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푸엣 미 하버드대 교수 | 미국은 중국을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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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8.05 08: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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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푸엣 미 하버드대 중국사학과 교수는 한국에 잘 알려진 마이클 샌델 교수보다도 훨씬 많은 학생들을 강좌에 끌어들이고 있는 그야말로 초절정의 인기 교수다. 지난해 하버드대 학부 강의 ‘최고의 교수상’을 수상했고 ‘Harvard Think Big 4’ 발표 교수로 유튜브를 통해 지구촌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했다. 올해 경희사이버대 인터내셔널 교수로 선임된 푸엣 교수가 지난 6월 말 경희사이버대 서울 흥릉캠퍼스에서 ‘현대 중국에서 중국공산당의 역할과 의미’와 ‘현대 중국에서 중화주의의 의미’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푸엣 교수는 새로운 시각으로 미국(마찬가지로 한국)이 잘못 보는 중국 공산당의 다른 면모를 제시하며 이들이 이끄는 중국이 미국 주도의 자본주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내놨다고 했다. 푸엣 교수는 미국이 중국 공산당을 오해하고 있으며 그 오해가 사람들이 중국을 보는 시각에까지 영향을 미쳤기에 중국을 새로운 각도에서 보자며 말문을 열었다. “미국인들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전통사회’라고 불리는 체제에서 살았다고 본다. 전통사회는 모든 권력과 지위가 태생적으로 다르고, 혈통과 귀족사회 아래 모든 권력이, 다시 말해 국가권력과 경제활동까지 귀족 엘리트에 귀속돼 통치되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서양식 역사관으로만 세계를 본다는 것이다. 이들은 근대사회가 과거의 모든 것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유럽에선 19세기 봉건체제가 무너지며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대거 등장했는데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파시즘, 공산주의 등이다. “새로운 이데올로기들이 번성했고, 서로 다른 정부가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채용했다.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이 이데올로기 간 다툼이 이어졌다. 미국인들은 이 싸움에서 1989년에 마침내 민주주의적 자본주의가 이겼다고 본다.
파시즘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사라졌고, 소비에트연방이 1989년에 붕괴되면서 공산주의도 무너졌다는 것이다. 그들은 민주주의적 자본주의를 인류의 미래를 판별하는 유일한 이데올로기로 여기고 있다.” 이것이 미국인들이 서양사를 보는 관점인데 그릇되게도 동양사 역시 같은 틀로 본다는 것.
“이 논리에 따르면, 근대 세계를 만들 전투에서 중국은 공산주의를 이데올로기로 채용했다. … 만약 공산주의가 중국의 전통사회를 붕괴시키고 근대로 보내주는 이데올로기라면, 여러 이데올로기 중에서 어떤 것이 살아남을 것인가가 결정될 것이고, 미국인들이 유럽에서 보았던 대로, 결과는 아시아에서도 곧 나올 것이라 본다.” 다시 말해 공산주의가 한동안 중국에서 이겼지만 서양에서처럼 공산주의는 붕괴될 것으로 단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 공산당의 붕괴를 두 가지 논리로 풀어간다고 설명했다. “첫째, 중국은 경제가 계속 성장하도록 두고, 자본주의 세계는 중국에서 번성할 것이다. 이에 필연적으로 강한 중산층이 대두될 것이고(서양과 마찬가지로), 그 중산층은 민주주의 개혁을 요구할 것이다. 중산층의 힘으로 공산당은 결국 권력을 내려놓고 여러 당 중 하나가 되어, 민주주의적 중산층 아래에서 당선되기 힘든 당이 된다.
… 미국에는 이 이야기의 다른 버전이 있다. 아주 살짝 다르지만, 큰 틀에서는 미국인 관점에서 보는 것 그대로다. 자본주의는 중국에서 계속되고, 경제는 계속 성장하고 중산층이 성장해 민주주의 개혁을 요구한다. 아까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버전에서는 공산당이 권력을 내려놓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오히려 권력을 잡으려 하고, 중산층을 통제하려 하고 민주주의 개혁을 거부한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더욱 독재적으로 되어 중산층 상승을 통제하고 개혁을 막게 될 것이다. … 통제는 자본주의의 성장을 막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경제는 주춤해져 장기적으로 중국은 더 이상 강대국이 아니게 될 것이다.” 어느 쪽으로 가든 미국은 계속 강대국으로 남을 것이며 중국은 미국 쪽으로 가거나, 역사의 흐름에 뒤처진다는 게 미국인들의 시각이란 얘기다. 푸엣 교수는 “이 관점들이 틀렸을 뿐 아니라 위험하다”고 했다.
