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금메달에 '빙상연맹' 검색어 1위... 왜?
러시아 유니폼 입고 돌아온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
오마이뉴스 2014.02.16 09:25 최종 업데이트 2014.02.16 09:25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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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의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이 15일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손을 들며 기뻐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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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안현수는 얼음판 위에 무릎을 꿇고 감격에 젖었다. 곧이어 다시 일어나 러시아 국기를 치켜세우고 손을 흔들자 관중석은 러시아 국기와 함께 열광적인 함성으로 뒤덮였다. 안현수가 15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베르크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 레이스에서 특유의 폭발적인 스퍼트로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 2006년 토리노 대회 3관왕 이후 8년 만에 되찾은 올림픽 금메달이다. 그러나 안현수의 이름은 빅토르 안이 되었고, 그의 국적은 러시아로 바뀌었다. 8년 전 태극기를 들고 환호했던 안현수는 러시아의 선수가 되어 동계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두 개의 국적으로 금메달을 따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안현수는 왜 러시아의 '빅토르 안'이 되었나?안현수는 김기훈, 김동성에 이은 한국 쇼트트랙의 에이스였다. 세계선수권 5연패, 토리노 올림픽 3관왕의 업적을 이룬 천재 선수였다. 올림픽 메달 8개를 보유하고 있고 지금은 해설가로 활동하는 미국의 안톤 오노는 "안현수는 쇼트트랙을 위해 설계된 몸을 갖고 있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2008년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도중 미끄러지면서 펜스에 강하게 부딪치며 무릎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다. 선수의 부상을 막기 위한 펜스가 오히려 부상을 키운 꼴이 되면서 부실 공사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무릎 부상으로 세 차례나 수술대에 오르면서 안현수는 결국 밴쿠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더구나 소속팀 성남시청까지 해체되면서 '청년 실업자'가 된 안현수는 결국 올림픽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2011년 러시아 귀화라는 벼랑 끝 선택을 했다. 이것이 안현수가 한국을 떠난 표면적 이유였지만 한국 빙상계의 고질적인 파벌 싸움도 그를 멍들게 했다. 2006년 국가대표 시절 한체대 출신인 안현수는 비한체대 출신 코치가 이끄는 남자 대표팀이 아닌, 한체대 출신 코치가 있는 여자 대표팀에서 훈련을 받아야 했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국가대표 되기가 더 어려운 현실에서 좁은 관문을 뚫기 위해 순위를 조작하는 '짬짜미'가 생겨나고, 대표팀 안에서도 서로 편을 가르는 파벌 싸움은 세계 최강 한국 쇼트트랙의 그늘이었다. 올림픽 3관왕의 영광을 잊어버린 듯한 한국 쇼트트랙의 홀대로 몸과 마음이 엉망이 된 안현수에게 손을 내민 것은 러시아였다.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따낸 러시아는 첫 쇼트트랙 메달을 위해 안현수에게 전폭적인 훈련과 재활 지원, 안정된 경제적 보상에 은퇴 후 코치직까지 제안했다.
한국 후배 찾아가 격려하는 '선배' 안현수 러시아 유니폼을 입고 와신상담의 시간을 보낸 안현수는 소치 올림픽이 열리자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앞서 500m 동메달을 따내면서 러시아 쇼트트랙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었고, 더 나아가 이날 1000m 우승으로 최초의 금메달리스트가 되어 역사를 새롭게 썼다.러시아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안현수에게 "최고의 기량으로 상대보다 더 빨랐으며 뛰어난 기술을 보여줬다"는 축전을 보냈다고 밝혔다. <야후스포츠>의 칼럼니스트 마틴 로저스는 "안현수가 한국 대표팀에 복수(revenge)를 했다"고 전했다.금메달을 따내고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안현수에게 한국 팬들은 응원의 박수를 보내면서도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안현수는 결승에서 함께 레이스를 펼쳤으나 실격으로 메달을 놓친 한국의 신다운을 포옹하며 격려했다. 안현수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나를 믿어준 러시아에 감사를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신다운을 격려한 것에 대해 "승부를 떠나 한국 후배들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그들도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최근 대통령이 안현수의 귀화가 체육계의 부조리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필요가 있다고 언급할 정도로 안현수는 한국 스포츠에 큰 고민을 던져줬다. 안현수가 금메달을 따내자 빙상연맹은 순식간에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에 1위에 올랐고, 홈페이지는 접속이 폭주하며 마비됐다. 그동안 한국 쇼트트랙은 수많았던 논란을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과로 덮어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개혁을 미룬다면 4년 뒤 평창에서도 안현수처럼 다른 나라의 국기를 들고 환호하는 우리 선수를 보게 될 수 있다.
