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들은 낚이게 되는 것일까?
< 2010.12.1 호호당의 김태규님 >
어떤 일이 되지 않았을 때 흔히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하고 아쉬워할 때가 있다. 또 사업에 실패한 사람이 ‘조금만 더 자금에 여유가 있었더라면’하고 미련을 갖기도 한다.
스스로를 위안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래도 좋다. 하지만 냉정히 보면 그 일은 시간을 좀 더 가지고 기다렸어도 되지 않았을 일인 경우가 더 많고, 실패한 사업 역시 사업 자금이 조금 더 있었다 하더라도 성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사업에 실패했거나 일이 성사되지 않았을 때, 이런 식의 反省(반성)이야말로 가장 최악의 것이 될 때가 많고, 그 결과 더 큰 위험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예를 들자. 실제 무수히 보고 들은 사례들이다.
주식투자에 관심을 지니게 된 어떤 사람이 나름 준비한답시고 책방에서 책 몇 권을 사서 읽은 다음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결과적으로 밑천을 다 들어먹었을 경우이다.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하기 전에는 미처 몰랐거나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많은 것들을 배우기 마련이다. 이걸 가지고 이제 많이 배웠고 실전내공을 쌓았다고 판단하면서 이제 한 번만 더 밑천이 생기면 능히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다면 그게 최악이다.
그 친구 밑천이 생겨서 다시 투자에 나서게 된다면 밑천을 들어먹는 시간이 앞서보다는 좀 더 길어질 뿐 결국 실패로 끝날 확률이 성공할 확률보다 훨씬 높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에 삼세판이란 말처럼 주변에서 자금을 당겨서 이번에야말로 통쾌한 복수전을 펼치리라는 다짐과 함께 나선다면 그 또한 시간이 더 길어질 뿐 실패로 끝날 것이라 본다.
여기서 그치면 될 일을 그 놈의 血氣(혈기) 때문에 7전 4선승제로 연장하게 될 때도 있다, 아니 허다하다. 다시 말해 한 판만 더 붙어보자는 것이다.
그간의 무수한 실패를 뼈에 새겼으니 자신도 있고 한편으로 매가 아프다는 것도 알아서 속으로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다시 실패.
4번 연달아 고배를 마셨으면 이제야말로 진짜 그만 두어야 할 일이건만 이제 이 친구는 근원적인 적개심과 복수심에 치를 떨고 몸을 부르르 떨면서 전의를 다지는 경우도 있다, 그 또한 허다하다.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실전을 통해 피 같은 돈 날리고 뜯겨가며 배우고 익히는 것 물론 많겠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알고 배워야 하는지를 모를 경우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주식에서 성공하기 위해 배우고 익혀야 할 기술과 지식이 궁극적으로 100 이라 한다면 네 번이나 연달아 고배를 마신 이 친구의 실력과 기술은 여전히 40 이라고 할 때 이 친구의 앞날은 끔찍한 것이 된다는 것이다.
산술적으로 앞으로도 여섯 번 더 실패를 겪어야 성공할 수 있는 기초가 생긴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주식은 기본적으로 賭博(도박)이다. 경마나 경륜과도 같은 것이고 정선 카지노와도 같은 것이다.
무조건 잃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성공의 확률이 낮을 경우를 두고 흔히 도박이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도박이 가진 또 하나의 특징으로서 얼핏 보기에 그리 어렵지 않고 심지어는 쉬워 보인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문밖에서 보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이는 탓에 뛰어들게 되고 정작 하는 과정에서는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과정을 견뎌내고 또 용기를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위안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과정에서의 시련을 실패가 아니라 시행착오로 여기고자 한다.
그러면 이를 도박장 또는 도박판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보자.
먼저 도박이 어렵지 않다는 점, 운이 조금만 따르면 누구나 쉽게 성공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최대한 홍보한다. 그리고 이와 아울러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바로 앞에서 얘기했듯이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조금만 더 가보자는 심리, 그간의 손해와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이왕지사 시작한 일 좀 더 참고 견뎌내면 마침내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그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손님을 계속 끌어들이고 유치함으로써 도박판 또는 도박장이 돈을 벌 수 있는 근원적인 무기라 하겠다.