이런 잘못된 관점이 동아시아의 역사 대부분과 현재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그릇된 사고, 그로 인해 위험한 정책으로 이어진다는 것. 다시 말해 서양사의 항목을 아시아에 그대로 적용하다보니 역사의 진화 과정을 올바로 판단하지 못하고 민주주의적 자본주의만을 해답으로 제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그는 아시아의 역사는 다르게 흘렀고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는 발전 역시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19세기에 전통세계에서 근대로 바뀌었는데 이게 아시아, 특히 중국에선 다르게 나타났다는 주장이다. “아시아 역사, 특히 중국사를 본다면, 귀족이 지배하던 사회라고 규정하는 전통사회는 생각보다 훨씬 전에 존재했다. 서양에 의한 문호개방 시기와 그 몇 세기 전 중국은 18세기 서양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18세기 유럽은 완전히 귀족 엘리트 아래 놓여, 모든 권력은 태생적으로 결정되었고 사회적 유동성(신분이동)이 거의 없었다.
… 그러나 18세기 중국은 달랐다. 중국 정치이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정책이 수백 년 전, 아니 수천 년 전부터 존재했고 발달되어 왔다. … 수백 년 동안 고안되고 개발된 해결책 중 하나가 능력주의로 뽑는 엘리트 관료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엘리트들은 혈통과 관련이 없었기에 귀족이 깊이 관여하는 지역 이익과 분리되었다. 이를 통해 혈통으로 이어진 엘리트의 이익과는 전혀 별개로, 또는 그것에 반하는 결정까지도 내릴 수 있었다.” 한마디로 세습 지배층이 아닌 학식을 갖춘 엘리트 관료가 통치했으며, 그들의 자녀 또한 학식(능력)을 갖춰야 관료가 될 수 있는 사회였으며 그걸 가능케 한 게 과거제도라고 했다. “청나라 후기가 되면 황제를 제외한 모든 관직에 오르는 법은 오직 교육을 받아 과거시험에 합격하는 것뿐이었다. 엄청나게 권력이 강한 귀족집안이라도, 아들이 집안으로 인한 정치적 권력은 전혀 얻을 수 없었다. 권력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과거에 합격하는 것이었다.” 과거제도가 정치권력을 세습권력으로부터 분리시켰고, 유럽에서 정치권력으로 부상한 상인계급과 달리 중국의 상인들은 관료주의 시스템과 합쳐져 정치권력에서 분리됐다는 것. 한마디로 중국엔 유럽처럼 무너뜨려야 할 세습권력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덩샤오핑, 마오가 무너뜨린 관료제 다시 세워 푸엣 교수는 특히 마오쩌둥이 문화대혁명을 이끌면서 목표로 했던 것은 세습되는 엘리트 귀족이나 엘리트 자본가가 아니라 관료주의의 형성이었다고 지적했다. “마오쩌둥의 관점에서 보면 사회혁명으로 타도해야 할 핵심적인 것 중 하나가 엘리트 관료에 의한 지배였다. 그래서 대중이 일어나 엘리트 관료를 부활시키는 공산당과 당원들을 타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엣 교수는 여기서 “미국은 체계적으로 공산당 득세에 따른 갈등과 공산당이 처치하려 했던 문제들을 잘못 바라보고 있고, 이로 인해 그 이후 역사와 미래까지 착각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서양적 표준에 따라 중국 역사에서 마오쩌둥 시기를 공산주의 시기로 보고, 덩샤오핑의 등장을 자본주의 성장이 허용된 시점으로 이해하는 데 모두가 오류라는 것. 경제가 계속 성장하면 공산당이 권력을 내려놓거나 지배를 강화해 경제성장을 멈추게 하는 결과만 나올 것이라고 보았는데 이런 구도가 틀렸다는 얘기다. “덩샤오핑이 하려고 했던 것은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성공적 관료제의 재건이었다. 마오쩌둥은 관료제를 파괴하려고 했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공산당 지배노선의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이것이 바로 현재 공산당의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 시도는 유럽 공산주의와 전혀 관련이 없다. 매우 성공적인 자본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한편 과거와 같이 정치와 부가 확연히 분리되는 관료제를 재건하는 것이다.” 관료주의적 자본주의가 미국식의 대안 푸엣 교수는 여기서 이상적 정치 시스템을 발견했다. “정치와 금전적 이해관계를 분리한다면, 융성한 자본주의 사회에 강력한 관료주의가 형성되어 거대한 공용인프라 건축이나 금전적 이해관계에 반하는 문제들-예를 들면 환경오염-을 해결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현재 중국 공산당의 중심 사안은 번성하는 자본주의를 유지하며 동시에 강한 관료주의를 만드는 것이다.” 실제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삼중전회에서 시장경제를 살리고 국유기업을 민영화하면서 동시에 반부패체제 가동과 문화관리, 자연보호 등을 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푸엣 교수는 관료주의적 자본주의를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과 대비되는 모델로 보았다. 게다가 그게 근본적으로 성공적이어서 다른 나라들이 모방하도록 할 것이라고까지 평가했다. “미국은 현재 일어나는 일을 잘못 짚고 있고, 민주주의적 자본주의 모델이 세계를 지배할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 보지 못하고 있는 이 사실에 미국은 자아도취에 빠져 있다.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은 좋든 나쁘든 우리의 사고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고,
무엇보다도 미국이 현재 무엇을 하고 어디를 향하는지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미국인들에게 사회를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또는 성공적인 경제를 개발하는 방법에 대한 토론을 촉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 그 토론은 하나의 방법으로 하나의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안이 있으며 그 대안이 ‘이길’ 수 있거나 미래에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이러한 토론이 이미 끝났고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면, 미국은 아주 위험한 실수를 하고 있다.”
