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양 언론은 중국의 유령도시에 대해 심심치 않게 보도하고 있다.
CBS News가 보도했던 내몽골 자치구의 오르도스시(Ordos , 鄂爾多斯)도 그와 같은 경우에 해당한다. 오르도스시는 2012년 미스월드 선발대회를 개최했고, 이 대회에서 중국 대표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대회에는 116명의 세계 각국 대표 미녀들이 참가해서 초현대적인 디자인의 오르도스 경기장에서 미를 뽐냈다.
하지만 화려한 언론의 조명을 받고 나서 1년이 지난 지금 오르도스시는 텅 빈 유령도시일 뿐이다. 미스월드 대회가 열렸던 인상적인 경기장은 여전히 그대로 서있다. 거대한 도시에는 높은 빌딩과 고층 아파트 숲이 모두 다 들어서 있다.
하지만 넓은 도로에는 자동차가 한 대도 없거나, 간혹 한 대밖에 보이지 않는다. 길거리에 사람도 한 명 보이지 않는다. 그 모습은 을씨년스럽다 못해 괴기스럽고 공포스러운 느낌까지 준다.
숲을 이룬 고층아파트들은 공사가 완료되었지만, 분양과 입주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럼 아파트를 지어 분양한 건설회사는 부도가 났을까 하면 그렇지도 않다.
지방정부가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하기 때문에 건설회사는 부도가 나지 않는다. 돈을 다 받았으니 미분양이라고 해서 급매로 싸게 팔지도 않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이와 같은 일이 지금 중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유령도시가 오르도스시 한 군데가 아닌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지난 2010년에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인 마켓워치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를 지적했다. 중국 도시 지역의 6,450만 개 전기계량기 사용량이 최근 6개월간 ‘0’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2억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파트가 비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도시지역의 신규주택을 거의 모두 아파트로 짓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문제를 제기하면 항상 중국의 인구가 ‘13억’이나 된다는 사실을 들어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게 된다. 중국의 인구가 ‘13억’이나 되고 도시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유령 도시, 유령 아파트에도 이제 곧 사람들이 들어차서 번창하는 대도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마침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도시화 문제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도시화’를 중국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한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에 따라 2020년까지 4억명의 농촌인구를 도시로 이주시키는 프로젝트를 시행하겠다고 한다.
이런 얘기를 듣노라면 유령도시, 유령 아파트 문제가 금방 해결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리커창 총리의 얘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시로 이주시키겠다는 4억명 중 2억 6천만은 이미 도시에서 일하고 있는 반도시인인 농민공이다. 농촌에서 도시로 추가로 유입시키려는 인구는 1억 4000만 뿐이다.
게다가 2015년까지 3600만채의 집을 더 짓겠다고 한다. 이미 도시에는 2억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 6,450만 채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결국 2020년까지 1억 4000 만을 도시로 추가 유입시키는 것으로는 유령 아파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리커창 총리는 왜 3억 4000만이 아니라 고작 1억 4000만 밖에 목표로 잡지 않은 것일까? 중국에서 도시로의 인구유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도시로 유입된 인구가 대략 3억명 정도 된다.
(현재 중국의 도시 인구는 2011년 기준 도시화율 50.6%(CIA 추산)로 계산해보면 약 6억 5800만명이 된다. 결국 현재 중국 도시지역에는 도시인구의 30.4%를 수용할 수 있는 아파트가 공실 상태인 셈이다).
그러므로 2020년까지 약 8년 동안 1억 4천만을 목표로 잡은 리커창 총리의 계획은 합리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단, 도시화 속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결국 ‘13억 인구’라는 말이 주는 대단한 호소력(내지 환상)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으로 계산해보면, 중국에서 향후 도시로 유입될 수 있는 인구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최소한 2억명을 수용할 수 있는 빈집 6,450만 채가 이미 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게다가 중국의 도시화 속도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어디까지 ‘도시’로 볼 것이냐 하는 통계의 기준(단위 면적당 인구밀집도)은 나라마다 다르다.
예전에 브로델의 책(물질문명과 자본주의)에서 도시 기준이 나라마다 다르므로 통계치 해석에 유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읽은 기억이 있다.
중국의 도시 기준에 대해서는 서구보다 너무 높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즉 도시화율이 실제보다 낮게 계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필자는 지금 중국의 정확한 통계기준을 알지 못하지만, 이와 같은 지적이 상당한 개연성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이 점과 관련하여 중국과 서구 각국의 정확한 통계기준을 알고 계신 분이 조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왜냐 하면 중국은 과거 대약진 운동 기간(1958년부터 시작) 동안 ‘경제를 집단화’하는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농업 역시도 집체화되었다. 즉 당시에 이미 상당한 규모로 도시화가 추진된 셈이다.
그러므로 중국의 도시화율은 지금 통계치로 계산되어 제시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중국 연해지역의 수출공업지대에서 경기호황시에 구인난이 벌어지는 것도 중국의 도시화 속도가 이미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현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와 같은 추론은 물론 개연성을 추정하는 단계 정도지만, 최소한 앞으로 중국의 도시화 속도가 과거 20년과 같은 속도로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즉 2020년까지 약 8년 동안 1억 4천만을 도시로 유입시키겠다는 리커창 총리의 목표는 달성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것이다.
