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寒(대한)의 땅
2011.1.17 호호당의 김태규님
맹추위가 ‘포스’를 뽐내고 있다. 온난화를 주장하던 학자들은 열불이 났으리라, 이건 온난화 추세 과정 중에 있는 잠시의 반대 흐름에 불과하다는 방어논리를 만들어내느라 이마가 후끈거릴 것도 같다. 자칫 기상학자들만 온난화를 겪는 게 아닐까 하고 키득키득! 해본다.
이번 목요일이 大寒(대한)이다. 대한이란 가장 춥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반도는 본디부터 소한과 대한의 중간 지점에서 가장 춥다. 지금이 바로 그 때에 해당된다. 그간 이 블로그를 읽어오신 분들은 내가 새로운 절기가 올 때마다 관련하여 글을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절기에 관해 글을 쓰는 까닭? 당연히 있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일들과 또 그 과정, 시리고 아프고 힘든 때가 당연히 있기 마련이고 그런가 하면 따뜻하고 즐겁고 편안한 때도 만나기 마련이다.
이것이 무엇인가? 이것을 무엇에 비유해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節氣(절기)에 있다고 보기에 절기마다 이런 글을 쓴다.
가령 大寒(대한)은 가장 추운 때, 그러니 지금 당신의 삶이 어느 때보다 시리고 앞으로 따뜻해질 가망이 없어 보인다면 그것은 당신이 지금 당신 삶의 순환에 있어 大寒(대한)을 지나고 있음이다.
사람은 희망이 없으면 살지 못한다. 당장 입으로 밥이 들어갈 지라도 희망이 없이는 시름시름 간다. 그러나 지금 가망이 없다고 당신이 느낀다면 그건 당신의 착각일 뿐이고 속좁은 견해일 뿐이다. 그냥 당신은 당신의 삶에서 대한을 맞이하고 있을 뿐이다.
밖을 보라, 대한 지나 조금 있으면 입춘이 오고 봄이 오고 시간이 지나면 햇빛 온화한 춘삼월이 오지 않는가, 저 밖의 자연은 늘 그렇게 가고 있지 않은가!
가망 혹은 희망이 없다는 생각은 지레 짐작인 것이고, 당신 역시 자연의 일부이니 저 자연처럼 추운 나날을 보내다 보면 어느덧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따뜻한 볕이 서려올 것이니 내 그런 까닭으로 여기에 절기를 말하는 것이다.
지금 창 너머 저 바깥세상은 몹시도 춥다. 그 추위가 절정이니 大寒(대한)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그 계절은 서로가 다르다.
지금 이 시각에도 그러니까 2011 년 1월 17 일의 시점에도 운명의 계절이 가장 덥고 왕성한 大暑(대서)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햇빛 반가운 4월의 淸明(청명)인 사람도 있을 것이며 이제 바야흐로 인생의 결실을 눈앞에 둔 白露(백로)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살아온 경험이 다른 데에 더하여 저마다 처한 계절과 절기가 다르니 우리들은 너무나도 자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여름 속에 있는 자는 겨울인 자를 이해하지 못 하고 겨울인 자는 여름인 사람을 야속하다 여긴다. 희망이 무르익는 늦봄인 자는 늦가을이 되어 수확을 얻고도 한편으론 씁쓸해하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들은 이처럼 저마다의 경험과 계절이 다른 탓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오해하기가 더 쉽다. 그러나 우리가 ‘한해살이’가 아니고 여러 해를 살아가는 존재이니 해마다 일정한 순환의 마디들을 알게 모르게 겪어가는 가운데 어림짐작이나마 남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고 잘은 몰라도 대충은 알게 된다.
이른바 年輪(연륜)이라 우리가 부르는 것이니 이는 살아봐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리 알아보는 방법은 없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기 마련이니 그 방편으로서의 節氣(절기)인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나는 새로운 節氣(절기)가 들 때마다 그에 대해 소개하고 얘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절기를 통해 우리의 삶과 그 과정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삶에는 세 번의 바닥이 있다. 희망이 가장 희미한 바닥이 있으니 그게 冬至(동지)이고 열기가 가장 없어 추운 바닥이 있으니 이것이 大寒(대한)이다. 그리고 또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모두 꽉 막힌 때가 있으니 이것은 양력 2월의 雨水(우수)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는 1961 년이 국운의 大寒(대한)이었다. 박정희 장군은 나를 믿고 따라오면 배 안 굶고 춥지 않게 해주겠다는 혁명 공약을 걸었고 국민들은 그 말에서 한 가닥 희망을 보았던 것이다.