이런 까닭으로 무수한 사람들이 돈을 다 잃은 다음에도 도박장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대고 있는 것이다.
도박장 또는 도박판을 필드, 즉 場(장)이라 한다면 場(장)의 이와 같은 논리, 즉 손님을 끌어들여 돈을 벌어들이는 수법 또는 知能(지능)은 오랜 시간을 통해 다듬어져온 것이다.
시간을 통해 인간의 변하지 않는 本性(본성)을 확인하고 그것에 바탕을 두고 이런저런 식으로 하면 결국 손님이 돈을 다 잃을 때까지 場(장)을 떠나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수법을 단계별로 치밀하게 설치 마련해 놓은 곳이 바로 도박장이다.
물론 도박장은 그런 점에서 가장 고도화된 수법의 결정체라 하겠지만, 그 말고도 우리 주변에는 그런 場(장), 또는 필드가 실은 흔하게 존재한다.
사람 간에도 마찬가지이다.
‘나쁜 남자’ 또는 ‘나쁜 여자’가 좋은 예가 된다.
이른바 나쁜 남자는 심성이 곱고 마음씨 착한 여성의 모성본능을 자극하면서 부단히 상대 여성을 힘들게 하고 갈취해서 마침내 피폐해진 다음에야 손을 떼고 다른 먹잇감을 찾는다.
보통 나쁜 남자는 매력이 있다. 동시에 惡童(악동)스럽고 귀엽기까지 하다. 도박이 일견 쉬워 보이는 것과 유사하다. 그리고 부단히 수업료를 부담하도록 만드는 곳이 도박장이듯이 나쁜 남자도 부단히 상대 여성으로부터 갈취해간다.
나쁜 여자도 마찬가지인 것이고.
그런가 하면 북한의 생존전략과 우리의 햇빛 정책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도발한 다음 대화와 협상에 나서면 이제야말로 남북한 겨레가 공존공영하려는 마음이 있는가 보다 하고 지원한다. 그러면 다시 깽판을 치면서 실망하게 만들고 다시 대화와 협상에 나선다.
북한 역시 처음부터 독재체제를 유지하는데 마음이 있었을 뿐, 개방을 통해 공존공영하려는 마음이 근본적으로 없었던 것이다.
햇빛 정책을 시도한 것을 두고 틀렸다 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한 시간과 돈을 들였음에도 아직 이 정도라면 실패를 털고 방향을 돌려야 함이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정치의 공간에서 실패를 자인하는 법은 없으니 그건 또 다른 문제인 셈이다.)
낚이게 되는 것은 꼭 어떤 사람이 고집불통이고 미련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낚여들도록 장치를 마련해놓았기 때문인 경우가 더 일반적이라는 사실.
한 쪽은 인간의 본성에 근거하여 유혹의 각종 수단을 단계별로 마련해놓고 있는데 이쪽은 전혀 경계하지 않고 그저 순진하게 접근하게 되면 인연이 시작된 자체로서 惡夢(악몽)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세상일은 선량한 마음씨가 중요하고 상대를 믿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현실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서서히 또 다른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번 나쁜 놈은 끝까지 나쁘다’는 지혜이다. 이 말이 지나치다면 한 번 의심이 가는 자는 끝까지 경계를 풀지 말아야 한다 정도로 정정해도 좋겠다.
어떤 일을 해보다가 잘 되어가지 않으면 이는 아직 부족한 탓에 더 배워야만 된다고 생각할 일만도 아닌 것이다. 때로는 지금 내가 하는 일 자체가 기본적으로 치명적인 유혹의 덧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봐야 하는 것이다.
실은 모든 일이 다 그렇다. 한두 번 정성을 다해 열심히 도전했는데 실패했다면 아픈 마음 깨끗이 정리하고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 역시 하나의 지혜일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은 이처럼 正答(정답)이 없는 곳이다. 그래서 어렵다.
(알림: 호호당 화첩을 수정해서 그간의 대문 사진이나 그림을 모두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지난 것들을 보면 그 나름의 즐거움도 있을 것이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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