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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곡창..옥수수·밀 가격 폭등 조짐

자연환경·국방. 통일

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5. 1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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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곡창..옥수수·밀 가격 폭등 조짐

전 세계 옥수수 수출량 3위 농업 대국, 한국도 옥수수 주요 수입국

한경비즈니스 | 입력 2014.05.13 09:41

 

 

4월 17일 우크라이나·유럽연합(EU)·미국·러시아가 머리를 맞댄 4자회담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다. 회담 당사자들은 이날 폭력 중단 등 최근 벌어진 일련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EU로 대표되는 서방 세력과 러시아 간의 무력 충돌 위기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애초부터 전면전으로 갈 경우 양측의 경제·정치적 출혈이 너무 클 것으로 예상돼 본격적인 충돌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다수였다.

 



 

사태가 무난히 해결될 것이란 기대가 무너지며 반전이 시작된 것은 4자회담이 마무리된 지 불과 5일 후인 4월 22일부터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의회 의장)은 성명을 통해 "치안 담당 부서들이 동부 지역의 우크라이나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내실 있는 조치를 재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동부를 중심으로 하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을 진압하기 위한 군사작전 재개를 명령한 것이다. 이에 따라 4자회담의 결과는 유명무실해졌다. 미국 국방부도 정례 합동훈련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지상군 600명을 폴란드와 발트해 연안 3국(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 파견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다시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신세가 됐다.

 


서방 언론이 연일 호들갑스럽게 우크라이나 관련 보도를 쏟아내는 것과 달리 한국의 언론은 비교적 조용하다. 양국의 거리만큼이나 피부에 직접 와 닿지 않는 머나먼 이국의 이야기가 별개의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한국의 수출 대상국 중 66위, 수입 대상국 중 38위다. 연간 교역 규모도 10억 달러 내외로 크지 않다. 우크라이나의 위기가 당장 우리의 교역 손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하지만 일부 품목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수입액 중 절반을 차지하는 '곡물'이 핵심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적인 곡창지대로, 한국의 6배가 넘는 넓은 국토에서 옥수수와 밀을 생산한다. 미국 농무부(USADA)의 '2013~2014 곡물 유통연도 전망'을 보면 우크라이나는 세계 3위의 옥수수 수출국으로, 전 세계 수출량의 16.2%(1850만 톤)를 점유하고 있다. 생산량 규모로는 3090만 톤으로 세계 5위(3.2%)를 차지한다. 밀은 세계 6위 수출국으로 전 세계 수출량의 6.2%(1000만 달러)를 점유하고 있고 생산량은 2230만 톤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3.1%다.

 


우크라이나는 2012년부터 한국의 사료용 옥수수 조달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해 미국의 극심한 가뭄으로 곡물 가격이 상승하자 이를 대체할 나라로 동유럽의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를 상대하기 시작한 것. 이듬해인 2013년부터 71만6000톤의 사료용 옥수수를 수입해 셋째로 큰 수입 대상국이 됐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이어 전체 사료용 옥수수 수입량의 10.5%다.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되고 최악의 경우 무력 충돌이 발발한다면 국내 사료용 곡물 공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은 자명하다. 박재홍 농협경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사료용 곡물의 안정적 수입을 위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수입처를 전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부가 비용 상승에 따른 곡물 가격 인상 요인도 있다. 지난 3월 16일 우크라이나 남쪽의 크림반도는 주민 투표를 통해 러시아로의 합병을 의결했다. 크림반도 남단의 세바스토폴시는 우크라이나 곡물의 주요 수출항으로, 러시아 흑해함대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군사적 긴장과 충돌이 계속된다면 세바스토폴 항구 기능이 정지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보험료나 운송료 등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부연구위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도 국제 정치적 불안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비축 확충 및 사료 곡물 수급 안정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선제적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곡물가 급등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곡창으로 불린다. 전체 곡물 수출량이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농업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한다. 우크라이나 분쟁이 국제 곡물 가격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칠지는 농업 규모와 수출량만으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의 곡물 가격은 2013~2014년 세계 생산량과 재고량 증가 전망으로 하락세를 유지해 왔다. 시카고상품거래소 가격 기준으로 밀 선물 가격은 2013년 10월 부셸(27.2kg)당 703센트에서 635센트(2013.12)→580센트(2014.1)로 떨어졌다. 옥수수 선물 가격도 같은 기간 기준으로 부셸(25.4kg)당 460센트→439센트→435센트로 안정세를 보였다.

 


국제 곡물 가격의 안정적 수급을 깨뜨린 것은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였다. 특히 러시아군의 군사개입이 시작된 3월 이후 눈에 띄는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밀 선물 가격은 지난 2월 28일 기준으로 부셸당 602센트에서 3월 3일 632센트로, 다시 3월 12일에 657센트까지 올랐다. 옥수수 선물 가격도 같은 날짜 기준으로 464센트였던 것이 471센트→482센트로 뛰었다. 전 세계 옥수수 수출 물량에서 우크라이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16.2%에 이른다.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옥수수와 밀 선물 가격 역시 계속 상승할 전망이다.

 


글로벌 곡물 수급 전망도 가격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 농무부가 4월 9일 발표한 월간 수급 전망에 따르면 전 세계 옥수수 기말 재고율이 3월 16.8%에서 4월 들어 16.6%로 떨어질 전망이다. 미국 내 기말 재고율도 10.9%에서 9.9%로 하향 수정됐다. 기말 재고율은 해당 곡물의 재고량을 소비량으로 나눈 값으로, 재고율이 떨어질수록 가격이 상승한다. 그나마 밀은 사정이 좀 낫다. 전 세계 기말 재고율이 3월 26.1%에서 4월 26.6%로 상향 조정됐다. 미국 내 재고율도 3월 22.8%에서 4월 24.0%로 올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문제가 장기화하면 사료용 밀 가격도 오름세로 반전될 것으로 우려된다. 임호상 삼성선물 차장은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 항구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비중은 7%대에 불과해 전면적인 제한 요인은 아니다"라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되면 추가적인 옥수수·밀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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