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과 북, 북과 남이 경제공동체를 구성한다면 파급효과는 어떻게 될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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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이면 해방과 분단 70년이 된다. 분단 종식이 최고의 목표여야 할 나의 모국에 실질적인 통일의 미래상을 펴놓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북에 가보면 인민들은 통일의 소망을 입에 달고 살고, 부유하다는 남에서는 통일을 하면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진다며 주춤하는 모습이다. '어려워진다'니, 상식에도 어긋나는 이야기이기에 국내외 통일·경제전문가들의 연구업적을 섭렵해 봤다. 그리고 통일하면 남북의 민생경제가 크게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나는 2012년부터 남북이 함께 이루는 '경제 대박'과 '평화체제 구축방안'을 발표하고 남과 북을 방문해 이런 제안들을 보여왔다. 나아가 남북평화체제의 걸림돌이라는 북핵 문제의 해결 방안도 제시해 봤다. 현재 남과 북의 역량과 주변국의 정치·경제·군사 정세를 봤을 때 남북경제공동체를 운영하면 민족사 최고의 부강 번영으로 세계 5~7대국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전망에 대해 강연도 해왔다.
2013년에는 이런 제안들을 담아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의 꿈 - 남북연합방>을 출간하기도 했다. 분단과 전쟁·정전의 역사와 시대를 인식하고 있는 분들의 공감은 컸다. 그러나 세상은 넓고 찬란한 통일의 미래상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2014년 초 남측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이라는 말로 통일담론이 활발해졌다. 그러나 구체적 방안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미국을 45년 살고 있는 동포 정형외과의사다. 1992년 재미한인의사회 학술교류 방문단으로 처음 북에 다녀왔다. 그 뒤 전공인 인공관절 치환수술을 평양의학대학병원 의사들에게 전수해 왔다(관련 서적 : <평양에 두고 온 수술가방> 의사 오인동의 북한 방문기, 창비, 2010). 고향인 남녘과 타향인 북녘을 드나들며 분단 조국의 양측이 안고 있는 문제를 현지에서 보며 통일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다. 그래서 6·15해외측위원으로 활동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겨레의 일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미국을 미국 안에서, 또 북과 남에서도 봐왔다.
남과 북이 안고 있는 문제
남과 북의 현실을 살펴보면 경제강국임을 자부하는 자본주의 남에서는 실업·양극화·가계부채 등 민생복지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한편, 3차 핵시험으로 자위력에 자신을 갖게 된 사회주의 북은 이제 경제 건설로 인민들의 생활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남과 북이 동시에 고민하고 있는 '민생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국 밖에서 그려본 경제공동체 청사진을 살펴보자.
우선 우리 겨레에게는 분단 이래 남북이 한 번도 함께 써보지 못한 '기본 자산'이 있다. 토지, 자연자원, 자본, 기술과 인력이 바로 그것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 자산을 활용해 경제공동체 운영을 10년 정도 하면 현재 남녘 1인당 소득 2만4000달러는 약 6만 달러가 되고, 남녘 국내총생산(GDP) 1조 달러도 시작 연도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남의 2%대 경제성장률은 10%대로 올라갈 수 있고 북의 경제성장률은 남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시작하게 된다. 그리하여 남의 실업 문제가 해결되며 민생 복지가 향상되고, 북의 인민 생활은 풍요로워진다.
6·15 남북공동선언에 '남의 연합제와 북의 낮은 단계 연방제'에 공통성이 있다고 한 대로 '남북/북남연합방'을 하자는 이야기다(관련 기사 : 경제성장 제자리 한국, 해법은 '평양'에 있다). 여기서 '연합방'이란 '연합'과 '연방'을 융합해 내가 새로 지어낸 용어다. 남측은 연합제, 북측은 연방제라 하지만, 남북 모두 영어로 콘페더레이션(Confederation)이라 쓰고 있다.
즉, 남과 북의 현 체제와 정부를 그대로 유지한 채 내가 제안한 통일의 첫 단계인 '연합방'을 합의해 평화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남과 북이 해본 일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1998~2007)처럼 남북이 교류·협력왕래하던 시절로 돌아가면 된다. 그러나 다시는 되돌릴 수 없도록 '연합방체제'를 제도화해야 한다.
