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라이프!
2011.5.16 호호당의 김태규님
5월의 태양이 저리도 눈부시다. 오는 토요일 21일이면 小滿(소만), 금요일까지 5일간은 봄의 마지막 날들이고 그로서 화려하고 힘찬 여름이 열린다.
흔히들 기후가 이상해져서 봄가을이 짧다고 사람들은 말을 하지만, 그건 사실 그렇지가 않다. 한해를 보면 4월 초부터 5월 20 일의 소만까지 한 달 반, 10월 초부터 11월 20 일의 소설까지 한 달 반, 합쳐서 세 달의 기간이 가장 살기 좋은 기간이니 이는 예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한 해는 열 두 달인데 살기 좋은 때는 겨우 석 달이니 전체의 1/4 에 불과하다. 늘 그렇다. 나머지 아홉 달의 절반은 춥고 또 절반은 더워서 나들이도 그렇고 지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이런 생각도 든다. 우리가 한 평생 살아가면서 좋은 날 역시 전체의 1/4 에 불과하다는 생각. 나머지 3/4 은 고갯길을 오르느라 힘이 들고, 내려가는 길이 가팔라서 힘든 게 아닌가 싶다.
4월 초부터 5월 소만까지의 늦봄은 이제 시작한다는 생각과 설레는 마음 때문에 좋은 계절이고, 10 월 초부터 11월 20 일까지의 늦가을은 이제 그간의 고생이 끝나고 보람찬 결실을 보았다는 뿌듯함으로 좋은 계절이 아닌가 싶다.
여름은 욕망의 계절이니 더러 욕심이 너무 사나운 나머지 마음 고생을 하고, 겨울은 쓸쓸하니 의욕이 없고 모든 것이 시들게 되니 또한 자칫 마음 고생을 한다.
그러니 그 마음 하나를 계절에 따라 다잡지 않고 잘 단속하지 않으면 우리 마음에 쉬는 날이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면서 존재감 없음으로 해서 서럽고 힘든 세월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지나치게 자신만만하고 앞만 보고 달려가면서 ‘세상은 강자의 세상, 약자는 비켜라!’를 외치다 보면 자칫 인심을 잃게 되고 훗날의 재앙을 심게 된다.
인생살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 즉 다 살아본 사람은 이미 가고 없으니 말이 없고, 남은 우리는 모두가 인생 연륜에 어느 정도 차이야 있겠으나 어차피 다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로 채워진 세상이라 때로는 세상살이 만만해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 팍팍한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모두 자신의 처한 처지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것이니 그게 짝눈이 되고 偏見(편견)이 되며 그것이 지나치면 훗날 응분의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
지나침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더러 지나침도 필요하다고 본다. 흔히 자동차도 고속도로에 나가 한 번 세게 밟아주어야 엔진이 부들부들해져서 차가 잘 나간다는 말을 듣고 또 하게도 되는바, 삶에는 더러 지나친 때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너무 경계할 것만은 아니라 해도 ‘지나친 것이 결국은 좋지 않구나!’ 하고 느끼고 반성할 정도의 지나침에 그쳐야 할 것이다. ‘젊어서 한 때 혈기’라는 말처럼 나이 들면 혈기도 그치고 다스릴 줄 알아야 하는 법처럼 그런 것이다.
이처럼 지나침을 피하기 위해 때론 지나쳐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결국은 우리가 경험만이 아니라 다양한 교양 습득을 통해 나름의 성찰과 수양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 해를 통해 사계절이 있으니 우리 삶에도 사계절이 있다. 이게 운명학의 핵심 요체이다.
그러니 여름 더위가 무덥다고 짜증만 부릴 것이 아니라, 그 여름을 견디면서 슬기롭게 보내는 지혜도 필요할 것이며, 겨울이 춥고 따분하다고 무기력하게 지낼 것이 아니라 그 겨울을 슬기롭게 보낼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한 법이다.
봄가을 역시 보내기 좋은 계절이지만, 그 또한 나름의 교양과 수양이 있으면 더욱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니 그렇다.
최근 들어 人文學(인문학)이 중요하다는 말이 우리 사회에 떠돌고 있다. 일견 바람직한 현상처럼 보이지만, 실은 다소 요란스럽고 ‘오버’하는 구석이 느껴진다.
인문학이 강조된다는 것은 지금의 시절이 인문학은 아무 것도 아닌 세상이라는 말도 되고, 반대로 먹고 살만 하니 찾게 되는 인문학이란 생각도 드는 것이다.
인문학이란 것이 먹고 살만 해져야 찾는 그런 물품이 아니다, 그런 거라면 사치품에 들어간다. 물론 인문학에는 허영과 사치를 위한 기호품적인 성격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인문학 본연의 에센스가 아니다.
인문학의 에센스는 남도 아닌 내 인생 사계절 전체를 통틀어 알뜰하게 즐기고 감상할 수 있는 성찰과 수양을 우리에게 줄 수 있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한 평생 때론 힘들고 때론 마냥 즐겁기도 하지만, 그런 것을 떠나 한 번 태어나 살다 가면 다시 얻기 어려운 우리 삶의 모든 과정을 통으로 제대로 맛볼 수 있도록 한다는데 인문학의 정수가 있는 것이다.
得意(득의)한 호시절이라면 立身揚名(입신양명)도 바라보지만, 失意(실의)한 시절이라면 安心立命(안심입명)도 나름 나쁘지 않다는 것을 어디서 배울 수 있겠는가, 인문학이 아니면?
고전 속에는 득의양양했던 사람들의 얘기 가득하고, 실의했어도 안심입명하면서 조촐하게 삶을 누리다 간 사람들의 얘기 또한 가득하다. 그 모든 것이 다 가득한 것이 인문학이다.
득의양양한 나머지 교만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대해본들 그 속에서 겨울을 느낄 수 있겠는가? 결코 없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봐둘 것을 권고하고 싶다. 당장 마음 속으로 들어오진 않겠지만 언젠가 그대 삶의 겨울이 오면 그때 어느 날 문득 그 차갑고 건조한 세한도가 눈앞에 떠오를 것이니 말이다.
실의에 찬 나머지 모든 것이 회색인 사람에게는 외려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당장은 그것이 일장춘몽이고 나와는 아무 인연 없는 헛된 바람에 지내지 않겠지만, 그대 삶에 늦봄이 오고 여름이 찾아오면 그 꿈은 현실의 일이 될 것이니 그때 가면 화려한 彩雲(채운)의 경계를 제대로 즐기라고 미리 일독을 권하고 싶은 것이다.
인문학은 힘들고 어려울 때 의지와 기개를 잃지 않도록 해주고, 득의할 때 그대가 교만 일변도로 치닫지 않도록 제동을 걸어주니 어찌 인문학이 사치 호화 기호품에 그치겠는가!
당신의 스마트한 삶을 위해서 말이다.
여름 속에서 겨울을 느끼고 겨울 한 가운데에서 여름의 빛을 본다면 그건 그대가 도사가 되었다는 얘기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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