어쨌든 중국의 유령아파트는 지금도 채워지지 않은 채 빈집으로 방치되고 있다.
필자는 중국 경제의 실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출장이나 여행으로 자주 중국을 찾았고, 갈 때마다 뻬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는 물론 랴오닝성, 허베이성, 절강성 등의 중소도시들을 답사하곤 했다. 가는 곳 어디에서나 미입주 아파트 단지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바로 옆에서는 또 다시 새로운 아파트 단지를 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켓워치의 조사 이래 3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동안 쉬지않고 아파트를 계속 지어댔으니 유령아파트의 숫자는 6,450만 채에서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분양이 이처럼 쌓여 있는데도 중국의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르기만 한다. 아무리 미분양이 쌓여 있어도 오른 가격이 아니면 팔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세계 모든 나라들의 부동산 가격이 조정을 받을 때도 중국만이 유일하게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에도 중국의 아파트 가격이 월단위로 10% 씩 오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한다.
그동안 건설회사들은 아파트 분양이 되건 말건 공사대금은 모두 받아갔으므로 매출실적과 수익을 내서 만족한다. 공사에 동원된 인부들은 일자리가 생겨서 만족한다. 그 덕에 중국의 실업률은 매우 낮게 유지된다.
아파트 건설실적으로 중국 경제가 쑥쑥 성장하므로 중앙정부도 만족한다. 이렇게 해서 그동안 중국 경제는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고, 지금도 7-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폭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그에 따라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들은 수출이 줄어들면서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이 유령 아파트, 유령도시 건설에 있는 것이다.(대대적인 SOC 투자를 병행하기도 했다)
이는 다음의 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표> 2011년 세계 주요국 GDP 구성 비교
(주: 중국의 순수출 3.88%는 별도로 계산한 것이라서 ?를 붙여놓았음. 통계포털의 자료 그대로 수출-수입으로 계산하면 2.58%인데, 전체의 합이 100%가 안나옴. 이는 통계포털에 제시하는 중국의 수출, 수입 데이터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임. 중국의 통계에 대해서는 차후 별도 확인 예정임)
<표>는 세계 주요국의 국내총생산 구성을 지출 측면에서 살펴본 것이다. 이를 보면 중국의 민간소비 비중 약 34%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적고, 대신 고정자본 투자(아파트 건설이 여기에 들어간다.) 비중 약 46%는 턱없이 높은 수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정자본 투자 비중 46%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는 다음의 <그림>을 통하여 시각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그림> 주요국의 연도별 고정자본 투자 비율
(단위: GDP 대비 비율)
(출처: 국가통계포털의 자료로부터 필자가 가공)
<그림>을 보면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비중 46%가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수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08년 경제위기 이후 세계 모든 나라들의 고정자산 투자비중이 하락하고 있는데도 중국만이 유일하게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도 눈에 띈다.
우선 1991년의 부동산 버블 붕괴로 유명한 일본의 경우를 보자. 부동산 버블의 절정기였던 1990년에 그 비중은 32.14%였다. 그리고 버블 붕괴 이후 20년째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 다음 우리나라의 추이를 살펴보면, 35%를 넘던 비중이 97년말 외환위기를 겪고 나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 이후로는 지금까지 28-29% 선을 유지하다가 2012년 현재는 26.71%까지 줄어들었다.(그래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스페인은 2008년 세계 경제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선진국 중에서 부동산 버블이 가장 심했던 나라인데, 버블의 절정기였던 2007년에 30.68%를 기록하였다. 그 뒤 버블 붕괴와 함께 그 비율이 급락하고 있다.
스페인을 제외한 서양 선진국들의 역대 기록을 보면 대부분 20% 미만을 유지한다. 미국의 부동산버블이 가장 심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그래프를 보면 부동산버블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조차 20%를 넘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들의 부동산버블이 미국보다 훨씬 더 심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이후 아파트에 대한 투기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재개발, 재건축, 신도시 조성 등으로 나라 전체가 아파트를 지어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 때조차 고정자산 투자 비중이 30%를 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고정자산 투자 비중이 30%를 넘는 것이 얼마나 과열상황인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여러 나라의 역사적 사례를 통해 30%가 어느 정도 기준점이 됨을 알 수 있다. 30%를 넘는 고정자산 투자 비중은 장기로 볼 때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역시 그래프에서 1990년의 비중은 24.95%로 그리 높지 않았는데, 그 이후부터 매우 급격하게 높아졌다. 앞서 중국이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어떤 상황에 처했었는지를 설명했다. 당시 흔들리는 민심을 수습하고자 높은 경제성장률을 원했고 당장 손쉬운 해결책으로 고정자산 투자를 급격하게 늘렸던 것이다.
그 뒤로는 이와 같은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2008년 세계 경제 위기로 수출산업이 위기에 처하자 다시 한 번 고정자산 투자를 증가시킨 끝에 그 비중이 46%에 이른다는 기형적인 모습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주: 2003년의 투자비중이 45%를 넘는 것은 좀 이상하다. 예전 통계에서는 40%대였던 것인데, 통계포털의 데이터 입력 과정에서의 실수가 아닌가 싶다.)
그 결과 중국 경제는 지금까지 고속성장을 자랑할 수 있었다.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위기에 처한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7%가 넘는 성장률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너무 빠른 성장이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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