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쯤 가고 있을까? 지금 우리는
2011.4.27 호호당의 김태규님
아침 신문에 보니 100 대 건설사들의 PF 지급보증 규모가 64 조원이라 한다. 그간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참 잘도 지어대더니 오늘에 이르러 그게 걱정이라고 한다.
혹시 이해가 부족하신 분이 있을 것이니 좀 설명하면, 땅의 소유주가 땅을 제공하고 거기에 아파트나 상가 건물을 올릴 경우 소요자금을 금융회사로부터 대출 받게 되는데 그 담보로서 건설사가 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PF 사업이다.
물론 사전이든 사후든 분양이 잘 되어 자금이 회수되고 더하여 이익까지 나면 그로서 아무 문제가 없고 건설사가 섰던 지급보증도 사라져버린다. 그러니 현재 64 조원의 지급보증이 있다는 말은 현재 건축 중이거나 아니면 분양이 되지 않아 건설사가 여차하면 책임져야할 금액이 64 조원이라는 뜻이다.
우리 경제규모가 워낙 커지다보니 64 조원이라는 것이 사실 어느 정도 규모인지 상상도 실감도 잘 가지 않는다. 국내 100 대 건설사의 자기자본 규모가 62 조원, 반면 기존 부채 106 조원에 PF 보증규모 64 조원을 합하면 170 조원이 되니 사실상의 부채비율은 202 %가 된다.
지난 2 년 동안 부동산이 심하게 하락한 것도 아니고 보합을 유지했건만, 적자를 본 건설사가 전체의 1/4 이라 한다. 게다가 현재 진행 중인 부동산 개발 사업(PF 사업)의 지금보증 규모가 64 조원이라 하니 부동산 시장이 급상승세를 보이지 않는 한 이미 해결할 길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보합 상태에서 이 지경이니 약간의 하락세만 나타난다면 연쇄도산은 기정사실인 것이다.
자료를 살펴보니 상위 10 위권 건설사 중에서 작년 여름 용산역세권 개발 사업에서 갖은 욕을 먹으면서도 눈 딱 감고 매정하게 그간의 사업추진비를 손절처리하고 손을 뗀 삼성물산만이 부채비율이 82 % 일 뿐, 나머지 10 위안에 드는 대형 건설사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175 % 에 달한다.
사업이란 게 원래 이런 것이지만, 이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도 현실이다.
가계부채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우리나라이고,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같은 공기업의 부채 또한 엄청나다.
그런가 하면 기업들의 부채 규모도 최근 놀라울 정도로 급증해왔다.
우리의 30 대 기업 중에서 공기업을 제외한 24 개 민간기업의 부채는 2008 년말 547 조원에서 현재 803 조원이 되었다 하니 3 년도 되지 않은 사이에 46 %나 급증했다.
얼마 전 1인당 GDP가 달러 기준으로 2만 달러를 회복했다는 소식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각 경제주체별 부채는 놀라울 정도로 늘어난 것이니 그간의 소득 증가는 사실상 국가 전체가 대출이나 차입을 통해서 경제를 돌리고 있음을 말해준다. ‘빚더미 경제’로 전락한 것이니 경제의 質(질)이 아주 나빠졌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서 자기 돈에 더하여 빚을 내어 주식투자할 경우, 증시가 상승하면 자기 돈에 비해 수익률이 더 높아지는 소위 ‘레버리지 투자’를 국가 전체가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그간 金利(금리)가 미국의 제로 금리로 해서 지극히 낮게 유지되다 보니 생겨난 현상이라 하겠다.
이에 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되는가? 금리 결정 권한을 한국은행이 쥐고 있다고 해서 마냥 금리를 낮은 상태로 묶어둘 순 없는 일이다.
글로벌 경제에 철저하게 연동되어 있는 우리인지라 미국이 양적 완화를 중단하고 이어서 제로 금리에서 벗어나는 날, 우리 역시 싫든 좋든 원하든 원치 않건 간에 금리를 그에 맞추어 올리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데 우리가 금리를 낮은 상태로 고집했다가는 엄청난 인플레이션 압력을 견딜 수 없을 것이고, 덩달아 원/달러의 가파른 상승세가 불가피할 것이니 그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받아낼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정리해보면 남은 문제는 이렇다.
미국이 양적 완화 중단과 금리 인상을 시작하기 전까지 우리 스스로 레버리지 비율을 줄이고 부채를 줄여나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의 양적 완화 중단 여부는 금년 6월이면 결정이 날 것인데, 만일 중단이 된다면 이어서 금리 인상이 핵심 이슈로 대두될 것이다. 그리하여 금년 9월 경 미국이 약간이라도 금리를 인상한다고 하자.
지금이 4월이니 9월까지 그래봐야 겨우 다섯 달에 불과하다.
우리가 2008 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결국 택한 방법이 부채비율을 높이는 레버리지 방식의 경기부양이었다. 당장 그 방법밖에 없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늦어도 작년 가을 무렵부터는 어렵지만 모든 경제주체들의 부채비율을 축소하는 길로 갔어야 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미 우리경제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이른바 失機(실기)한 셈이다.
그 마당에 정치권에선 복지 논쟁, 즉 빚을 더 늘려서라도 얼마나 더 쓰느냐 하는 논쟁, 표 좀 얻어 보려는 여야 간 대중영합주의 경쟁이 극에 달했으니 부채축소의 기회를 놓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미국이 과연 언제쯤이면 금리 인상을 시도할 것인지 그건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만 분명한 것이 하나 있으니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도하는 그 날이 바로 대한민국 경제를 ‘통으로 잡기 시작하는 첫날’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금년에 들어서면서부터 나는 경제 분야에 관한 글을 블로그에 거의 올리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어떻게 해볼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그런 마당에 무슨 흥이 나고 신이 나서 그런 글을 올리겠는가 말이다.
그러니 앞으로 다가올 문제는 간단하다.
부채비율을 어떤 이유에서건 스스로 축소하지 못했으니 강제로 축소 당함을 겪게 될 것이다.
물론 세상 이치란 것이 고통스런 숙제를 알아서 자진해서 먼저 하는 모범생은 드문 법이니, 다 때가 되면 절로 더 고통스럽게 강제로 숙제를 풀어야 할 때가 오는 것 또한 세상 이치라 하겠다.
우리가 충치를 앓으면서도 치과 가길 한사코 거부하고 핑계를 부리다가 결국 밤새 너무 아픈 다음에야 병원을 찾는 것이나 나라 전체가 그런 것이나 동일한 것이다.
그래 어디 때가 되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한 따까리 겪어보기로 하자. 호호당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망갈 생각 없다, 기꺼이 동참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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