개성공단 확대 그리고 10·4 선언 이행
▲ 남북공동선언문 발표후 손 맞잡은 두 정상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7년 10월 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 | |
ⓒ 사진공동취재단 |
연합방 경제공동체의 시작은 개성공단의 확대에 이어 2007년 10·4선언에서 합의한 남북경제협력 사업들을 시작으로 전국 규모의 경제발전계획 수립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북녘 사회기본시설의 개선과 확충도 시작해야 한다. 현재 북의 인민 생활 소비품 대부분이 중국제 수입품이다. 북의 생산 활동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북의 도로·철도·교량·항만·공항·전기·우편·방송통신·상하수도·도시가스·산림녹화 등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
여기에는 큰 자본과 방대한 인력이 필요하다. 자본은 남이 투자하고 인력은 남과 북이 충당하면 된다. 그렇다면 연합방 경제공동체 운영 자본은 얼마나 필요한 걸까.
국내외 전문가들의 통일 비용 연구를 살펴 보니 각기 차이가 크지만 대략 연 1000억 달러 이하로 추산된다. 이 비용은 앞으로 얼마 뒤에 남이 북을 흡수통일 한 다음 10~20년 동안에 들어가는 비용을 추산한 것들이다. 이 자료들 중 남북의 고유한 여건을 고려해서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추정한 액수는 남측 국내총생산(GDP)의 6.8%, 즉 680억 달러(68조 원) 정도다.
흡수통일은 될 리도 없고, 또 돼서도 안 되지만, 만약 이것이 실현된다면 되레 남북이 함께 여러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단계적 통일 과정인 초기 '연합방 경제공동체' 운영에 드는 자본은 흡수통일 비용의 10% 이하일 것이다. 통일·경제에 관여한 관료나 경제전문가들에 의하면 남녘 정부 예산의 1.5%, 즉 근년의 예산 규모로는 50억 달러(5조 원) 정도의 자본을 필요로 하면서 본격적인 단계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연합방 경제공동체가 시작되면서 북의 기본시설을 확충하는 데 필요한 시설자재와 생활 소비품은 생산 여건이 잘 갖춰진 남녘에서 생산·조달한다. 이에 남의 5000만과 북의 2500만 인구를 합한 7500만 명 몫까지 생산해야 할 남녘에 수많은 일거리가 생긴다. 또한 전 국토에 기본시설을 확충하는 북에서는 훨씬 더 많은 일거리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남녘의 실업자, 미취업·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다 고용하고도 남는다. 따라서 조달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통일에 드는 자본과 인력, 어떻게 마련할까
한국전쟁 뒤 남과 북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과도하게 쏠려 있는 비생산적 소모 인력은 무엇일까. 바로 군대다. 남에 69만, 북에 117만 합해서 186만 명이 국방에 종사하고 있다. 3억 인구의 미국은 142만, 14억 인구의 중국은 230만, 1억3000만 인구의 일본은 23만에 달하는 병력을 갖고 있다. 이들과 비교해봐도 남북은 너무나 많은 인력을 국방에 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남과 북 그리고 북과 남이 '연합방 평화체제'에 합의할 경우 병력을 각기 15만~20만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제안한다. '남북/북남 연합방군' 병력이 35만 명 정도라면 보통 국가의 인구대비 병력 비율인 0.5%가 된다. 그렇게 한다면 전역 장병을 산업인력으로 전환해 일자리를 충당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병역의무제는 모병제로 바뀔 수밖에 없다. 이로써 군대는 소수정예로 발전하게 되고, 우대 직업이 된다. 이는 북에서도 마찬가지다. 남과 북의 징병제는 20~25세 청년들의 생산적 사회진출 연령을 지연 시키고 부모 세대의 노후대책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모병제가 되면 청춘들이 학업과 다양한 문화·예체능·기술 분야에서 중단 없이 연마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인재 육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청년들의 산업전선 참여는 남에서는 생산력을 높이고 북에서는 사회기본시설의 확충으로 이어지면서 차차 생산활동도 활발해지는 효과를 낳는다. 이런 사업이 진행되면 경제적 추가 이득도 창출할 수 있다.
