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의 생존 전략과 그 좌절, 그리고 전망
2010.11.25 호호당의 김태규님
북한의 잦은 도발은 금단증세로 몸부림치는 마약중독자 증세와도 같다. 우리로서는 햇볕 정책이 당초의 善意(선의)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실패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햇볕 정책은 출발부터 하나의 결정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었으니, 북한 체제가 개방으로 나아갈 경우 외부 세계에 노출될 것이니 그로 인해 김정일과 그 추종세력의 안전이 위협받게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김정일은 우리로부터 지원을 받으면서도 그런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순간에도 핵개발과 군사 우선주의에 대한 고삐를 놓은 적이 없었다는 것도 그간의 경과를 볼 때 명백해졌다.
이 시점에 와서 북한 집권세력의 최대 현안은 그 무엇보다도 집권체제의 안정이고 안전이라는 사실 또한 명백하다.
2000 년 초반부터 지금까지의 행보를 볼 때 당초 김정일의 체제 생존과 발전 전략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1. 남한에 대해 평화를 담보로 최대한의 지원을 얻어낸다.
2. 핵개발과 그 운반수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그를 담보로 미국과 협상을 시도한
다.
3. 협상의 목표는 미국과의 수교 그리고 무역관계의 수립이며 그를 통해 달러를 벌
어들인다.
4. 벌어들인 외화를 발판으로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수준을 향상시킨다.
5. 주민들의 복지 향상으로 집권의 기초와 정당성을 더욱 다진다.
이와 같은 다섯 단계로 이루어진 김정일의 전략은 우리로부터 지원을 얻어내는데 있어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어렵게 만들어낸 6자 회담 역시 답보 상태에 있다는 점 등으로 3.4,5 번의 목표는 현재로서는 모두 요원한 상태에 있다 하겠다.
김정일의 이런 장기 전략은 특히 기대했던 민주당 오바마 정부의 냉대와 무시 등으로 사실상 처절하게 실패해버렸다. 이에 김정일은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단 김정은에게로의 권력 승계와 동시에 그간의 전략과는 다른 접근법을 택하게 만들었다.
핵은 이미 보유했지만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수단이 미진한 상태에서 미국의 안전을 위협해서 그를 담보로 협상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어내기에는 시간적 여유는 물론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고 하겠다.
동시에 이대로 枯死(고사)하느니 남한과의 全面戰(전면전)을 통해 승부를 決(결)하는 방안 역시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할 것이 분명한 이상 취할 방도가 되지 않는다는 것 역시 김정일과 그 세력들은 알고 있다.
이에 김정일 부자가 택한 방식은 한반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어보자는 방안이다. 중국이 북한의 뒤를 봐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선 이상, 계속 말썽을 만들고 소란을 피우다보면 뭔가 돌파구가 생겨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리하여 도발지역은 일단 西海(서해), 특히 연평도와 백령도 일대로 정해졌다. 동해에서 도발을 할 경우 그 건너편에 일본이 있어 자칫 미국의 본격적인 개입 또는 응징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휴전선 일대에서 도발을 하는 방안 역시 주한미군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문제가 너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있다. 동시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라는 수입원 때문에 동해안이나 휴전선 일대에서 도발을 일으키는 경우 외화 유입의 고리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쟁과 도발 지역으로서 가장 만만한 곳이 서해 도서 지역이라 하겠으며, 이 지역은 NLL 등 예전부터 남북한 간 是非(시비)의 여지를 안고 있기에 명분상으로도 좋은 곳이다.
북한 김정일은 김정은에게로의 권력 승계를 뒷받침한다는 고려도 있어 그간의 군대간 서해 교전이라는 고전적 도발에서 한 차원 높여 금년에는 천안함 사건이라는 대규모 도발 그리고 이번에는 처음으로 연평도의 민간인 거주 지역에 대한 포격 도발 등 그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사실상 한반도 그리고 남북한 관계는 서해 바다는 싸움터, 휴전선과 동해 쪽은 경협이 이루어지는 이중의 격리된 공간이 되어버렸다. 이른바 투 투랙(Two Track)전략이라 하겠다.
그러나 서해 바다에서의 도발이 김정일에게 있어 전혀 애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번 천안함 사건에서 보듯이 서해 바다에 미국 항공모함이 들락거리는 것을 중국이 인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번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엄청 성가셔 할 것이다. 특히 광저우 아시안게임이라는 축제 기간 중의 도발은 중국의 국위선양에 있어 엄청난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니 그렇다.
게다가 이번 사건으로 미국 항공모함이 서해 바다에 진입하는 것을 막아낼 명분도 무척 약해져버린 상태이니 그렇다.
그러나 당분간 김정일과 김정은의 국지 도발 전략은 이어질 것이라 본다. 현재로서 북한이 외부 세계에 대해 시비를 걸고 존재를 알릴 방법이라곤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전쟁을 기피하는 우리 측의 대응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 자체의 국민여론이 분열되어 있다는 상황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그들의 고려 대상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북한의 연이은 도발 전략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북한 김정일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 우리가 북한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평화적 자세를 취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연이은 도발이 미국을 자극하고 결국 후원자인 중국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얻어낼 것이 없다는 점, 남한 내부에서의 여론 역시 언젠가는 북한 독재 체제에 대한 혐오증으로 인해 의견이 일치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연이은 도발이 우리를 겁먹게 할 수 없는 이상 도발을 통해 얻어낼 것이 없다는 사실은 북한의 전략적 한계라고 하겠다. 언제까지나 북한이 저 상태로 이어갈 수 있는 것 또한 물론 아니다. 시간은 이 순간에도 어김없이 착실하게 흘러가고 있다.
2012 년을 북한은 강성대국 달성의 해로 정하고 있다. 참으로 정확한 설정이었으니 바로 그 때가 최종시한인 것이다. 壬辰(임진)년이 시한인 것이니, 그때가 지나면 김정일은 사망했을 것이고 김정은 체제는 더 이상 권력을 유지할 수 없는 사태를 북한 내부로부터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북한의 무력 도발은 분명히 앞으로도 두어 차례 더 있을 것이다. 아군 함정을 불시에 다수의 함정으로 포위 공격해온다든지 백령도를 불바다로 만든다든지 아니면 서해 바다를 초계 비행하는 우리 공군기를 미사일로 요격한다든지 아니면 함대함 미사일로 우리 함정을 직접 공격하는 일들이 있을 것 같다.
그간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겨레의 통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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