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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심문관

노짱, 문프

by 21세기 나의조국 2011. 4. 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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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심문관
(서프라이즈 / 초모룽마 / 2011-04-03)

 


좀 충격적인 얘기야. 그렇다고 뭐 전혀 새삼스런 것은 아니지. 현재에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 프로이트가 현대 문학의 가장 극적인 장면이라고 말했던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대심문관’ 편에 나오는 얘기야.

 

예수라는 사람이 있어. 그에 대해 여러 가지 평이 있지만 그 중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인류의 교사’라는 타이틀이지. 멋지지 않아? 과연 그는 인류에게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려고 그런 고통, 자기희생을 무릅썼는가, 그게 궁금해지네.

 

그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썰이 있지만, 필자는 그가 사람들에게 ‘자유’를 가르치려 했다고 봐. 네 속에 하느님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우쳐라, 그 하느님은 사람을 사랑하라고 가르쳤다, 너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도록 세상에서 그걸 실천해라, 그것이 곧 너희들이 진실로 찾아 헤매던 자유이니라, 바로 이것이라고 봐. 도스토옙스키도 아마 이걸 깨달았을 거야. <대심문관>은 결국 이 자유에 대한 얘기거든.

 

예수는 곧 죽을 운명이었지. 당시에 그런 종류의 자유를 가르치다간 이단으로 몰리기 십상이거든. 하여튼, 예수가 죽자 그의 가르침을 어떻게 해석하고 전파할 것인가,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을 거야. ‘친예수’ 논쟁도 벌어졌을 거고. 누가 진정한 예수의 제자냐, 즉 그의 가르침을 누가 옳게 해석하고 실천하고 있느냐….

 

다들 알다시피 이 논쟁에서 바울이 승리하지. 예수를 따라다니며 그의 말을 직접 듣고 그의 행동을 옆에서 지켜봤던 제자들이 아니라, 생전 예수를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예수파를 때려잡고자 다마스쿠스로 가던 중 예수를 깨닫게 되었다던 그 바울 말이야.

 

바울은, 예수의 교회를 세웠어. 교회는 놀라운 속도로 퍼져 나갔지. 하지만, 예수의 적자임을 자부한 바울이 그를 위해 만들었던 교회, 바울에 이어 로마주교(교황)들이 예수를 전파하고자 했던 그 교회에 사실 예수, 더 정확히는 예수가 인류에게 말씀하시고자 했던 그 자유에 대한 말씀이 없었어. 이런 아이러니가 달리 없지. 자기 교회에서 예수가 쫓겨난 거라고. 이 글의 주제이자 <대심문관> 스토리가 바로 이거지.

 

때는… 중세 말기, 예수가 돌연 스페인 세비야에 나타났다는 거지. 그때 그곳은 마녀사냥 또는 종교재판이 거의 오르가슴 수준에 오르고 있었지. 한마디로 무시무시했어. 하루에도 몇 번씩 교회의 말을 듣지 않는 자, 신성한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들이 화형주에서 불태워지곤 했다네. 그곳에 예수가 예고도 없이 거의 천오백 년 만에 나타나 예의 거리 설교로, 자유를 전파하기 시작한 거야. 사람들이 웅성거리지 시작했지.

 

당시 세비야의 절대권력자는 추기경 토르케마다였지. 종교재판을 총 지휘하는 ‘대심문관’ 말이야. 세속의 왕도 감히 넘볼 수 없는 권력의 소유자였어. 그의 말 한마디에 왕은 자기 신하 수백 명을 화형주의 장작더미 위에 내줄 정도였거든.

 

이런 때 예수가 나타난 거야. 예수 대 토르케마다. 스승 대 제자, 목자 대 양, 가난한 거리의 교사 대 절대권력을 가진 추기경. 가르치는 것도 서로 달랐어. 전자는 진짜 자유, 후자는 가짜…. 독실하기로 유명한 세비야 사람들이 누구의 말을 따라겠어? 즉, 예수는 어찌 됐겠느냐고?

 

이미 눈치챘을 거야. 토르케마다의 명령 한마디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 예수를 체포했지. 죄목은? 이단. 어쩜 예루살렘에서 15세기 전에 일어났던 것과 이렇게 똑같을 수 있지? 도대체 예수는, 그의 가르침은 어디로 증발해버렸느냐고?

 

체포된 예수를 토르케마다가 심문했어. 당신이 가르쳤던 진짜 자유가 두려워서, 그것으로부터 도망쳐 사람들이 교회로 몰려왔다고 말이야.

 

“너는 인간들에게 자유를 설파했지…. 오히려 그들을 두렵게 만드는 자유를…. 내일이면 저 온순한 무리들이 네가 올라가게 될 장작더미 위에 숯불을 가져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예수는 말없이 미소 짓기만 했지. 토르케마다는 가짜 예수를 팔아 돈과 권력을 쌓아왔는데 진짜 예수가 나타났으니 환장할 노릇이었지. 하지만, 차마 예수를 화형주에 올리지는 못하겠던지 도시 밖으로 추방하면서 그의 뒤에 대고 소리쳤지.

 

“다시는 돌아오지 마”

 

예수는 자기의 제자, 교회에 의해 쫓겨난 거야. 이 스토리에 대해 정신분석의 대가 프로이트가 무릎을 쳤다면, 그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얘기란 걸 의미하지 않겠어? 허구일 뿐이라고? 사이비 근본주의화하고 있는 미국 복음교회와 한기총을 보면 그런 소리 못할걸.

