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겨울 이야기
2010.11.22 호호당의 김태규님
오늘 小雪(소설), 겨울의 첫날이 상쾌한 스타트를 끊고 있다. 어제 일요일만 해도 연무 자욱하더니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보니 그저 차갑고 투명한 靑藍(청람)의 하늘이다.
점심 후에 강남역까지 산책을 다녀왔다. 暗赤(암적)색 단풍나무 가지들이 살랑대는 가로에는 은행잎 紛紛(분분)히 지고, 담장 너머 아파트 단지의 누런 잔디밭은 수북하게 쌓인 노란 은행잎들로 분간이 가질 않았다.
겨울 이야기를 좀 할까 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노인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으니 이 또한 겨울의 문제이고 얘기라 하겠다. 그러나 조만간 노인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 있으니 베이비 붐 세대들의 퇴직으로 인한 문제라 하겠다.
베이비 붐 세대란 1955 년부터 1963 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말한다. 우리나라 베이비 붐 세대의 핵심적인 문제점은 沒趣味(몰취미)의 세대라는 점이다.
은퇴하고 나면 할 일이 없는데, 취미생활이란 것이 고작해야 登山(등산)이 태반이다. 지금 우리사회의 50 대 중반 이후의 남성들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등산복 차림이 거의 레귤러 복장이 되었다. 산에 다니는 것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이다.
베이비 붐 세대 남성들은 좀 심한 말을 하면 ‘競爭(경쟁)하도록 만들어진 機械(기계)’였기에 은퇴하고 나면 경쟁도 없으니 허한 마음이다. 할 일이 없으면 그냥 사회봉사라도 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베이비 붐 세대 남성들은 서열과 위계에 대한 관념이 강해서 사회봉사라든가 낮은 직급의 일로 다시 출발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심적 저항감이 있다.
경쟁하고 돈을 버는 일, 그것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교육시키고 결혼시키고 하는 책임감만이 몸에 배인 사람들이라 은퇴하고 6 개월 정도만 지나면 無力(무력)함에 휩싸이게 된다. 평생 ‘박’이 터지도록 경쟁으로만 일관하면서 돈만 벌던 그들이 은퇴 후에는 할 일이 없고 쓸 데가 없어 그냥 無用之物(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는 베이붐 세대 남성들이다.
올해부터 이들의 은퇴가 본격화되었으니 이제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는 이제 갈수록 태산이라 하겠고.
趣味(취미)를 餘技(여기)라고도 한다. 여기란 전문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취미로 하는 기술이나 재간이고 餘暇(여가)시간에 하는 것이다. 베이비 붐 세대 남성들의 당장 문제는 제대로 된 餘技(여기) 하나를 익히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금전적 여유를 떠나 사실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에 생각나는 한 가지가 있으니 중국 노인들의 여가활용에 관한 기억이다. 중국의 노인들이나 은퇴한 사람들은 남녀 할 것 없이 정말 바쁘고 알차게 시간을 보낸다. 노후를 정말로 즐기며 산다. 餘技(여기) 또는 취미의 종류가 정말이지 백 가지도 더 된다.
麻雀(마작)은 남녀노소 기본이고 다양한 카드 게임들과 바둑 등의 두뇌 스포초, 공원에 가보면 아침부터 짝을 지어 댄스하는 사람들, 태극권 연마하는 사람들, 칼을 들고 검법을 단련하는 사람들, 탁구나 배드민턴하는 사람들, 물통에 수돗물을 받아서는 커다란 붓으로 공원 콘크리트 바닥에 붓글씨를 쓰는 사람,
새장을 들고 다니면서 새와 대화하는 사람, 강아지나 여타 애완동물을 데리고 노는 사람, 시를 소리내어 읊조리는 사람, 판소리 비슷한 경극의 대사를 연기하는 사람, 얼후와 같은 그들의 악기를 연주하는 노인네, 집에서 서예나 수묵화를 그리는 사람 등등 중국인들의 취미생활은 한도 없을 만큼 다양하다.
公園(공원)은 한가한 모든 사람들이 쉬고 또 놀이하는 마당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공원에는 사람이 없다, 최근 잘 꾸며졌고 아름답긴 하지만 풍요롭고 활기에 넘치는 중국의 공원에 비하면 너무나 한적하고 쓸쓸하다.
공원의 하드웨어는 돈을 많이 들여 대단히 좋으나 그 속을 채우는 콘텐츠는 몹시도 빈약하다. 반면 중국의 어느 공원을 가도 활기에 넘치고 있다. 여가를 즐기고 있고 노후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은퇴하면 우리보다 훨씬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간다.
우리는 장차 고속성장의 후유증을 앓아도 정말 심하게 앓을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역동적으로 일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이고 특히 남자들이지만, 은퇴자가 늘어나고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그 殃禍(앙화)를 가장 극심하게 겪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다.
나는 우리 청소년들의 교육 환경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울화통이 터진다. 그저 입시에만 모든 것이 맞춰져 있을 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내는 동안 한 가지 技藝(기예)도 제대로 익힐 수가 없다.
중국인들은 어려서부터 사람은 세 가지 기예를 익혀야 한다는 말을 곧잘 한다.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다양한 취미와 기예의 기초를 익혔기에 노후나 은퇴한 뒤에 저토록 풍요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全人敎育(전인교육), 교육자치고 이런 말과 생각을 가지지 않은 사람 드물지만 정작 전인교육은 한국에 없다,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중국이야말로 그것을 실천하는 나라라 하겠다. 중국이 가난했던 시절에도 취미와 여가생활만큼은 언제나 풍요로웠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운동을 시키려고 해도 엄마들이 팀을 짜서 돈을 들여 시켜야 한다. 정말 웃기는 대한민국이 아닌가 말이다.
장차 은퇴 후 노는 사람들은 더 많아질 것이고, 뭐 한 가지 접해본 적이 없는 그들이 무얼 즐길 수 있겠는가, 그저 죽으나 사나 산에만 오르내릴 뿐이고, 등산용 지팡이와 등산복 장사만 특수를 누릴 뿐이다. 이제 내년 2011 년부터 우리 국운의 小雪(소설)이니 겨울은 본격화될 것이다.
부동산에 관한 글이나 경제에 관한 글을 올리면 조회 수가 엄청난 것을 보며 쓴 웃음을 짓곤 한다. 겨울의 문제는 돈만이 아닌 것인데 말이다.
예전에 선친께서 살아계실 적에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너는 참 좋을 것이다. 그림도 그리고 취미도 다양하지 않니, 그러니 시간 보내기 좋을 게야!’ 하시던 그 말씀을 그냥 무심히 흘려들었는데 이제와 새겨보니 그 말씀이 실로 옳았구나 싶다.
바쁘겠지만, 지금부터라도 餘技(여기)를 익혀야 한다. 그래야만 무용지물이 되어 괴롭게 되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학교들과 선생님들도 정말이지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남을 餘(여)자는 풍요의 豊(풍)과 직결되는 것이다. 겨울 이야기도 이처럼 할 얘기가 많으니 다음에 또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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