연합방 경제공동체가 주는 두 가지 이득
▲ 대형 한반도기. 사진은 지난 2005년 8월 4일 열린 동아시아축구대회 남-북 축구국가대표 경기 당시 모습. | |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첫째, 남에서 전역한 50만 명이 새 직업에 종사하게 되면 GDP의 2%, 즉 200억 달러(20조 원)의 국가실질소득이 증가하게 된다. 남녘의 실업, 미취업·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인해 감소하는 국가소득이 새로 취업한 근로인력의 생산성으로 반등한다. 북의 90만 병력의 산업인력화도 북 경제에 소득 증가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둘째, 남북/북남 연합방 경제공동체 운영은 나라와 나라 사이가 아니고 민족 내부의 경제공동체 교역이다. 즉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에 있는 '통일을 지향해 가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민족내부의 특수관계'다. 때문에 관세가 없다. 이런 이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본시설 확충에 필요한 시설자재나 생활용품 가운데 적어도 80% 이상은 남녘에서 생산한 물품을 써야 한다. 그러면 최소 통일투자재원으로 잡은 680억 달러(남 GDP의 6.8%)의 80%, 540억 달러(남 GDP의 5.4%)에 달하는 실물생산량 증가가 발생한다. 이것은 경제공동체 운영을 해가면서 발생하는 내수 증가에 따라 차차 생기는 추가소득이다.
차차 생기는 추가소득 540억 달러와 병력의 산업화에서 발생하는 200억 달러 국가실질소득 증가만 합쳐도 740억 달러, 즉 남 GDP의 7.4%가 된다. 이는 연합방 경제공동체 투자자본인 680억 달러(GDP의 6.8%)보다 크다. 이것이 누적되면 통일비용이 차차 없어지는 셈이다.
이러한 경제 이득 남의 현재 경제성장률 2.8%를 더하면 10% 이상의 경제성장을 하게 된다. 물론 이 민족 내부거래는 국제기구와의 조율이 필요하다. 이것은 가능한 일이다. 독일은 1972년 동서독기본조약에 따라 내부교역을 인정받았다. 현재 남녘의 분단비용(남 GDP의 4.5%)에 기회비용까지 더하면 순수 통일비용은 남 GDP의 1%(100억 달러)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남북의 병력축소는 국방비 감축 효과도 낳는다. 통일투자재원 680억 달러 중 일부는 남측 국방비 300억 달러(30조 원, 남 GDP의 3%)을 1~1.5%대로 줄여서 생기는 150~200억 달러(15조~20조 원)로 확충한다. 일본은 2차세계대전 패전 뒤 GDP의 1%에 달하는 국방비로 경제대국이 됐다. 통일 독일은 GDP의 1.3%를 차지하는 국방비로 부국이 됐다. 일본과 독일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여러 나라의 국방비는 1% 이하다. 반면 미국은 GDP의 4.2%를, 중국은 GDP의 1.3%를 국방비로 지출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했을 경우 북의 국방비도 똑같이 줄여야 한다.
통일투자재원 680억 달러(68조 원)는 국방비 축소로 생기는 150~200억 달러(15조~20조 원), 장기저리 국제차관 100억 달러(10조 원), 통일 국채 300억 달러(30조 원)치 발행, 세금 100억 달러(10조 원), 총 650~700억 달러(65조~70조 원)로 구성한다.
이만한 투자 자본에 따라 10여 년 뒤 남의 GDP와 1인당 국민소득은 두 배 이상이 된다. 북의 GDP가 남 GDP의 반 정도가 된다면 남북/북남 연합방의 GDP는 3조 달러(3000조 원) 정도가 될 것이다. 세계5대 부국 중 미국의 GDP는 16조 달러, 중국은 9조 달러, 일본은 5.5조 달러, 독인은 3.4조 달러, 프랑스는 2.6조 달러다. 연합방 조국은 작은 나라가 아니게 된다. 이야말로 가슴이 설레는 '남북연합방'의 청사진 아닌가.
* 참고 연구 자료의 저자들 : 정세현, 문정인·이상근, 이종석, 신창민, 이상만, 홍사덕, 홍성국, 조동호, 정갑영, 김영윤, 최성근, 권구훈·골드만 삭스, 조세연구소, 안예홍·문성민, 최준옥, 김유찬, 현대경제연구원, 피. 벡(P. Beck), 삼성경제연구소, 통일부용역보고서-2011, C. Wolf, 최경수, 곽동기, 황선·김성훈·백남주, 이재정, 임동원, 백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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