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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굽이진 길, the long and winding road.

◆자연운명학

by 21세기 나의조국 2011. 5. 1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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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굽이진 길, the long and winding road.   

 2011.5.12  호호당의 김태규님

 

 

 

밤 시간 거니는 뒷산 산책길, 늘 거니는 그 길은 내린 비로 폭신했다.

 

아침 시각 지난밤의 일을 돌이켜보니, 나는 땅과 연애를 했었나 보다. 내어딛는 한 걸음마다 젖은 땅은 수줍고 섬세한 몸짓이었고 나는 분명 그 떨림을 감지하고 있었다.

 

손전등 불빛을 받아 자태를 드러내는 철쭉 그리고 야생화들은 미처 떨어지지 않은 빗방울을 머금어 더 없이 함초롬했고, 어느덧 민들레 홀씨들이 짙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받으며 허공을 한가로이 헤엄쳐가고 있었다. 어디로 가니?

 

우리 강아지들은 언제나처럼 여기저기 냄새를 맡고 오줌을 지리며 돌아다녔고, 산의 고양이들은 그 모습을 거리를 두고 지켜보았다.

 

멀리 아래 공사현장에서 쌓아놓은 물건이 쓰러졌는지 둔탁한 소리가 언덕 위로 울려오자 강아지들은 호들갑을 떨며 나와 눈빛을 마주쳐왔다. 아빠, 저건 뭐지? 괜찮은 건가? 하며.

 

매일 밤 길고양이 먹이 주는 일을 거르는 법이 없지만 그럼에도 그 많았던 길고양이들은 지난 겨울 독감으로 이제 보이지가 않는다. 저번 여름 장마철에 비에 흠뻑 젖은 모습의 버려진 고슴도치는 입양되어서 다행이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삶만이 아니라 죽음 또한 일상인 것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생명이란 실로 덧없는 것이기도 하다. 덧없는 생명이기에 그래서 오히려 驚異(경이)로운 것인지도 모른다.

 

이따금 물어보게 된다, 삶이란 그 자체로서 예외적인 일이라서 더욱 畏敬(외경)스럽고 驚異(경이)로운 것이 아닐까 하고.

 

또 물어보게 된다, 오히려 예외적일 수 있는 삶이건만 또한 어떤 도달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를 되묻게 된다.

 

잠시 살다갈 뿐인 우리가 과연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어디일까? 무엇을 찾고자 하는 것일까? 이 영문도 없고 출처도 없는 간절한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또 이런 생각을 할 때면 으레 그리고 절로 어디선가 들려와 머릿속에 울려 퍼지고 가슴 속을 가득 메우는 소리 없는 저 음악은 또 무엇일까? 우리 모두마다 가슴 속에 줄 달린 琴(금)을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비 내린 다음 날이건만 하늘은 여전히 구름이 많다, 그래서 오늘 나는 감상적인지 아니면 사색적인지 아무튼 그렇다.

 

우리가 그 많은 굽이를 돌고 돌아 다다르고자 하는 거기는 무엇일까?

 

그간 많은 사색을 통해서 또 삶의 체험을 통해서 하나의 잠정적 결론을 얻은 것 같다.

 

결론인 즉, 그것은 모든 것이 하나인 상태, 남과 나는 물론 살아있는 모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것들, 산과 강, 바람, 바위 등등 모두를 구분하거나 가리지 않고 그 모두가 오로지 하나인 상태, 그로서 삶도 죽음도 아닌 그냥 그 자체로서 永遠(영원)인 그곳에 우리가 도달하고자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 상태를 좀처럼 체험할 수 없는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른 여러 유사한 상태를 통해 잠시 맛을 보기도 한다는 생각이다. 가령 그토록 그리던 사람의 품속에서 그러하듯이.

 

그래서 저 숱한 대중가요의 노랫말과 멜로디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리라.

 

오늘은 길게 얘기하기가 싫은 마음이다. 그냥 지금 듣고 있는 비틀즈 멤버 폴 메카트니의 애절한 노랫말을 옮김으로써 마무리하려 한다.

 

제목은 ‘멀고 굽이진 길’, ‘the long and winding road’.

 

The long and winding road that leads to your door, will never disappear, I've seen that road before. It always leads me here. Lead me to your door.

 

멀고 굽이진 길, 그 길은 나를 당신의 문 앞으로 인도하겠지요, 그러니 결코 사라지진 않겠지요, 난 그 길을 예전에 보았답니다. 그런데 길은 언제나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주네요, (그러니 제발) 당신의 문 앞으로 데려다주세요.

 

The wild and windy night that the rain washed away, has left a pool of tears, crying for the day. Why leave me standing here? Let me know the way.

 

험하고 바람 세찬 밤, 모든 것이 비에 쓸려가고, 내게는 눈물 바다를 안겨주니 아침을 기다리며 울었지요. 왜 나를 여기에 내버려 두고 있나요, 제발 길을 알도록 해 주세요.

 

Many times I've been alone, many times I've cried. Anyway you'll never know the many ways I've tried.

 

너무나 많은 시간 동안 난 홀로였고, 너무나 오랫 동안 나는 울어야 했지요. 그러나 당신은 내가 찾아 헤맨 그 많은 길들을 알리야 없겠지요.

 

And still they lead me back to the long, winding road. You left me waiting here a long long time ago. Don't leave me standing here. Lead me to your door.

 

그럼에도 그 길들은 나를 또 다시 멀고 굽이진 길로 데려다 주네요. 당신은 아주 아주 오래 전에 이곳에서 내가 당신을 기다리도록 했지요. 나를 여기에 서있게 하지 마세요, (그러니 제발) 당신의 문 앞으로 인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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