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서울 가구의 52%에 달하는 무주택 가구는 집값이 하락하지 않는 한 내 집을 구입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서울의 한 부동산 앞에 붙어 있는 매물 정보 / 연합뉴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21년 12월 8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무주택 근로자가 서울에서 30평형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20년이 소요됐다. 그런데 30평형 아파트값이 2017년 6억2000만원에서 2021년 11월에는 12억9000만원으로 두 배 폭등했다. 38년간 급여를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의 30평형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급여를 한푼도 쓰지 않고 모으는 것도 불가능할 뿐더러 설사 그 불가능을 실천한다고 해도 38년간 급여를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서울 가구의 52%에 달하는 무주택 가구는 집값이 하락하지 않는 한 내 집을 구입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30대 젊은세대는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겼다.
올해 대선에서 승리해 새로 출범할 정부는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집값을 정상 수준으로 하락시키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무주택 근로자 내 집 마련 38년 걸려
사실 이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주택자가 소유한 주택 중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매도하도록 하면 해결된다.
혹자는 국가가 어떻게 사적 소유인 주택을 강제로 매도하도록 하느냐고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에서 세금 인상과 각종 규제를 시행했어도 다주택자들이 매도하지 않았는데, 더 이상 무슨 방법이 있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를 유도하기 위해 추가적인 규제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 현재 시행 중인 과도한 세금 특혜만 폐지하면 된다.
2020년 9월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이 임대주택을 가장 많이 소유한 10명의 임대주택 내역을 공개했다. 그에 의하면 서초구에 사는 59세의 임대사업자는 무려 753채의 임대주택을 등록했다.
현행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 제3조에 의하면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자가 임대하고 있는 주택에 대해 합산배제한다고 돼 있다. ‘합산배제’란 ‘비과세’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753채의 임대주택을 소유한 서초구 거주의 다주택자는 종부세를 1원도 내지 않는다.
김상훈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임대주택 소유 상위 10인이 소유한 임대주택 수가 무려 5261채였다. 국토부는 5261채의 세부 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종부세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4월 27일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실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2019년 현재 전국에 등록된 150만채 임대주택의 93%가 종부세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었다.
수백채의 임대주택을 소유한 다주택 임대사업자들에게 보유세를 전액 감면해주는 국가는 지구상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그뿐 아니다. 조세특례제한법 제97조의5에 의하면 임대주택을 10년간 임대한 후 매도할 경우에는 “양도소득세의 100분의 100에 상당하는 세액을 감면한다.” 가령 753채 임대주택을 평균 3억원에 매입해 10년 임대한 후 6억원에 매도할 경우 총 2259억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하는데, 이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전액 감면하고 감면액의 20%에 해당하는 지방세만 부과한다.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 특혜는 더 기가 차다. 임대소득의 6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 공제한 다음 산출한 세액의 75%를 또 감면한다. 연 7000만원의 임대소득이 있는 임대사업자는 214만원의 임대소득세를 낸다. 그런데 연 7000만원의 근로소득이 있는 노동자의 경우 725만원의 근로소득세를 낸다.
불로소득인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이 땀 흘려 일한 대가로 받는 근로소득의 6분의 1인 국가는 지구상에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다.
이 외에도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해 재산세 100% 감면과 건강보험료 80% 감면 등의 세금 특혜가 제공된다.
■강남구 중소형 ‘넷 중 하나 임대주택 등록’
이런 집 부자에 대한 세금 특혜를 처음 시행한 것은 박근혜 정부지만, 문재인 정부가 2017년 12월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해 이를 승계하고 세제 혜택을 확대했다. 이 방안이 발표된 직후인 2018년 임대주택 등록이 봇물을 이뤘고 집값이 폭등했다.
2020년 7월 30일 KBS 팩트체크팀이 서울 강남구의 모든 아파트단지의 임대주택 등록을 전수 조사해 보도했다. 그에 의하면 개포대청 아파트단지는 총 820가구 중 무려 234가구(28.5%)가 임대주택으로 등록됐다. 수서까치마을은 1400가구 중 347가구(24.7%), 수서신동아아파트는 1160가구 중 272가구(23.5%)가 임대주택으로 등록됐다. 강남구 전체에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아파트는 무려 7944가구였다.
이 7944가구의 약 80%가 2017년 이후에 임대주택으로 등록됐다. 2017년 12월 문재인 정부가 주택임대사업자 세금 특혜 정책을 발표하자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강남아파트를 매도하지 않고 추가로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등록했고, 그 결과 강남아파트값이 폭등했다.
2020년 6월 말 현재 서울과 경기도에 등록된 임대주택은 101만채에 달한다.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특혜를 폐지하면 101만채의 상당수가 매도로 나올 것이다.
2021년 3월 22일 쿠키뉴스가 데이터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그에 의하면 응답자의 46.3%가 ‘다주택 임대사업자 세금 특혜 폐지’에 찬성해 반대 38.7%를 오차 범위 밖으로 앞질렀다. 특히 18~29세는 50.9%가 ‘폐지’에 찬성했다. ‘다주택자의 임대주택을 시장에 나오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공급대책’이라는 응답도 50.2%로 ‘신규 주택 건설을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응답 30.6%보다 훨씬 많았다.
수많은 국민이 주택임대사업자 세금 특혜 사실을 알고 있고, 그 특혜를 폐지해 160만채 임대주택을 매도하게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올해 대선에서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치가 ‘공정’이다. 2020년 6월 말 현재 전국의 51만명 주택임대사업자들에게 지구상 유례없는 세금 특혜를 베풀면서 ‘공정’을 운운하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라 할 것이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정부가 임대사업자들에게 최대 10조원이 넘을 수도 있는 종합부동산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임대사업자 세금 특혜 제도가 주택투기에 꽃길을 깔아줬다”고도 했다.
5월 새로 출범할 정부가 ‘조세의 공정성’을 넘어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를 바란다면 가장 먼저 주택임대사업자 세금 특혜를 폐지해야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미친 집값’이 정상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고,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부의 불평등’도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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