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간문제와 희망 2. 시간문제: 조선업을 둘러싼 상황 3. 故 Tanta를 기리며 – 주택모기지 2차 파고 4. 미국의 11월 실업률에 대한 시각 5. 2차 파고의 트리거 – 변동모기지, 옵션 ARM 6. 시간문제: 상업모기지 7. 물방울 고문과 월가의 모기지 악몽 8. 물방울 고문과 월가의 모기지 악몽 2 9. 중앙은행이 물방울 고문을 멈출 수 있을까? 10. 물방울 고문과 11. 시간문제: 은행을 둘러싼 상황 12. 그 밖에 여러 가지 시간문제들
ㅇ 중독과 물방울 고문
알콜중독이나 마약중독이 정말 무서운 것은 당장 죽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번에 마시는 술 한 모금, 마약 한 모금으로 당장 죽게 된다면 아마 안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한 번의 술이나 마약 한 모금으로 당장 죽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딱 이번 한 번만 더 하고 다음부터 확실하게 끊자고 다짐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는...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구조 때문에 중독이 더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물방울 고문 상황은 이러한 중독과 그 구조가 같다고 생각됩니다. 당장 금융시스템이 붕괴되고 자본주의가 망할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 어떤 것이든 비상조치가 나올 법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떨어지는 한 방울의 물은 그냥 귀에 거슬리는 정도일 뿐입니다.
요즘 들어 크루그먼 교수에 이어 스티글리츠 교수도 2차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차 경기부양책 주장은 씨도 먹히지 않습니다. 왜? 물방울 고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은 정반대로 오히려 ‘출구전략’을 언제 시행해야 하느냐, 가 화두입니다. 즉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시점이 언제냐가 문제일 뿐입니다.
아래 저의 지난 글에서 대공황 당시의 차트를 유심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중간 중간 상당한 규모의 반등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부양책 논의가 나올 때마다 상당한 규모의 반등이 나오면서 부양책 주장은 무력화되고 맙니다. 에코버블 때문에 2차 경기부양책 주장이 씨도 먹히지 않고, 오히려 출구전략이 논의되고 있는 지금 상황과 똑같습니다.
1930년대라고 해서 사람들이 지식이 부족해서 그랬다, 고는 생각지 마시기 바랍니다. 당시의 구체적인 논의들을 살펴보면 당대인들은 경제지식이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적시에 경기부양책을 집행할 수 없었던 것 뿐입니다.
2천년대에 다시 반복되고 있는 현재의 공황이 더 심화되는 것을 막고자 한다면 지금쯤 2차 경기부양책이 이미 시행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이 판단은 미국 전체의 신용시장 상황 분석을 통해 나온 것입니다. 나중에 이에 대해서도 글을 쓸 것입니다)
나중에 역사가들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요? 2천년대 대공황이 심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2009년 3분기쯤에 2차 경기부양책이 시행되었어야 하는데, 당대인들은 경제지식이 아직 부족하여 적시를 놓쳤다고 기술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ㅇ 물방울 고문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이 물방울 고문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저는 앞선 글에서 6년이라고 썼습니다만, 이는 우선 모기지 시장 상황과 관련된 물방울일 뿐입니다. 미국 경제 전체로 보았을 때 그 시기를 가늠하게 해줄 차트가 있습니다.
저는 지난 글,
에서 지난 역사를 통하여 미국 경제가 쌓아올린 ‘빚더미’의 상황(GDP 대비 부채비율)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 빚더미의 현재 크기는 GDP 대비 370%에 이르고 있습니다.
저 과다한 빚의 산더미가 모두 해소될 때까지 물방울 고문이 이어질 것입니다.
경제위기가 터지고 나서 여기저기서 디레버리지(deleverage)가 필요하다는 말이 들립니다. 가계는 디레버리지가 필요하다, 금융기관은 디레버리지가 필요하다 등등... 디레버리지가 의미하는 것은 저 빚의 산더미가 무너져 내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시가평가제의 유보,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정책, 연방정부의 재정팽창정책으로 인해 빚더미가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한 방울씩 쉬지 않고 흘러내릴 것임을 보여줍니다. 물방울이 한방울씩 한방울씩 똑똑 떨어져내려서 저 빚더미가 모두 빠져나와야 합니다. 그 기간은 모두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것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ㅇ 신용창조 기능의 마비
물방울 고문이 나타나는 형태는 시중은행들의 신용창조 기능의 마비, 즉 신용경색입니다. 물방울 고문으로 인해 앞으로 두고두고 손실을 인식해야 하는 시중은행들로서는 대출을 극도로 자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신용창조 기능이 활성화될 길이 없는 것입니다.
다음은 최근까지 M3 동향과 본원통화 동향입니다.
최근 본원통화를 다시 급팽창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M3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대중매체들은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신용경색은 지금도 진행중인 것입니다.
최근 외환시장에서는 그동안 한 목소리를 내던 인간들의 언어가 혼잡스런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에는 미국 경제의 침체가 심해지는 듯 보이면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신용경색 우려, 안전자산 선호 논리로) 미국 경제가 살아나는 듯 보이면 달러가 약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말이 달라졌습니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는 듯이 보이면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한다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곤 합니다. 두 가지 언어가 서로 충돌하면서 혼잡스런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바벨탑 붕괴 직전 인간들의 언어가 혼잡케되었던 것과 아주 유사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줄곧 달러 강세를 말씀드려온 셈인데, 저의 논리는 기본적으로 한 가지입니다.
달러화의 신용경색(=신용창조 기능의 마비) 때문에 달러가 강세로 갈 것입니다. 신용경색으로 통화 공급이 줄어들면서 강세로 가는 것입니다.
한편 미국 경제에서 신용경색이 심해진다는 말은 미국경제가 나빠진다는 말입니다. 이 때문에 아직도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미국 경제가 나빠지면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게 아니냐고... 하지만 미국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해외로부터의 수입이 감소하게 됩니다. 그럼 국제경제에 달러 공급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 경제가 나빠지면 EU나 일본경제는 더 나빠진다는 사실을 그동안 여러 번 말씀드렸습니다. 상대적으로 비교해보면 미국경제가 좋아지는 셈인데, 환율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통화를 ‘비교’하는 것임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위에 소개해드린 본원통화와 M3의 동향을 살펴보시면 이미 발바닥 밑의 얼음이 심각하게 많이 녹아내리고 있는 중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얼음의 상황은 이와 같은데,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는 걸 보면 안전한 게 틀림없어, 라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신고 얼음 위로 올라오는 형국입니다.
모두 눈에 쉽게 띄는 본원통화만 보고 속는 것입니다. 본원통화가 저리 팽창하고 있으니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겁을 줍니다. 달러가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고 바람을 잡습니다.
저를 비관론자라 칭하는 글을 가끔 봅니다. 저처럼 비관적으로 보지 않더라도 최소한 명백한 사실이 있습니다.
저의 비관적인 견해에 동의하지 않으시더라도, 최소한 경제가 조기에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는 버리시기 바랍니다.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거라고 전제하고 행동하지 않는 한, 큰 실수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거라고 대중매체에서 얘기하는 사람들은 뭘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의도적인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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