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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가 미국 증시를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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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9. 2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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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가 미국 증시를 선택한 이유

중국 상장 조건 지나치게 까다로워…우량 민영기업 ‘해외로 해외로’

한경비즈니스 | 입력 2014.09.26 09:19

 

 

 

세계 최대 기업 간(B2B) 전자 상거래 업체이자 중국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 중인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9월 19일 상장했다. 상장 직전에 예상된 공모 규모는 250억 달러로 세계 증시 사상 최대 규모다. 중국 기업이 자본시장의 고향이라는 뉴욕에 입성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 투자자들은 이 화려한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의 우량 기업이 돈은 중국에서 벌고 배당은 해외에서 하는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며 알리바바의 미 증시 상장은 중국이 또다시 상장 자원 유실이라는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 붐은 두 차례 있었다. 1993년 칭다오맥주의 홍콩 증시 상장을 시작으로 1990년대 국유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이 줄을 이었다. 해외 증시 상장을 통해 국유 기업을 개혁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촉매제였다.

 

더욱 엄격한 국제 회계기준 준수 등 글로벌 수준으로 국유 기업을 변모시키겠다는 시그널을 국제사회에 준 것이다. 주룽지가 총리 시절 국유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은 장기 국가 전략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유 기업 위주의 상장 정책 고수



2차 붐은 2000년 전 세계에 정보기술(IT)주 거품이 형성돼 우량 IT 민영기업이 해외 증시로 달려가면서 시작됐다. 알리바바 상장으로 시나·소후·바이두·징둥 등에 이어 또 하나의 중국 IT 기업이 해외 상장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중국 10대 IT 기업이 모두 미국이나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는 통계도 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해외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은 1200여 개에 이른다.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한 2400여 개사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해외 증시 상장 중국 기업 가운데 홍콩 증시 상장 기업이 749곳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205곳)·싱가포르(132곳)·캐나다(56곳) 등의 순으로 상장했다.


민영 IT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엔 중국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중국 당국이 국유 기업의 상장을 선호한 게 그것이다. 중국 증시에 민영기업의 상장이 크게 늘어난 건 최근의 일이다. 특히 신생 IT 기업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지만 중국 증시 문턱은 이들 기업에 너무 높다.

 

트위터는 2012년 7940만 달러의 순손실을 냈으면서도 2013년 미 증시에 상장했지만 중국 증시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국 당국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최근 중국 증감회 관계자가 "이익을 못 내는 인터넷 기업과 첨단 기술 기업은 신3판 시장에서 1년간 거래한 뒤 창업판(중국판 나스닥)에 상장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공개 발언한 게 이를 말해 준다.


하지만 중국 증시는 여전히 해외 증시에 비해 기업공개(IPO) 제도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중국 증시에 외자기업이 상장을 못하는 게 대표적이다. 상당수 민영 IT 기업들은 조세 피난처 등에 등록된 외자기업이다. 알리바바 역시 케이만군도에 설립됐다. 중국에서 인허가를 받은 중국 기업과 계약하는 식으로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다.


정부의 손이 아직도 큰 역할을 하는 중국 증시의 특성도 중국 기업의 해외 증시행을 재촉한다. 중국 정부는 아직도 지수 관리 차원에서 수시로 IPO를 전면 중단시킨다. 최근엔 IPO가 15개월간 중단된 뒤 올 초에야 재개됐다.

 

중국 창업판엔 현재 상장 대기 중인 기업만 200여 개에 이른다. 증시에 상장하려면 2년 정도 줄서기를 해야 심사 비준 절차를 밟는 경우도 허다하다. 알리바바가 기다리기엔 너무 긴 시간이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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