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5회 칸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새 역사를 썼다. 28일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진행된 폐막식에서 주요 수상작이 발표된 가운데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감독상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 두 편이 경쟁 부문에 진출한 건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홍상수 감독의 <그 후> 이후 5년 만이었다. 지난 2019년 72회 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국제영화제 최고상 수상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세계 3대 영화제(프랑스 칸영화제·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독일 베를린영화제)에서 두 편의 작품이 함께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더해 남자 배우로서 해당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 또한 처음이다. 1987년 <씨받이>로 고 강수연이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20년이 지난 2007년 전도연이 <밀양>으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칸영화제로만 놓고 보면 송강호는 갈우(1994), 양조위(2000)에 이어 아시아 배우로는 세 번째로 남우주연상 주인공이 됐다.
감격한 모습으로 시상 무대에 오른 송강호는 "먼저 위대한 예술가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아내에게도 큰 선물이 될 것 같다"라며 "같이 (영화에) 참여한 이지은, 이주영, 배두나씨에게도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 끝으로 수많은 영화팬들게 영광을 바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찬욱 감독 "극장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아"
▲제75회 칸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 FDC
감독상을 받게 된 박찬욱 감독은 "코비드19 시대를 겪으면서 국경이 높아졌지만, 같은 근심과 공포를 공유하게 됐다. 극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며 "우리가 이 질병을 이겨낼 힘과 희망을 가진 것처럼 영화인들도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 믿는다"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이어 박 감독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CJ 이미경 부회장님과 정서경 작가에게 감사 인사드린다. 박해일과 탕웨이에게 보내는 제 사랑은 말로 다 할 수 없어서 생략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올해로 네 번째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이 된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2004)로 심사위원대상을, <박쥐>(2009)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데 이어 세 번째로 본상 수상을 한 주인공이 됐다. 칸영화제에서 한국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것은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2002) 이후 두 번째다.
시상식 후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한국 기자단을 만나 소감을 밝히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