며 85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금융권으로 시선을 돌리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신한금융지주가 92위에 오르며 간신히 100위권 턱걸이에 성공한 것을 제외하곤 한국의 은행은 단 한 곳도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신한금융지주도 4년 전 62위에서 30계단이나 추락하며 자칫 100위권 진입이 어려울 수도 있었다.

 

삼성생명(59위, 신규 진입)·삼성화재(2010년 116위) 등 보험 업종에서 새로 100대 기업에 진출한 곳이 나타난 것이 그나마 다행일 정도다.

 



기존 100대 기업 중 순위가 상승한 한국 기업은 기아차·현대모비스·SK텔레콤 등이다. 특히 기아차의 활약이 눈에 띄는데, 2010년 70위에서 올해는 37위로 33계단이나 뛰어올랐다. 현대모비스도 4년 전 57위에서 39위로 상승했고 SK텔레콤도 75위에서 71위로 4계단 올랐다.

 



한국 기업 중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둔 곳도 있다. 4년 전 575위에 머물렀던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는 2012년 SK그룹이 인수하면서 경영이 정상화됐다. 이번 조사에서 SK하이닉스는 73억932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167위에 그쳤지만 순이익(14억1930만 달러, 55위)과 시가총액(294억2428만 달러, 50위)에서 높은 성적을 받으며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SK하이닉스의 515계단 상승 기록은 일본의 후지중공업(623위에서 51위로 572계단 상승)에 이어 둘째로 변동 폭이 큰 기록이다. 한국전력공사도 요금 인상으로 7년 만의 턴어라운드를 통해 4년 전의 치욕을 씻었다.

 

2010년 461위에 그쳤던 한국전력은 올해 조사에서 414계단이나 점프하며 47위에 올랐다. 다만 매출액(37위)과 시가총액(54위)에 비해 순이익은 6억5298만 달러로 109위에 머무르는 데 그쳤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의 맹추격 속에 현상을 유지했다. 톱 10 기업 중 도요타만 순위 반등으로 선전했을 뿐 NTT(9위)와 혼다(10위)는 각각 4계단, 3계단 떨어졌다. 4년 전 10위에 오르며 톱 10을 차지했던 미쓰비시 UFJ 금융그룹은 올해 조사에선 12위에 머무르며 톱 10 진입에 실패했다.

 



전반적으로 현상 유지에 성공한 일본이지만 과거 동아시아 최고 산업 강국 자리를 차지했던 위상은 여전하다. 일본은 25개에 이르는 세부 업종 가운데 관광·레저, 식음료, 항만을 제외한 전 부문에 100대 기업을 배출했다.

 

특히 기계·담배·도소매·무역·조선·제약·증권·타이어 등 8개 업종에선 한중 기업 어느 곳도 100위권 기업을 배출하지 못했다. 일본 경제·산업구조의 넓은 스펙트럼을 증명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일본의 저력은 자동차에서 나온다. 현대·기아차의 맹추격과 중국 자동차 산업의 폭발적 성장 같은 외부 요건에, 도요타자동차의 대규모 리콜 사태 등 내부의 위기로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하향세를 그리는 듯했다.

 

하지만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는 데는 4년이면 충분했다. 도요타자동차가 톱 3에 들며 자존심을 지킨 것을 비롯해 닛산자동차도 2010년 34위에서 올해 17위에 오르며 17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스바루 브랜드를 생산하는 후지중공업은 4년 전 623위로 미미한 존재감을 비추는 데 그쳤지만 올해 조사에서 572계단이나 점프하며 51위에 올랐다. 스즈키자동차도 7계단 상승해 70위에 오르며 일본 자동차 산업의 부활을 알렸다.

 



알리바바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으로 떼돈을 번 사람은 마윈 회장이 아닌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다. 손 회장은 알리바바 창업 초창기에 200억 달러를 투자해 알리바바의 주식 32.4%를 보유한 대주주가 됐다. 당시 손 회장이 투자한 200억 원은 현재 80조 원으로, 400배 수준으로 늘었고 손 회장 개인 재산도 17조 원 이상 불어났다.

 



4년 전 100대 기업 조사에서 27위에 머물렀던 소프트뱅크는 올해 조사에서 13위를 차지했다. 활발한 비즈니스 영역 확대는 물론 알리바바 상장 대박이 이어지며 시가총액에서 769억1252만 달러로 11위를 차지한 것이 순위 상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 기업 속한 업종 9개에 불과

 



업종별 분석 결과도 흥미롭다. 한국은 대기업을 기반으로 하는 수출 주도 국가다. 이번 조사에서도 주력 수출 산업인 전기전자와 자동차가 두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과 생활 가전 강자인 삼성전자(4위)와 LG전자(80위)를 비롯해 SK하이닉스(60위) 등이 선전했다.

 

특정 업종에 집중된 산업구조는 한국 경제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총 25개의 업종 중 100위권 이내 기업을 배출한 한국 기업의 업종은 9개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중국은 15개 업종, 일본은 22개 업종에서 100위권 이내 기업을 배출해 냈다.

 



중국은 은행과 보험 등 국유 금융 기업들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톱 10 안에 든 기업 중 무려 4개사가 중국의 은행이고 전체 순위에서도 10개의 은행이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보험 업종도 핑안보험그룹이 11위에 오르는 등 4개사가 100대 기업 안에 포진했다.

 

한국과 일본에는 없는 업종도 눈에 띈다. 관광·레저 업종의 샌즈 차이나는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카지노 기업으로, 이번 조사에서 새로 진입한 기업이다. 식음료 업종으로 유일하게 순위에 오른 WH그룹(92위)은 세계 최대의 돈육 가공 업체로, 지난 7월 홍콩 증시에 상장하며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완룽 회장이 억만장자 대열에 올라 화제가 됐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신흥 인터넷·IT 기업의 행보도 주목받는다. 알리바바는 이번 100대 기업 가운데 뉴욕 증시에 상장된 유일한 중국 기업이다. 알리바바는 1999년 지방의 영어 교사였던 마윈이 중국 내 제조사와 국외 구매자들을 위한 B2B 사이트를 개설하면서 창립했다.

 

이후 2000년에는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이끌어 냈고 2003년에는 본격적인 전자 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를 오픈하며 세계 최대의 오픈 마켓으로 성장했다. 알리바바는 지난 9월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하며 1676억 달러의 시가총액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알리바바의 상장은 중국 인터넷 기업의 본격적인 세계 공략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저력은 두터운 산업 분포에서 나타난다. 전기전자(7개사)·자동차(5개사)·무역(5개사)·은행(4개사)·통신(4개사)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100위권 기업을 배출해 냈다. 일본 기업이 끼지 못한 업종은 관광·레저와 식음료·인터넷·항만 등 4개에 불과했고 일본만 배출해 낸 업종은 기계·도소매·제약·증권 등을 비롯해 8개 업종에 달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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