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더오래]현명한 투자자는 강세장 두려워하고 약세장 좋아한다

◆투자노트

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2. 11. 13:47

본문

[더오래]현명한 투자자는 강세장 두려워하고 약세장 좋아한다

백만기 입력 2022. 02. 11. 09:00 

[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105·끝)


한 남자가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는 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져 몹시 추울 땐 하와이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기도했습니다. “하느님, 소원 하나 들어주세요”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하와이까지 가는 다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자동차로 갈 수 있도록.

하느님은 바다 밑까지 교각이 닿아야 하니 얼마나 많은 콘크리트와 철근이 들겠느냐며 “할 수는 있는데 꼭 필요한 것 같지 않으니 다른 소원을 말해 보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는 한참 생각하다 입을 열었습니다. “하느님, 전 주식 투자를 잘하고 싶습니다. 도대체 바닥이 어디인지 알려주세요.” 하느님은 숨도 안 쉬고 말했습니다. “하와이까지 가는 다리를 4차로로 해주랴, 8차로로 해주랴?”

지하철은 그 운행시간이 비교적 정확해 약간 늦게 출발해도 도착시간을 대충 짐작할 수 있으나, 코코넛은 언제 그 열매가 떨어질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증시가 패닉상태에 빠지는 시점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사진 pixnio]


얼마나 주가 예측이 어려우면 하느님께서 하와이까지 가는 다리를 건설해주겠다고 반문했겠습니까. 물론 유머이지만 주가 예측이 그만큼 어렵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와 관련한 참고서 중 『지하철과 코코넛』이란 투자심리학 책이 있습니다. 지하철은 그 운행 시간이 비교적 정확하여 약간 늦게 출발하더라도 도착 시각을 대충 짐작할 수 있으나 코코넛은 언제 열매가 떨어질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걸 비유한 책입니다.

어느 날 자수성가한 남자가 이젠 사업을 그만두고 인생을 좀 즐겨야겠다고 생각해서 유명한 휴양지로 휴가를 갔습니다. 그리고 모처럼 기분 좋게 술 한잔 걸치고 코코넛 나무 그늘에 누워 낮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코코넛 열매 하나가 그 사람 머리 위로 떨어졌습니다. 그는 충격으로 그만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이제부터 인생을 즐기려고 했는데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그런데 하필 왜 그 시간에 코코넛 열매가 떨어졌냐는 얘기입니다. 그가 이 사건을 예측할 수 없었듯이 9·11사태나, 금융위기, 그리고 얼마 전처럼 주식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지는 경우를 우리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비유한 것입니다. 시장을 예측한다는 건 신이나 가능할까, 인간이 하기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므로 그건 신에게 맡겨 놓고 우린 그저 기본에 충실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명한 투자자는 약세장을 좋아한다. 주식을 더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요즘 많은 사람이 주가가 폭락하자 두려움에 젖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명한 투자자는 오히려 이런 시장을 환영합니다. 워런 버핏의 스승이며 전설적인 투자자 벤저민 그레이엄에 의하면 현명한 투자자는 강세장을 두려워합니다. 왜냐하면 주식을 비싸게 사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약세장은 좋아합니다. 주식을 더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버핏도 햄버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평생 그걸 먹는다면 고깃값이 오르는 걸 좋아할까요, 아니면 내리는 걸 좋아할까요 하며 우리에게 우회적으로 묻습니다. 당연히 후자를 좋아할 거란 얘기입니다.

최근 이웃이 자기 지인의 얘기를 들려주었는데 그처럼 주식 투자를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가 처음에는 주위의 권유로 소액을 투자해서 재미를 좀 보았던 모양입니다. 그러자 집을 사려고 모아 두었던 돈에다가 빚까지 내어 주식을 몽땅 샀다는군요. 그런데 최근 시세가 폭락하며 울상이 되었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책 『현명한 투자자』에서 얘기했듯이 투자를 해야지 투기를 하면 끝이 좋지 않습니다.

 

그럼 투자는 무엇이며 투기는 무엇인가요? 그에 의하면 투자는 철저한 분석 하에 원금의 안전과 적절한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고 투기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행위입니다. 주가가 폭락하자 정부에서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한 적이 있는데 이런 공매도나 빚을 내어 투자하는 행위도 일종의 투기라 할 수 있습니다. 가능한 이런 형태의 투기는 하지 않아야겠습니다.

주식 투자는 반드시 여윳돈으로 해야한다. 이런 원칙을 정해놓으면 감정에 휩쓸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주식 투자는 심리전이란 얘기도 있습니다. 손실을 봐도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좀 더 느긋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럼 유리한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식 투자를 하는 돈은 반드시 여윳돈으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돈도 전액을 투자하지 말고 반 정도만 투자하기를 권합니다. 만약 총액이 100이라면 50 정도가 되겠네요. 이렇게 하면 주식시세가 떨어질 땐 주식의 비중이 50 이하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럼 그때는 주식을 좀 더 사는 겁니다. 반대로 주식시세가 올라 주식의 비중이 50 이상이 되면 그땐 주식을 좀 파는 거고요. 이런 원칙을 정해놓으면 감정에 휩쓸리는 걸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식은 어떻게 해서든지 싸게 사야 합니다. 즉 제값에 사서 비싼 값에 파는 게 아니라, 싸게 사서 제값에 파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투자하고 싶은 욕심을 자제하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한편 얼마 전처럼 과매도로 주가가 폭락했을 땐 투자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그렇지만 주식 투자도 신중하게 접근한 후 결정을 했으면 그땐 자기의 판단을 믿고 남의 말에 부화뇌동하지 않는 뚝심도 필요합니다.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당부입니다.

 

「 [더,오래]서비스가 종료됨에 따라 2018년부터 연재했던 ‘은퇴생활백서’는 이번 회차가 마지막이 될 듯합니다. 그동안 제 글을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어느 곳에서 여러분을 마주할지 모르지만 좋은 인연이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신의 은총이 늘 주위에 깃들기를 빌며. 백만기 드림.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