중국 새로운 세계질서 건설 나서 푸엣 교수는 중국은 지금 미국이 이룬,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고 한다고 했다. 우선 각국이 미국의 정부 시스템과는 다른 국가별 시스템을 조직하도록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 아울러 문화적으로도 미국적 세계관이 아니라 문화나 인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최근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에서 잘 나타났다고 한다. “최근 시진핑 주석의 방한과 관련해, 중국은 새로운 공공 조직의 성장과 문화적 관점을 제시하여 새로운 세계 구조를 형성하려 하고 있다. 더 이상 미국이 주도하는 19~20세기 유럽 세력의 비전 아래 놓인 세계가 아닌, 새로운 구조다. 이번 방한이 세계 외교구조를 서서히 재구축하는 과정의 시작이라 본다.” 그는 특히 시진핑 주석의 방한 목적 중 하나는 남한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동북아시아 사이의 갈등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그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미국이 지지하는 조직의 일부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더 자세히 들어가면 방한 목표 중 하나는 지금까지 남한이 거의 미국의 보호 아래 있었고 북한이 중국의 보호 아래 있었는데 지금은 남한과의 새로운 접점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이는 물론 북한을 어느 정도 소외시켰고 이에 따른 북한의 반응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동북아시아의 서로 다른 관계들을 다시 정렬할 장기적 작전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이냐는 향후 세계 질서 형성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했다. 푸엣 교수는 중국 공산당이 전통 자체는 거부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이 세계에 내세울 문화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한다고 했다. “과거 중국사에 일어난 모든 사건은 공산당이 무너뜨리고 있던 봉건주의적 과거에 속했고, 과거로부터 배울 것이 없다고 보았다. … 이제 그것은 바뀌었다. 중국 지도부는 중국 문화가 중요하며, 근대사회 건립에 대한 새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커다란 변화를 했다.” 특히 중국 공산당은 유교에서 공산주의적 평등을 보완한 대안을 찾은 것으로 보았다. “중국은 현대사회에서 완벽한 평등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해, 경제 성장을 허용하는 한편 극심한 빈부격차도 허용하고 있다. … 유교사상이 주장하는 것은 평등사회가 아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다.
중국은 능력을 근본으로 한 통치구조를 세우고 경제적으로도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이 의미는 경제적으로 기회가 있는 사회이며 별개로 정치적으로도 능력주의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 사회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평등하지 않지만,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고, 양쪽 모두 (신분이동이 가능할 만큼) 유동적이어서 기회가 균등하다는 것. 또한 정치와 경제 간 균형이 잡히기도 할 것이다. 이것이 미국이 제시하는, 그리고 유일한 방법인 돈의 획득을 바탕으로 한 지위상승과, 경제력에 권력을 향한 길을 열어주는 방식에 대한 대안 제시라고 본다.
… 중국은 금전적 이해관계에 대항할 수 있는 정치권력이 있어, 진정한 평등사회는 아니더라도 더 기회가 균등한 사회라는 것이다.” 한편 푸엣 교수는 중국이 세계에 내세울 문화적 자산으로, 또 공산주의를 보완할 이데올로기로 유교를 선택했지만 갈등 요소는 남아 있다고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지도부는 유교를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요소라고 보았다. … 따라서 현재 중국이 유교를 부활시키면서 마주하는 문제의 일부는, 어떤 형태의 유교를 부활시킬 것이며, 이것이 현대 세계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적절한 주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중국이 여기서 성공하려면, 세계에 제공할 유교의 형태를 주장해야 하며, 이 주장은 동아시아 다른 국가들에게도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아시아가 아닌 세계에서도 유교가 세계에 주는 근본적 가치가 있음을 주장해야 한다.” 물론 그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단순한 경제대국을 넘어 문화적으로도 세계를 주도하려면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고, 이게 가장 핵심적인 문제일 것이다. … 여기서 제공하는 것은 발전적이며,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중국에 대한 관점이고 세계가 따르고자 하는 것이어야 한다. 단순히 민족주의적 권력욕이라고 보는 것은 안 된다. 그렇다면 말할 필요도 없이 실패할 것이다.” 마이클 푸엣 교수는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부에서 중국사학을 가르치는 월터 클라인 석좌교수다.
하버드대 종교학연구위원회 회장이며 아시아센터 센터장도 맡고 있다. 시카고대에서 석사 박사를 했고 하버드대와 베이징대 교류 프로그램의 하버드대 대표를 맡기도 했다.
인류학과 역사, 종교, 철학의 상호 관련성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고 있으며, 초기 중국의 혁신과 기교에 대한 토론을 다룬 <창조의 앙면 가치>란 책과 <신이 되기 : 초기 중국의 우주론, 희생 그리고 자기 신성화> <의식과 그 결과 : 성실성의 제한에 대한 에세이> 등의 책을 썼다.
[정진건 기자 사진 이충우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7호(2014년 0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