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용 디자이너
'이제 집값은 정말 하락하는 걸까'
대구 등 지방에서 미분양 주택이 발생한 데 이어 광명, 안양 등 수도권에서도 일부 단지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서 시장의 해석이 분분하다. 대출 규제 여파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과 이미 주택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엇갈리는 것. 분양 현장에서 다년간 수천 명의 고객을 상담하며 대중심리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은 이미 주택시장이 정체기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부분의 전문가와는 달리 2018년 발표된 9·13대책 이후 주택시장 상승을 예견한 인물로 유명하다. 앞으로 집값은 어떤 흐름을 나타낼까.
☞머니투데이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릿지'가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과 함께 최근 주택시장 움직임을 진단해봤다.
강남은 상승, 강북은 보합…시장 양극화 이유는
▶조한송 기자
최근 통계 얘기를 보면 외곽부터 상승률이 둔화, 일부 지역은 보합세로 나타납니다. 반면 강남은 여전히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고요. 양극화된 시장 상황을 어떻게 분석하면 좋을까요.
▶이현철 아파트사이클 연구소장
임대차 3법이 없었다면 시장이 더 크게 양극화됐을 거라고 봐요. 상승장이 이어지면 자금 여력이 없는 분들부터 매수를 포기하죠. 그래서 인기 있는 아파트 중심으로만 매수세가 유지되면서 양극화되거든요. 그런데 이임대차 3법으로 전세난이 생기면서 비인기 지역 단지도 가격이 올랐어요.
지금은 상승장 거의 끝 무렵이에요. 인기 지역은 자금 여력이 되는 분들이 아직 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해서 매수하는 거죠. 그래서 이전에도 거래량은 줄지만 간간이 신고가가 이루어질 거라고 봤고요. 강남이 지금 그런 상황입니다. 상승세가 유지되려면 신고가 이후 다음 매물의 호가가 올라야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이전과 달리 호가가 오르지 않아요. 신고가가 체결됐음에도 매매 호가가 오히려 더 낮은 경우도 있어요. 실제로 지금 반포동 소재 '아크로리버파크'도 85㎡가 45억원에 거래가 체결됐는데 39억~ 40억원대 매물이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 지금처럼 계속 신고가가 이어지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조한송 기자
최근에 매매 가격이 하락한 지역이 눈에 띕니다. 광명, 동두천 등이 있는데요 이런 지역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 같은 게 있나요?
▶이현철 아파트사이클 연구소장
동두천은 인기 지역은 아닌데 풍선 효과 때문에 올랐어요. 투자를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 동두천 주택을 집중적으로 매수한 거죠. 지금 같은 경우는 그런 상황이 아니니, 즉 매수자가 달라붙지 않으니까 하락하는 겁니다. 투자자가 몰리면 먼저 산 사람은 일단 돈을 벌었으니 빨리 빠져나가기 위해 매물을 내놔요. 여기서 받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매물이 쌓이는 거죠. 그러면 뒤늦게 뛰어든 사람도 겁이 나니까 매물을 계속 내놓는 상황이 벌어져요. 그래서 투자자들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오른 지역은 가격이 더 많이 하락합니다.
이와 달리 광명은 경기도 핵심 지역입니다. 정체기에서는 원래 어떤 단지는 신고가에 거래되고 어떤 단지는 하락하기도 해요. 호가가 변했는지를 봐야 하는데 광명역 인근 신축 아파트 호가가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하락세로 바로 연결되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거죠. 경기도나 서울은 호가가 여전히 높아요. 한두 개씩 급매물이 거래되거나 신고가가 체결되는데 추세로 연결되지는 않아요.
거래절벽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들
▶조한송 기자
거래량이 워낙 적은 상황에서 몇 건의 하락 거래로 침체기로 해석할 수 있느냐는 의견이 있기는 합니다. 매수 심리는 여전한데 대출 규제 등 인위적인 상황으로 거래가 막혔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거죠.
▶이현철 아파트사이클 연구소장
시장에는 이미 대출 규제 한참 전부터 거래량이 줄어드는 신호가 있었어요. 매수세가 있는 것은 맞습니다. 이 사람들이 '내가 샀을 때보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다'란 확신이 있을 때 사는 거거든요. 근데 이제는 그 확신이 점점 줄고 있어요. 매수 열기는 있지만 이들이 확 달려가서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거래량이 줄고 있는 거지 일시적인 대출 규제 등의 영향이 아니에요. 지속된 부동산 대책의 누적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고요.
