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그리고 反旗(반기)
2011.1.11 호호당의 김태규님
종편채널이 작년 말로서 발표되었다. 그런데 그 내용에 대해 의외로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으니 오늘은 그에 대해 짧게 얘기하고자 한다.
이 스토리는 미디어를 통해 대중장악을 목표로 했던 김대중 정부 때부터 시작된 ‘조중동’ 무력화 작전으로부터 시작이 된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이라는 경쟁마를 키우고 기존의 한겨레를 열심히 성원했으며 MBC를 내세워 조중동 죽이기에 진력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조중동은 10 년에 걸쳐 두 차례의 정권이 일으킨 큰 바람에도 세차게 흔들리기는 했으나 그 뿌리가 뽑히지는 않았으니 역시 ‘뿌리 깊은 나무’였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바턴터치가 되어 반대 공세가 시작되었고 그 결정타가 이번의 종합편성채널이다.
줄여서 ‘종편’이라 하니 관심 없는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조용한 가운데 일을 처리하는 성격’의 반영이라 하겠고, 또 이명박 대통령다운 ‘매서운 반격수’라 하겠다.
종편이란 종합편성채널이고 이는 케이블 방송사가 그간 한 분야나 한 장르만을 편성하던 ‘단편채널’에 대응하는 말이다.
그리고 오늘날 케이블 텔레비전은 거의 전국 가가호호에 보급되어 있으니 종합편성채널이란 사실상 기존의 공중파 방송사인 KBS 1.2, 그리고 MBC, SBS , 교육방송인 EBS 의 5 개사와 사실상 동등한 영향력을 가진다.
즉 이번 4개사와 뉴스 채널까지 5 개사에 대한 認可(인가)로 인해 사실상 공중파 방송사가 두 배로 늘어난 것과 같은 효과를 보는 셈이다.
그러니 이번 종편 채널 인가는 장차 정권이 다시 左(좌)로 넘어가더라도 이로서 충분히 대항할 수 있도록 만든 안배인 것이다.
가령 다음 정권이 좌로 넘어갈 경우를 생각해보자. KBS 와 EBS, MBC, 해서 4 개 채널은 당연 좌파 편향을 보일 것이고 SBS 는 여전히 좌우를 오가는 박쥐로 남겠지만, 이번에 우파 정부에서 인가된 4개 종편채널과 1 개의 뉴스 채널로 해서 얼마든지 대등한 게임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음 정권이 右(우)를 유지할 경우, 좌파 성향은 사실상 지금처럼 MBC 만 남게 된다.
더 중요한 점은 공중파 미디어는 두 배로 늘어난 효과가 있는 반면, 그것을 유지하게 하는 원천인 광고시장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그러면 광고 수주의 몫이 줄어들어 모두가 어려워지는 과정에서 MBC가 백기를 들고 투항하거나 와해될 수도 있을 것이니 그러면 텔레비전 미디어 시장은 우파가 사실상 장악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텔레비전 미디어를 우파가 장악할 경우, 신문 시장이나 인터넷 신문 시장은 어차피 조중동이 좌파 신문에 비해 약하지가 않아서 결국 전체적으로 여론 장악에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계산도 들어있다.
그러니 이번 종편채널 인가 건은 지난 10 년간 지속된 左(좌)의 右(우)에 대한 맹렬했던 공격에 대한 一大(일대) 反擊(반격)의 戰略(전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줄여 말하면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조중동 죽이기’로 압축되는 10 년간의 좌파 공세에 대해 이제 줄여 말하면 ‘MBC 죽이기’로 축약할 수 있는 우파의 반격이 본격화된 셈이다.
그러면 이로서 장차 우리 텔레비전 미디어와 신문 그리고 인터넷 신문 여기에 포털을 통한 여론 장악력이 우파의 의도대로 흘러갈 것인가?