 

교회가 처음부터 예수와 예수의 가르침을 쫓아냈겠어? 예수(의 가르침)보다는 교회(의 권력)를 앞세우는 것, 하느님을 스스로 깨닫기보다는 꼭 교회를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게 하는 것, 예수를 가슴에 새기기보다 팔아먹는 것,

 

진짜 예수보다 가짜를 설교하는 것이 훨씬 돈과 권력이 붙는다는 것을 차츰 알아차렸기 때문에 예수를 추방했겠지. 물론 아직도 교회에서 예수가 불려지고 있지만 그건 가짜일 가능성이 높아. 진짜는 말은 줄이고 행동으로, 실천으로 옮기거든. 예수가 그랬듯이 말이야.

 

▲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가 열린 지난 2009년 7월 10일 오후 봉하마을에 노 전 대통령의 대형 걸개그림이 걸려 있다. ⓒ이치열 기자

 

이게 기독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겠어? 정치에서는 더 흔할 거야. 아마 노무현 대통령이 누워계시는 봉하마을, 김해에서도 지금 그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지. 진짜 노무현 정신은 쫓겨나고 가짜들이 큰소리치는 것 말이야.

 

필자가 오직 바라는 건 이명박들 꼴 보기 없는 세상, 노무현 정신이 다시 살아 움직이는 거야. 누가 그걸 살릴 수 있느냐 하는 것에 아직 확신도 없어.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서프 사태 이후 그리고 김해을 보선 후보단일화 협상을 보면서 유시민과 참여당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어. 정확히는 지금 그걸 확인해가는 중이라고 보면 돼.

 

(이 글은 유시민과 참여당, 그들이 말하는 노무현 정신이 진짜라는 믿음과 기대가 있기 때문에 쓰는 거야. 그 기대가 점차 소멸해가고 있는 중이기는 하지만 말이지)

입으로만 노무현을 계승하겠다고 하고 당헌강령에 노무현의 정신이라는 문구 넣는다고, 또 내가 적자요 너는 가짜라고 목소리 높여 외친다고 진짜 노무현 정신이라고 할 수 없지.

 

예수의 진짜 가르침이 뭔지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오직 교회 세우는 데만 급급했던 초기 기독교를 보라고. 그 교회가 로마를 이겨서 뭐해? 막상 예수의 가르침은 왜곡됐는데. 유시민과 참여당이 정치공학이나 몰두하는 삼류정당이 아니고 백 년 가는 개혁정당, 더구나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는 유일한 진짜 정당이라면 지금 이 시점에서 뭣을 얻어낼까 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이 진짜 노무현 정신을 살려내고 널리 퍼지게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민주당? 필자도 걔들 진짜 마음 안 들어. 그들이 한 짓도 잘 알고 있고 아직 궁물들도 많아. 하지만, 노무현 서거 이후 그들의 움직임, 달라지고 있잖아? 설사 민주당이 아직까지 똥물 튀기고 있다고 치자.

 

노무현을 계승한다는 백 년 개혁정당이 그 민주당보다 확실히 다른 것, 나아진 것 행동으로 보여준 적 있어? 없잖아. 욕하면서 배운다고, 요즘은 민주당보다 더 심해 보이던데?

 

야권후보단일화 과정만 해도 그래. 친노인사들과 연대의 엄연한 당사자인 민주당에 노무현정신 계승 자격 없다고 하는 것은 그래 뭐 일면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렇지만,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시민단체마저 싸잡아 비난할 건 뭐야? 뭐를 남길 건데? 노회찬류 진보신당과 이명박-박근혜? 그래서 요즘 그쪽에 좋은 말만 던지나?

 

누누이 강조하지만, 노무현 정신은 균형, 연대, 통합으로 향하는 하나의 운동이잖아. 유시민과 참여당과 그 지지자들은 지금 그 길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거라고. 적어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보고 있다는 게 맞아. 그걸 이용해 먹는 자들도 있어 보이고. 유시민과 참여당은 자기 지지자들을 상대로만 정치할 거야?

 

당파적 이익 우선 행동 때문에 참여당이 내세우는 노무현 정신이 독선, 오기, 분열로 비춰지면 어쩔 것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수권정당, 백년정당이 되면 뭐해? 노무현정신이 없는데. 이천 년 된 교회에 예수의 가르침이 일찌감치 사라진 것처럼 말이야.

 

그게 오해라고 해도, 유시민과 참여당, 지지자들의 행동은 지금 예수(의 가르침) 없는 교회를 닮아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개인 노무현이야 없어도 좋아. 하지만, 여러분들의 행동에는 노무현 정신이 들어 있어야 한다고. 말이 아니라 행동, 실천, 참여로 말이야. 그게 창당 이유 아니야?

 

<대심문관>을 떠올려보자고. 즉, 지금 노무현이 후보단일화 협상을 하는 장소에, 봉하마을 김해에 나타났다고 가정해보자는 거지. 노무현을 김해에 들어오기도 전에 쫓아낼 거야? 설마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믿어. 하지만, 그렇게 될까 봐 조마조마하다고. 지금 노무현 정신이 고향 땅을 흔쾌히 밟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고.

 

 

초모룽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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