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스캔들 올림픽으로 기억될 것이다'.
미국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사설에서 "이번 올림픽의 최종 이미지는 처참한 프리 스케이팅 후 눈물을 흘리는 발리예바가 될 것"이라며 폐막을 하루 앞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혹평했다.
15세 소녀인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는 대회 기간 중 도핑 샘플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을 일으켰다. 발리예바는 이런 논란에도 스포츠중재재판소(CAS) 결정으로 올림픽 무대에 섰지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WP는 "그의 마지막 연기는 10대의 심리 붕괴를 고통스럽게 보여줬다"며 "두 번 넘어지고 내내 실수했다. 모든 시련은 흐느껴 우는 그를 질책하던 코치의 모습과 함께 아동학대처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은 오랜 기간 논쟁으로 가득 차왔지만, 이번은 또 다른 최악을 기록했다"며 "그것은 베이징 올림픽을 스캔들 올림픽으로 굳혔다"고 했다.
WP는 발리예바 사태 말고도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 문제도 거론했다.
펑솨이는 중국 고위 관리의 성폭행을 폭로했다가 오랜 기간 잠적한 뒤 올림픽을 앞두고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다. 중국 당국의 압박이 있었다는 설이 파다했다.
ROC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내놓지 않아 마스크 쓰고 경기를 한 장면, 역시 ROC의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딴 알렉산드라 트루소바가 '나 빼고 모두 금메달이 있다. 이 스포츠가 싫다'고 소리친 모습, 중국 악플러 등도 좋지 못한 장면으로 지목됐다.
WP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비판했다.
신장 지역 인권유린을 이유로 한 미국과 호주, 캐나다, 영국 등의 외교적 보이콧을 거론한 뒤 "IOC는 인권 우려를 무시하고, 베이징올림픽 조직위가 기자들의 질문에 '거짓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허용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발리예바의 추락을 보고 무척 괴로웠다면서 "그가 뛰지 않길 바랐지만 CAS에 패소해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한 것과 관련해 "도덕적 지위를 찾으려는 시도"라고 WP는 비꼬았다.
그러면서 ""바흐가 2014년 올림픽에서 러시아가 주도한 도핑 스캔들 기간에 IOC를 이끌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당시 IOC가 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응을 거부하면서 지금 발리예바 같은 선수에 대한 학대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물론 WP는 핀란드 크로스컨트리 스키 챔피언인 이보 니스카넨이 꼴찌 선수를 응원하고자 기다린 모습, 스노보드의 전설로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의 숀 화이트를 위해 참가한 모든 선수가 줄 선 장면 등을 거론하며 "진정한 올림픽 정신의 순간도 있었지만 불미스러운 행동과 스캔들에 가려졌다"고 평가했다.
WP는 "올림픽이 계속 살아남으려면 주최 측은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며 "도핑 테스트 개혁이 필요하며, 여자 체조가 그러했듯 더 많은 스포츠에서 최소 연령 요건을 설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IOC를 향해서도 기본적인 인권을 확실히 보장하거나 민주 국가인 개최국을 찾아야 한다면서 "올림픽은 인류 운동경기의 성취를 축하하는 곳이지, 어린 선수들을 유린하거나 IOC를 기만하는 곳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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