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간문제와 희망
2. 시간문제: 조선업을 둘러싼 상황
3. 故 Tanta를 기리며 – 주택모기지 2차 파고
4. 미국의 11월 실업률에 대한 시각
5. 2차 파고의 트리거 – 변동모기지, 옵션 ARM
6. 시간문제: 상업모기지
7. 물방울 고문과 월가의 모기지 악몽
8. 물방울 고문과 월가의 모기지 악몽 2
9. 중앙은행이 물방울 고문을 멈출 수 있을까?
10. 시간문제: 은행을 둘러싼 상황
11. 그 밖에 여러 가지 시간문제들
앞선 글에서는 미국의 은행시스템과 미국 경제 전체가 물방울 고문 상황에 처해 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월가의 대형은행들에 대해서는, 당장에는 존립을 위협받을 정도가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당장’에만’ 괜찮을 것입니다.
물방울 고문에 대해 썼던 첫 번째 글,
물방울 고문과 월가의 모기지 악몽
에서 저의 생각을 잠깐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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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워드 아트킨 재무최고책임자(CFO)는 “상업용과 주택 모기지 대출 부문의 손실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사업부문 호조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앞으로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인가?)이라고 설명했다. 오레곤에 있는 베커캐피탈의 블레이크 호웰 자산분석 담당 이사는 “모기지 부실 정도가 은행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는 아니지만(지금까지는 그랬다) 미래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과연 미래에도 수익에 악영향을 끼치는 정도에서 그칠까?)”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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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는 대형은행들에 대한 낙관적인 언급들은 모두 경제위기가 이제는 지나갔다, 주택가격은 이제 바닥을 쳤다, 는 낙관적인 진단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앞선 글에서 지역은행의 파산이 경제 전체로 보면 피가 한방울씩 계속 빠져나가는 것과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경제의 모세혈관이 폐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피가 계속 빠져나가면 결과는 정해져 있다고 봅니다.
앞선 글들에서 미국 경제가 부동산 버블 붕괴와 실업이 맞물려 악순환 구조 속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렸습니다.
실업률은 ‘후행’지표입니다. 자본주의의 수백년 역사를 통하여 ‘후행’지표임이 이미 입증된 지표가 어느날 갑자기 ‘동행’지표나 ‘선행’지표로 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미국의 실업률이 이미 고점을 찍고 앞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은 믿기 어렵습니다. (저는 사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악순환 구조는 대형은행들에게 떨어지는 물방울이 쉬지 않고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점점 커지기도 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입니다.
결국 당장’만’ 괜찮을 뿐 최종적으로는 월가의 대형은행들이 다시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리라고 봅니다.
이 지경이 되었을 때 재차 구제금융이 가능할까요?
지역은행들은 이미 도산해나가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구제금융은 가능할까요?
ㅇ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
물방울 고문 상황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은행의 은행인 중앙은행이 있지 않은가?
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FRB와 연방정부가 은행들에게 긴급 구제금융을 제공함으로써 은행들을 살려냈다, 현재 도산하고있는 지역은행들 문제가 심각한 것이라면 역시 구제금융을 제공함으로써 살려내면 되는 것 아닌가?
나중에 월가의 대형은행들이 다시 문제가 된다면 다시 한 번 구제금융으로 살려내면 되는 것 아닌가?
이는 중앙은행의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기능이 물방울 고문 상황을 멈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입니다.
경제위기가 30년대 대공황과 같은 큰 붕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주장이 내세우는 근거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최종 대부자 기능’이기도 합니다. 중앙은행이 최종 대부를 통해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을 구제하면 막아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FRB가 은행들에게 최종 대부자로서 구제금융을 제공할 수 있는가, 이 점을 생각해보는 것은 이번 경제위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유익할 듯 합니다.
우선 ‘최종 대부자’라는 제도의 취지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해두어야 하겠습니다.
금융기관들이 도산하는 상황이 닥치면, 원칙은 도산하더라도 그냥 놔두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게 자본주의 사회의 원칙입니다. 신용(통화) 시스템의 원칙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냥 놔두는 것이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확대될 수가 있습니다. 금융위기가 심각해지면 신용경색이 나타납니다. 신용경색 상황이 나타나면 금융부문을 넘어 실물부문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금융 위기가 아니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우량기업들이 도산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정책당국은 개입(구제금융 제공)이 초래할 부작용(도덕적 해이, 구제금융 제공을 믿는 방만한 운용 등)과 위기 상황의 방치가 초래할 손실을 비교하여 후자가 훨씬 크다고 판단될 경우 구제금융 제공을 검토하게 되는 것입니다. 글자 그대로 최후에 제공되는 것이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입니다.
즉 중앙은행의 최종 대부 내지 시장에 대한 개입은 우선 심각한 금융위기 상황 하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심각한 금융위기라고 판단하고 개입하기로 결정하더라도 아무나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신용경색 상황에서는, 채무를 지불할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닌데도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 빠진 금융기관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자금 융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던 정상적인 환경 하에서라면 도산하지 않았을 금융기관들이 대거 도산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금융기관들이 대거 도산하게 된다면, 위기가 불필요하게 확대되어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채무지불능력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데,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융기관들을 구제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입니다.