이에 박정희 장군이 대통령이 되어 우리 국민 헐벗고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주야로 노심초사했고, 국민들은 새마을 운동 하고 독일 가고 중동 가고 월남도 가서 돈을 벌어왔다. 심한 독재였지만, 춥고 배고픈 것보다야 훨 나았다.
최근 들어 ‘正義(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제법 팔리는가 보다. 내 생각에 최소한의 기본적 정의는 굶지 않고 추위에 떨지 않는 것이다. 이는 살아가는 것이 정의라는 생각이다. 원초적일 수도 있지만 일단은 가장 급한 정의가 아니겠는가! 그런 관점에서 박정희는 ‘正義(정의)의 지도자’였다.
다시 돌아와서 얘기한다. 동지에서 해가 가장 짧고 다음 날부터 길어지건만 추위는 그 한 달 뒤인 대한에 와서 가장 심한 까닭은 온도는 땅과 관련이 되기 때문이다.
동지에서 해가 다시 길어져도 땅이 그로 해서 데워지는 것은 한 달 뒤인 대한 때부터이다.
그러니 빛의 바닥 뒤에 열의 바닥이 오는 셈이고 또 그 뒤에 지친 나머지 오는 움직임의 바닥이 오는 것이다.
우리 몸 역시 2월 20 일경의 雨水(우수)에 이르러 가장 힘들다. 춘곤증은 사실 이때부터 시작되지만 그것을 확연히 느끼는 것은 다시 한 달 뒤인 3월 20 일의 춘분 무렵이다.
우울증을 지닌 사람들이 춘분을 전후하여 가장 심한 증세에 시달리게 되는 것 역시 이런 연유가 있다. 춘분 무렵에 태어난 사람에게 정서가 다소 불안정한 면이 있는 것도 실은 태어난 때가 그렇기 때문이다.
동지에 태어난 사람은 희망이 적은 것이 문제이니 희망을 많이 가지고 의욕을 많이 가지는 것이 발전의 관건이 된다.
대한에 태어난 사람은 에너지가 적은 것이 문제이니 뜨거운 에너지와 열정을 가져야 발전한다.
우수에 태어난 사람은 무력하고 결단력이 떨어지니 세상을 살면서 도전하는 정신을 가져야 성공한다.
춘분에 태어난 사람은 정서가 불안정하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잘 될 거야 하는 마음을 가져야 성공한다.
이런 식으로 태어난 절기에 따라 그 사람의 약점이 있으니 그것을 보완해야 성공하고 성취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 호호당은 어떠 했을까나? 7월 25일, 그러니까 대서 무렵, 가장 뜨거울 때에 태어난 불이니 얼마나 치열하겠는가?
쿨, cool 하게 나를 식히지 않으면 절로 타 죽어버릴 것이니 과연 나는 40 대 초반에 타서 죽어버렸던 적이 있다. 그러나 세상은 끝나는 법이 없으니 한 번 죽고 나니 정갈하게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사흘 후면 大寒(대한)이다. 땅은 차가울 대로 차갑다. 그러나 그 땅은 무수한 생명들이 발을 붙이고 몸을 실어야 하는 곳이다. 땅이 차가우니 저 밖의 많은 생명들이 춥고 힘들 것이다. 북녘의 우리 동포들이 그럴 것이며, 산과 들의 많은 생명들이 그럴 것이다. 도시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많은 길고양이들이 그럴 것이다.
따뜻한 방에서 생각하고 글을 쓰고 있지만 그런 곳에 생각이 미치니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가 없다.
그러니 하느님, 평소 제가 당신의 이름을 잘 찾아 부르지는 않사오나 당신의 은총이 차가운 대지 위에 가득하길 바라오며 여러 불보살님들 그 자애로운 손으로 저 들과 산의 무수한 중생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시기를 바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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