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綠(신록)의 계절은 언제였나?
2011.4.28 호호당의 김태규님
지금 우리는 겨울 첫 추위가 오기 직전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첫 추위는 금년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이니 몇 달은 남아있다, 아직은 늦가을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겨울 어귀에 서서 우리는 봄은 언제였나, 신록의 계절은 언제였을까를 되돌아보게 된다.
KBS 의 ‘7080 콘서트’란 프로그램이 있다. 어깨 구부정한 배철수 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찾아보니 2004 년 11월 16일이 첫 방송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갑자기 언급하는 까닭은 바로 70-80 년대가 우리 사회의 봄이었고 신록의 계절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조영남 씨를 필두로 하는 세시봉 멤버들의 노래가 상당한 반응을 얻고 있으니, 이는 아마도 첫 추위를 예감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그들의 순수하고 온기서린 노래를 통해 어떤 위안을 얻고자 하는 것으로 나는 해석한다.
우리 대한민국에 있어 개나리에 이어 벚꽃과 진달래가 개화하던 시절은 1974 甲寅(갑인)년이었다.
이 무렵이 바로 세시봉 멤버들의 전성시대였던 것이다.
歌客(가객) 송창식은 1974 년 ‘나는 피리부는 사나이’란 노래로 최고의 인기를 얻었고 다음 해인 1975 년에는 ‘왜 불러’란 노래를 연달아 히트시켰다. 그런가 하면 같은 해 김민기의 ‘아침이슬’이 금지곡으로 지정되었으니 또한 시대의 상징이 되었다.
가히 그 무렵이 우리에게 있어 꽃피는 시절이자 抒情(서정)의 시대였던 셈이다.
물론 그들은 시대를 끌어가는 주역이 아니었다. 그냥 청년들이었기에 발랄하게 피어나고 싶은 젊은이답게 저항하고 반항했던 것이지만, 아무튼 그게 대한민국 보통 사람들의 정서였고 대중들의 심정이었던 것이다.
박정희와 정주영으로 대표되는 개발 주도세력들은 노래를 부르기 보다는 열심히 씨를 뿌렸고 독하고도 엄하게 대중들을 다그쳤다. 지금 노래하고 낭만을 구가할 때가 아니라 하면서 오로지 앞만 바라보고 가자고 독려했다.
박정희와 정주영이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어낸 아버지로서 陽剛(양강)한 힘이었다면, 세시봉 멤버들과 김민기와 같은 가수들 또 고 김수환 추기경이나 여타 민주화 세력들은 대중의 피어나고픈 정서와 아픈 구석을 어루만지는 어머니로서 陰柔(음유)한 받침이었다.
오늘에 이르러 찬란하게 발전한 대한민국은 그 위대한 陽(양)과 陰(음)의 힘을 통해 이룩된 결과물인 셈이다.
이처럼 세상은 양과 음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만 진정한 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양에만 치우치면 너무 팍팍하고 모질게 되고, 음에만 치우치면 기개를 가질 수 없다. 가정에 아버지가 없다면 貧寒(빈한)을 면할 수 없고 어머니가 없다면 살풍경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대한민국은 그런 까닭으로 실로 더 없는 嚴父慈母(엄부자모)의 슬하에서 자라나 오늘날 놀라운 성취를 이룩했으니 실로 축복받은 나라라고 하겠다.
그러나 우리 사회 대중들의 현실적 정서는 여전히 嚴父(엄부)보다는 慈母(자모)에 더 쏠려있는 것이 사실이다.
왜 그런 것일까?
이유는 알고 보면 아주 간단하다.
자식에게 있어 특히 아들에게 있어 아버지는 원래 두렵고 어려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기억나는 것이라곤 엄하게 다그치던 기억만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러저러한 풍파를 겪기 마련인 것이니 그를 통해 서서히 아버지와 화해하게 된다. 여성이라면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고.
그래서 나이가 쉰을 넘어서면 어느 날, 지금과 같은 봄날 문득 먼저가신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그리워져서 홀로 산소를 찾아가 술잔을 놓고 절을 하면서 혼잣말로 화해를 시도하는 것이 또한 삶의 한 局面(국면)이다.
나는 우리 대한민국의 나이를 헤아리고 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1964 년에 출생했으니 올해가 2011 년, 따라서 대한민국의 나이는 47 세가 된다. 좀 더 있으면 어느덧 기력도 쇠하게 됨을 느끼게 될 것이니 그 무렵이면 아들은 아버지와 화해하고 딸은 어머니와 화해하게 되리라 본다.
1998 년부터 시작된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이란 것도 알고 보면 별 대단한 것이 아니다. 젊고 혈기 왕성한 아들이 아버지를 부정하고 미워했던 세월이었을 뿐이다. 이제 조만간 철이 들 것이니 그때가 되면 그간의 상처와 갈등은 씻은 듯이 사라져버릴 것이라 본다.
그런 성찰의 기간을 나는 이 블로그를 통해 ‘국운의 겨울’이라 하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겨울이란 나름의 고통과 역경도 있겠지만 또 그런 괴정을 거쳐야만 철이 들 것이 아닌가!
그러니 이 겨울이 지나면 우리 대한민국은 보다 성숙한 나라로 거듭날 것이다. 물론 성숙해지면 또 그에 따른 또 다른 도전과 과제가 있겠지만, 그건 다음 문제라 하겠다.
우리의 꽃피는 봄 그리고 초여름의 신록이 산천을 푸르게 물들이던 시절은 1974 년부터 1983 년에 걸치는 10 년의 기간이었다. (물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당시 우리는 보릿고개도 견뎌야 했었다.)
바로 7080 시대가 우리 대한민국의 늦봄이고 초여름이었던 것이니, 가수 이용복의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던 그 어린 시절’이 바로 그때였던 것이다.
(대문에 매일 봄의 꽃과 신록을 올리고 있다. 부디 즐겨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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