안현수, '애국심 호소' 韓스포츠에 경종 울렸다
엑스포츠뉴스 | 입력 2014.02.16 07:17 | 수정 2014.02.16 07:45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빅토르 최(1962~1990). 러시아 록음악의 전설적인 이름이다. 한국계 러시아인은 그는 록그룹 키노의 리더였고 영화배우로도 활동했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그는 러시아 젊은이들의 암울한 현실을 노래했다.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 무렵 그는 러시아 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빅토르 최는 러시아 대중문화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한국인의 피가 흘렀던 그는 향후 러시아 대중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90년 빅토르 최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24년 후 러시아는 또 한 명의 '빅토르'에 열광하고 있다.
안현수(29, 러시아명 빅토리 안)는 15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전에서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다. 그는 러시아 쇼트트랙에 첫 올림픽 메달(1500m 동메달)을 안겼다. 또한 1000m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하며 영웅으로 급부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쇼트트랙의 첫 번째 올림픽 챔피언인 안현수에게 축하 전문을 보냈다. 그는 더 이상 한국인 안현수보다 러시아인 빅토르 안에 가까웠다. 러시아 국민들의 뜨거운 응원을 등에 업고 '분노의 질주'를 펼쳤다.
반면 태극기를 달고 출전한 신다운은 실격처리 되면서 메달을 따내는데 실패했다. 한국 스포츠는 같은 아시아권 국가인 중국 일본과 비교해 선수 인프라가 열악하다.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단점을 극복할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는 '내셔널리즘(Nationalism)'이었다.
전통적으로 한국 스포츠는 강한 애국심에 호소해왔다.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스포츠 선수에게 최고의 영광이었고 '개인'보다는 '국가'를 위해 뛰는 것이 우선순위였다.
안현수는 한국 스포츠의 내셔널리즘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도록 해준 선수다. 2006년 토리동계올림픽 3관왕에 등극하면서 '쇼트트랙 황제'란 칭호를 얻었다. 김기훈-김동성의 뒤를 잇는 재목으로 평가받았지만 그의 비상은 추락으로 이어졌다.
안현수는 과거 부상을 당한 뒤 복귀하는 과정에서 대한빙상경기연맹과 갈등을 겪었다. 또한 쇼트트랙 파발 싸움에 휘말려 궁지에 몰렸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그는 한물 간 노장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안현수는 스케이트를 벗고 싶지 않았다. 선수 생활을 지속하고픈 마음이 컸지만 소속팀인 성남시청까지 해체하며 졸지에 갈 곳 없는 미아로 전락했다.
국적을 옮기는 방법 외에 안현수가 선택할 길은 없었다. 처음에는 미국의 문을 두드렸지만 러시아 쪽으로 선회했다. 러시아 정부는 자국에서 열리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동계 종목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유능한 외국인 코치를 영입하고 선수 귀화에 나섰다.
갈 곳 없는 안현수를 받아준 곳은 한국이 아닌 러시아였다. 결국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 소식이 전해졌지만 국내 팬 대부분은 그의 선택을 존중했다. 과거 강한 내셔널리즘을 가지고 있었던 한국인들의 정서를 생각할 때 선선한 충격이었다.
안현수는 1000m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태극기가 아닌 러시아 국기를 들고 세리머니를 펼쳤다. '개인'대신 '국가'를 위해 헌신해야 했던 한국 스포츠의 '내셔널리즘'이 새로운 전화점을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사진 = 안현수 ⓒ Gettyimages/멀티비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