▶조한송 기자
대선을 앞둔 관망세로 거래량이 줄었다는 해석도 있기는 합니다.
▶이현철 아파트사이클 연구소장
네. 맞습니다. 그런데 사실 정부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나오는 견해라고 봐요. 선거 때가 되면 집값이 상승한다는 얘기가 많잖아요. '선거는 무조건 집값 상승' 이런 등식을 생각하면 안됩니다. 뭔가 지역 주민들에게 혜택을 줘야 표를 얻을 수 있을 거다. 이런 논리거든요. 근데 그거는 전제가 있어요. 시장이 안정적일 때 가능하다는 거예요. 물론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정부 입장에서도 그렇고 여러 측면에서 집값이 약간 상승하는 것이 좋아요. 그래서 정부도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어요. 근데 문제는 지금 시장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대선 후보 공약 사항만 봐도 유주택자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을 막 내놓는 상황이 아니에요. 야당 후보도 250만호 공급 얘기하는데 이게 상승 요인일까요? 양도세 완화도 한시적으로 적용하겠단 얘깁니다. 따져보면 시장에 상승을 일으킬만한 정책적인 요소도 많지 않아요.
입주 물량 부족하다는데 전세 매물 쌓이는 이유
▶조한송 기자
요즘 전세 매물이 쌓인다는 분석이 있던데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시나요?
▶이현철 아파트사이클 연구소장
저는 가격 저항 때문이라고 봐요. 임대차 3법 시행 1년 동안 전셋값이 지난 박근혜 정부 때 5년 동안 오른 것보다 더 많이 올랐어요. 임차인은 전세보증금이 갑자기 늘어나면 감당이 안 돼요. 전세 자금 대출을 추가로 받아야 하는 데 가계 부담이 너무 높아지죠. 전문가들이 착각하는 게 강남 등 실수요자들이 살고 싶은 집으로 몰린다고 하잖아요. 그것도 임차인이 어디까지나 가용 범위 내에서 고려하는 거예요.
▶조한송 기자
이분들이 어딘가로 또 옮겨가기는 해야 하잖아요.
▶이현철 아파트사이클 연구소장
강남에서 살고 싶어도 강남을 벗어날 수밖에 없죠. 점차 밀려나는 거예요.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 또 집이 부족하지 않냐고 하는 분들 있어요. 그건 착각이에요. 지금 집은 남아돌거든요. 외곽으로 임차인이 밀려가더라도 들어갈 집은 충분히 있어요. 그래서 지금 매물이 쌓이는 거예요. 가격 저항이 매우 큰 거죠.
▶조한송 기자
앞으로 전세시장 추이는 어떻게 보시나요.
▶이현철 아파트사이클 연구소장
전세는 앞으로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설 확률이 굉장히 높아요. 지금 서울만 약하지 경기도권이나 외곽은 입주 물량이 충분히 있어요. 그래서 그쪽으로 이동하는 분들이 꽤 있어요. 여기서 따져볼 게 내년에 입주 물량이 줄어서 전셋값이 오른다고 하잖아요. 지금도 서울은 입주 물량은 아주 적어요. 같은 논리면 지금 전세가 쌓일 이유가 없죠.
지금 입주를 맞이한 곳을 가보면 옛날하고 양상이 달라요. 입주 기간이 보통 2~3달입니다. 임대차 3법 시행 이전에는 3~4개월이면 입주가 마무리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안 끝나요. 입주장에서 전세가율이 떨어지더라도 40%대로 맞춰졌는데 지금은 20~30%대까지 나와요. 급한 사람이 전세보증금을 막 떨어뜨리는 거죠. 그런 것들 위주로 계약이 되고 나머지는 전셋값을 높여 받고자 끝까지 버티죠. 그래서 어떤 지역은 1년 넘게 공실인 곳도 있어요. 전세 시장 분위기는 지금 완전히 위축됐어요. ☞자세한 내용은 머니투데이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릿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연 조한송, 이현철
촬영 김세용, 방진주 PD
편집 김세용, 김진석 PD
디자이너 신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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