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중국 경제, 시장이 우려하는 것보다는 낫다

중국관련

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8. 6. 12:40

본문

중국 경제, 시장이 우려하는 것보다는 낫다
기사입력 2014.08.05 08:59:24
 
')

 

 

 

광저우에 기반을 둔 중국 3위의 부동산 회사 에버그란데가 최근 무이자로 계약금을 대출해 주기 시작했다. 에버그란데는 축구 구단까지 갖고 있는 중국 내 소문난 갑부이다. 알리바바의 잭마 회장까지 이 구단에 투자했을 정도다.

그런데 군소업체들이나 쓰던 부동산 판매수단을 이 회사까지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중국 경제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계약금 무이자 대출은 부동산 버블이 한창일 때 미국 업체들이 이용하던 방법으로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초래한 불건전한 행태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부동산 구매자가 30% 이상 계약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는데 에버그란데는 이 규정을 피해 가려고 계약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방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어렵고 이는 중국경제 전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



예상보다 높게 나온 GDP

국지적으로 이런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중국 경제는 견조한 성장을 거듭하는 것으로 나타나 전문가들조차 깜짝 놀라게 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7월 16일 올해 2분기 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7.5%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2분기 GDP는 1분기와 비교해 2% 증가했다.

이 수치는 베이징 정부의 목표와 일치할 뿐 아니라 시장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선 올 상반기 중국 경제가 부동산 부문의 부진을 떨쳐낸 데 대해 성장률을 안정화하기 위한 부양책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GDP 대비 과도한 부채와 불투명한 그림자금융 등으로 세계 투자자들의 부정적 평가가 잇따르자 지난해 11월 삼중전회에서 시장 기능을 살리는 것을 중심으로 한 60조항의 개혁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시장에선 이 조치가 소비나 투자에 영향을 미쳐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이 정부의 목표보다 상당히 저조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얼라이언스번스틴은 “개혁 프로그램 자체는 투자자들에게 희망보다는 의심과 당혹감을 안겨 주었다. 개혁안의 대부분은 중국의 GDP 성장률을(세계 평균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지만) 지속적으로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러한 둔화된 성장이 중국의 전반적인 정책 목표의 일환이라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특히 금융위기 기간 동안 재정적 경기 부양책에 반응하여 급속하게 성장한 부동산 같은 부문의 부채 축소가 포함되어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정부의 그림자금융 억제 조치로 향후 2년간 부동산 시장의 약세가 이어지고 이 때문에 신탁상품의 신용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중국이 당장 신용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은 낮지만 대내외 부채 규모 증가에 따른 이자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3년 말 중국의 대내외 총부채는 133조위안으로 GDP의 233%나 된다. 특히 지난 3월 말 GDP 대비 연간 이자상환액 비율은 13%로 7~8% 수준이었던 2000년대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어서 소비나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그 중에서도 그림자금융에 대해 과도할 정도의 우려가 제기됐고 시장에선 지방정부의 투자 여력이 고갈돼 경제가 상당히 저조한 수준에 머물 것이란 분석을 쏟아냈다. BOA메릴린치의 경우 올 1분기 중국의 실질 GDP는 7.1% 성장하고 연간으로도 7.2%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관료가 시장보다 현명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시장의 통상적인 예상이나 우려를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정책으로 깨버렸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대신 중앙정부가 인프라스트럭처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전체 경기를 살리면서 부동산 버블은 완화하고 동시에 민간부문 부채 증가까지도 억제하면서 경제는 성장시킨 것이다. 특히 이번 성과는 정부 혼자만 일을 하지 않고 소비까지 촉진시킴으로써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고 성장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GDP 성장 기여도를 보면 상반기 중 전체 투자가 유발한 GDP 상승 효과는 3.6%였고 소비가 유발한 수치는 이보다 높은 4.1%나 됐다. 순수출은 0.2%가 줄었다. 고정자산 투자를 하되, 부동산 의존도는 줄이고 국내소비를 촉진시켜 경제를 성장시킨 좋은 그림을 보여준 것이다.

여기서 중국 정부는 고정자산 투자의 대상으로 철도 건설과 사회적 주택 건설을 선택했다. 어느 쪽이나 민간 부문과 경합하는 게 아니다. 그러면서 전체 산업의 효율을 높여줄 뿐 아니라 복지와 자금흐름 개선까지 고려했다.

이에 대해 루 팅 BOA메릴린치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부양책은 철도와 사회적 주택건설 투자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정책 조합은 단기 성장률을 높이려는 공격적 정책들이 경제의 왜곡을 심화한다며 구조개혁을 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이코노미스트들까지 어느 정도 만족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중국 정책당국은 당이 제시한 구조개혁을 원칙대로 진행하면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부양 조치들을 아주 세밀하게 구사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베이징 정부가 시간에 쫓겨 무리한 정책을 남발하기보다는 각각의 정책 효과를 엄밀하게 검토한 뒤 내놓은 것 같다는 점이다. 중앙정부의 재정지출이 지난 5월에 24.6% 늘어났고 다시 6월에 26.1%나 증가한 게 이를 시사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모호한 금융기법에 의존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자금을 조달해 일을 벌이는 지방정부의 지출보다는 재정적 여유가 있는 중앙정부의 지출을 지지하는 편이다. 중국의 GDP대비 총 정부부채 비율은 52.8% 수준이다.



