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02.04 04:51
4일 개막식에 21개 국가 정상 참석,
비민주·개도국 대부분 G7은 '0곳'…
G20선 러시아·사우디·아르헨 3곳뿐,
시진핑 '외교적 보이콧' 파고 못 넘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념해 장기집권 대통령·총리, 절대군주(국왕) 등 전 세계 비민주주의 국가와 개발도상국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미국·영국·캐나다 등 상당수 주요 국가들이 이번 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을 파견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외교 총력전을 펼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빠진 국제무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국빈으로 떠오르는 등 중·러의 밀착 외교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도 관심사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4일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는 총 21개 국가 정상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막식에 미국 등 총 68개국 대통령·총리·국왕 등 최정상이 참석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세계 주요 7개국(G7) 중 이번 동계올림픽에 최고 지도자가 참석하는 곳은 없다. 주요 20개국(G20)으로 범위를 넓혀도 개최국인 중국을 제외하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3곳에 불과하다.
아랍에미리트·카타르·이집트·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캄보디아 등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정상급 인사 대부분이 수십년 장기 집권 등 비민주주의 체제 국가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민주주의 국가는 싱가포르·몽골·폴란드 등 8곳뿐이다.
'세계인의 축제'가 돼야 할 올림픽 무대가 썰렁해진 배경에는 미국이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백악관은 신장 위구르·홍콩·대만 등 인권탄압 등을 이유로 "올림픽에 선수단은 파견하되 정부 사절단은 보내지 않겠다"며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후 영국과 캐나다, 호주, 일본 등도 보이콧 동참 의사를 밝혔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핀란드도 뜻을 같이 했다
뉴질랜드와 네덜란드,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은 공식적으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방역 등을 이유로 정부 고위 관리를 보내지 않겠다는 불참 의사를 전했다. 한국은 보이콧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참석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북한 역시 코로나19 때문에 불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개발도상국에 경제지원 약속한 中…러시아와 밀착외교도 눈길
세계 주요 강국들이 일제히 빠지면서 이번 올림픽 개막식 중심에 개발도상국들이 서게 됐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이번 개막식에 지도자가 참석하는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6%에 불과하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이들 국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년간 외교 활동을 중단한 시 주석과 마주 앉을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방중 기간 양국의 통화스와프 확대를 요청할 계획이다. 중앙아시아 5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은 5억달러(6000억원) 원조와 코로나19 백신 5000만회분을 제공하겠다는 중국의 약속을 받은 뒤 개막식 참석을 확정했다.
호주국립대학교 원티성 대만 연구원은 "개막식 참가국들은 미국과 동맹을 맺지 않아 외교적으로 잃는 것이 거의 없는 반면 중국으로부터는 경제적으로 얻어낼 것이 많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자 명단은 중국의 늑대 외교가 국제 사회에서 얼마나 호응을 잃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더 끈끈해 질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4일 단독 오찬 회담을 한 뒤 올림픽 개막식에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때도 베이징을 방문했지만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 밀려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단독 회담을 하지 못했다.
CCTV·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들도 푸틴의 방중에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 파트너"라는 내용을 잇따라 보도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은 국제 문제에서 같은 의견을 가진 좋은 친구"라며 "이번 방중을 통해 시 주석과 양자, 지역, 국제 이슈에 대해 포괄적인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