이런 저런 예측을 해볼 수 있겠지만, 그건 또 다른 이슈일 것이니 여기서는 그만 줄이기로 한다.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세상의 흐름이다. 세상사 모두가 그렇듯이 일방의 의도대로는 좀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단지 최근에 와서 현저해진 점은 좌우간의 투쟁이 오늘에 이르러 쌍방 간 피곤의 기색이 역력하다는 점이다.
사실 미디어 판도에 관한 글을 줄인 것은 또 다른 재미난 국면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부로 여당이 이대통령을 향해 반기를 든 사건이 그것이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 사퇴에 따른 이번 일은 조선일보가 측면 지원하고 안상수를 비롯한 여당의 몇몇 고위 간부들이 합세해서 일으킨 반란이고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촉발시키고 있는 사건이다.
먼저 조선일보가 ‘그들만의 전관 예우’라는 타이틀로 기사를 뽑으면서 국민들의 여론 악화를 유발했다.
사실 정동기 후보의 급여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고급 급여 수준일 뿐이고 또 현실이다. 여기에 국민 여론 악화를 유도하고자 ‘그들만의 리그’라고 공격의 포문을 연 것이다. 진짜 예전에 전관 예우는 상상 이상이었다.
여기에 보온병 안상수가 이미지 쇄신 겸 슬슬 차기 대권과 관련하여 포석을 깔기 시작했고 친이계의 홍준표 위원까지 가세하면서 반기를 든 것이다. 명분은 조만간 있을 선거 때문에 여론 악화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으로 잡았다.
참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조선일보는 작년 말 종편채널 인가를 받으면서 현 정권으로부터 받아야 할 선물은 일단 받은 셈이니 이제 레임덕 작전을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로 추호도 間斷(간단)이 없고 사정도 없다.
그러자 오늘 신문에는 ‘오늘 빠르면 정동기 사퇴’라는 기사를 내면서 사실상 빠른 사퇴를 주문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발끈 노했을 것이지만 이제 감도 잡히기 시작했을 것이다. 시한부 대통령의 자리란 것이 그렇다는 것을.
이제 지켜볼 것은 그간 ‘친이계’라고 자처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명분을 찾아서 ‘내가 무슨 친이?’ 하면서 빠져나가는 모습일 것이다.
정치는 이처럼 정말 재미가 있다, 직접 정치하는 것도 그렇지만 지켜보는 것 역시 즐겁다.
어제까지만 해도 앞에서 웃고 있던 그들이 갑자기 하룻밤 사이에 변하는 것을 보면 세상은 정말 그렇다.
시중에는 작년 말부터 벌써 소문이 무성하다. 줄 갈아타는 소리가 요란하다. 엊그제만 해도 박근혜가 얼마나 갈지 지켜보겠다고 견제구를 던지던 홍준표 위원이 돌연 갑자기 안상수 대표와 함께 反旗(반기)를 들고 나서니 이 얼마나 변화무상한 정치인가!
어찌 되었든 이제 이명박 대통령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가 여권 핵심부에서 시작되었다. 그것도 우파 언론의 지원을 받아가면서.
오늘날 여론을 만들고 정권을 무너지게 하는 작업은 사실 반대편 신문이 하는 것이 아니다. 저번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에도 같은 편인 좌파 미디어의 공격으로 무너졌다.
반대는 어차피 반대인 만큼 큰 충격이 없지만 같은 편으로 보이는 미디어마저 정권을 향해 공격을 하면 사람들은 그게 진짜 그런가 보다 믿게 되니 그렇다.
이처럼 정권의 레임덕은 원래는 같은 편이었으나 결국 차기를 내다보는 다른 속셈을 지닌 세력들의 반기와 함께 시작된다. 언제나 그렇다.
그렇다면 정치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런 의리 없는 사람들일까? 그렇지는 않다. 우리 정치의 경우 대통령 단임제이라는 특수성이 상황을 그렇게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 임기 5 년에서 3 년을 넘겼으니 슬슬 그런 때가 왔을 뿐이다. 그저 권력이야말로 무상한 것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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