저조한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악재

중앙정부가 경제를 잘 관리하고 있지만 시장은 아직도 높은 수준의 부동산 대출이나 불투명한 그림자금융에 대해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크레디스위스는 2015년 초 부동산 관련 신탁상품의 만기가 대규모로 도래하는 데다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부진하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부터 부도 위험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개발과 지방정부 자금조달기구 관련 대출 비중이 높은 신탁상품들이 롤오버 해야 할 금액은 올해 3분기에 1조3000억위안, 4분기엔 1조4000억위안, 내년 1분기엔 다시 1조5000억위안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도 우려의 대상이다. 실제 건설회사인 후아통로드&브릿지는 최근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원리금 상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혀 뉴스의 초점이 됐다. E-하우스 차이나는 지난 5월 말 기준 팔리지 않은 아파트 재고가 전년 대비 30% 늘었다고 밝혔다. 에버그란데 같은 대형 부동산 회사들조차 계약금을 무이자로 지원하면서까지 아파트를 팔려고 하는 까닭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 상반기엔 중앙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성장률 목표를 맞췄으나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저조하다는 점에서 하반기에 추가 미니부양책이나 금리인하 같은 통화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이 이처럼 중국 정부에 여러 가지 요구를 하지만 실제 투자에 나서는 측에선 중국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얼라이언스번스틴은 채권투자의 관점에서 “(중국 정부가) 성장이 지나치게 낮아지지 않도록 하면서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했다”고 높이 평가하면서 특히 일관성 있게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등 매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위안화 투자대상으로 급부상

위상이 높아지면서 위안화는 지금 지불 수단을 넘어서 투자 대상으로도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조지 나스트 스탠다드차타드 해외상품 담당 상무는 “무역금융과 외환거래에 활용되었던 위안화가 자산운용을 위한 투자 등 금융상품으로서도 가치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위안화 허브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이미 위안화 거래를 위한 파생상품 시장이 곳곳에 열리고 있다.

위안화를 실시간으로 거래하려면 중국 당국의 청산은행 지정이 필요하다. 중국은 현재 홍콩, 싱가포르, 타이완에만 청산은행을 지정했고 최근 한국에도 청산은행 설립을 허용키로 했다. 홍콩 거래소는 이미 2012년에 위안화 선물을 상장했고 싱가포르 거래소도 올해 안에 상장할 예정이다. 타이완 거래소는 유렉스와 공동으로 선물을 상장해 유럽에서도 위안화 거래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처럼 위안화는 국제화폐를 넘어 기축통화 지위를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는 중국 통화 당국엔 여러 일거리를 만들지만 다른 한편으론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권리’를 주게 된다. 세계 어느 누구도 감히 중국을 시험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스스로 흔들리지 않는다면 누구도 흔들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한편 위안화의 급부상은 달러화에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쑤 치유안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는 “중국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해외직접투자나 자본투자 때 위안화를 사용한다면 시장에는 달러화가 초과 공급될 수도 있다”고 했다.

중국이 더 이상 달러를 사들이지 않을 때 달러화 가치는 큰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환율전쟁이 새로운 양상으로 진전될 수 있는 측면이다.



기축통화로 가는 위안화, 중국의 새로운 파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이후 한국에선 위안화 허브 논의가 활발히 일고 있다. 당시 시 주석은 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과 청산은행 지정, RQFII 자격 획득 등 위안화 역외 허브의 3대 요건을 한꺼번에 갖추는 선물을 주고 갔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즉각 중국으로 날아가 ‘한·중 금융조사연구회’를 개최하는 등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한국이 작은 선물에 들뜨고 있지만 사실 중국은 지금 위안화를 달러화와 대등한 수준의 기축통화로 만들거나 더 나아가 아예 달러화를 대체하는 수준까지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 경제의 위상이 커졌을 뿐 아니라 위안화의 국제화도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쑤 치유안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는 “중국의 국제수지 대조표를 보면 2013년 한 해 동안 경상수지와 장기 직접투자 두 항목에서 위안화로 결제된 금액이 5조1600억위안에 달했다. 여기에는 단기 자본흐름 중 100억달러 단위 이하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말로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고 했다.

중국은 2009년 7월 국제무역의 위안화 결제 시범사업을 도입했는데 올 1월엔 세계 여러 화폐 가운데 7위로 올랐을 만큼 빠르게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HSBC가 올해 초 세계 11개 경제권 주요기업의 의사결정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들은 지난해 무역 결제 때 위안화를 사용한 비율이 22%에 달한다고 했다. 독일에선 이 비율이 23%나 됐는데 1년 전 조사 때 9%에 비해 14%포인트나 치솟았다. 같은 기간 동안 홍콩에선 이 비율이 50%에서 58%로, 미국에서도 9%에서 17%로 상승했다.
위안화가 정식 기축통화가 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상당한 정도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스펜서 레이크 HSBC 자본금융 부문 대표는 “중국 경제의 부상과 무역결제 등에서 위안화 사용이 확대됨에 따라 역내 및 역외에서 위안화의 글로벌 통화로의 위상이 제고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HSBC는 2015년이면 위안화가 국제 무역거래 결제의 3분의 1을 맡게 되며 2017년에는 위안화의 완전태환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했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7호(2014년 08월) 기사입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