역으로 이와 같은 상황 하에서도 채무지불능력 자체를 상실한 금융기관은 구제하지 않습니다. 이는 금융기관을 유동성위기(Liquidity Crisis)에 처한 경우와 채무지불능력 위기(Solvency Crisis)에 처한 경우를 구분해서 유동성위기에 처한 금융기관만을 구제하는 것입니다.
채무지불능력 자체를 상실한 금융기관은 왜 구제하지 않는가? 이들을 구제하는 것은 신용(통화)시스템의 취지를 위반하는 것, 즉 중앙은행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채무지불능력을 상실한 금융기관에게 통화를 공급하는 것은 그 금융기관의 신용을 넘어서는 공급입니다. 즉 통화가 과잉공급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태는 필사적으로 막겠다는 것이 신용(통화)시스템입니다.
정부가 만약 채무지불능력을 상실한 금융기관에게 구제금융을 제공해달라고 중앙은행에게 요청할 경우 중앙은행은 이 요구를 거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의 금융史에서 이러한 경우에 제공을 거부한 사례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에 대해, 아무 때나 금융기관이 위기에 빠지면 척척 구제금융을 제공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해일 뿐입니다.
이와 같은 내용을 먼저 인식하고 08년의 구제금융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선 글에서 설명드렸던 월가의 대형은행들이 처한 상황, 즉 MBS, CDO에 적용된 시가평가제 때문에 막대한 평가손실을 단번에 장부에 반영해야 했던 상황은 일종의 유동성 위기로 볼 수있습니다. 왜냐 하면 매분기에 실제 실현된 손실로 나누어 인식한다면 각 분기의 다른 부문의 수익으로 커버가 가능하고 부도가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중앙은행이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한 것일 수 있습니다.
08년말에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들에게 제공된 구제금융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장에 패닉이 조성되자 구제금융의 집행이 급한 대로 무원칙하게 이루어진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나름대로 논리적 정당성을 갖춘 셈입니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을 구제함으로써 위기가 불필요하게 확대되어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은 것입니다.
ㅇ 현 시점에서 구제금융이 가능할까?
현재 미국 각 주의 지역 중소형 은행들의 도산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중소형 은행의 경우는 구제금융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우선 중소형 은행의 도산이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확대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시가평가제가 이미 유보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도산하는 은행들은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이 아니라 채무지불능력 자체를 상실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나 FRB가 나서서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것은 시스템의 원칙 위반입니다. 강행한다면 불법의 소지가 있습니다.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 때문에라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앞에서 월가의 대형은행들도 결국은 다시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때가 되면 재차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할까?
역시 불가능할 것입니다. 08년 상황이 유동성 위기였다면 이번에는 지불능력 상실에 따른 것으로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월가의 보너스 잔치로 미국민들의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지금 오바마 대통령은 월가의 대형은행들을 개혁하겠다고 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습니다.
월가에 가해지는 비난여론의 강도를 보면 정치적인 부담 때문에라도 재차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해서 결국 월가 대형은행의 파산을 다시 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쯤 대중매체들에 ‘대공황’에 대한 언급이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상과 같은 시나리오가 예상됩니다만, 그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입니다. 물방울 고문은 처음에는 우습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그 무서움을 깨닫게 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입니다.
저는 지난 글,
대공황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에서 30년대 대공황 당시의 차트를 보여드리고 각 국면에서 당시의 경제전문가들이 경제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보여드렸습니다.
대공황의 흐름 역시 첫번째의 패닉 국면을 제외하고는 ‘급류’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공황 당시의 차트를 통해서 ‘대공황’의 ‘시간의 호흡’이 어떤 것인지, 가만히 느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 모두가 느낄 수 있게 큰 붕괴로 간다면 어떻게든 어떤 비상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30년대 대공황 당시에는 공황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끊임없이 머리 위로 물방울이 한 방울 한방울, 낮이고 밤이고, 매일 매일, 매주, 매월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 무서움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쉬지않고 계속 떨어져내리는 물방울 소리가 좀 귀에 거슬리고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저건 물방울에 불과해, 우리에겐 FRB가 있고, 똑똑한 경제학자들이 있잖아”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똑같다고 봅니다. 지역은행이 하나씩 추가로 파산할 때마다 모세혈관이 막히고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결과는 정해져 있다고 봅니다.
<덧붙이는 글>
1. ‘물방울 고문’에 대한 글이 쓰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 계속 이어지는 내용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2.
저의 지난 번 글에 대해서, 제가 그 동안 보여온 관점과 다르다고 느끼는 분들이 계신 듯 합니다. 저로서는 그동안의 관점을 바꾼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지난 글,
대공황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의 후반부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여기 그대로 옮겨놓습니다.
이 글을 보신다면 제가 관점을 바꾼 게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아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현재 쓰고 있는 ‘물방울 고문’에 대한 글은 미국 경제의 상황을 분석하고 있는 글입니다. 미국 경제는 1차 부동산 버블 붕괴를 이미 겪었습니다. 미국 경제와 다른 나라 경제는 처한 상황 자체가 다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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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지금 이미 대공황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지금 국면은 첫번째 급락 이후 나타나게 마련인 에코버블이 진행중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이 글을 통해 말씀드리고 싶은 사항은, 대공황이라고 해서 “지금은 대공황 진행중!”이라고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상황 한복판에 놓여있는 사람은 느끼기 어렵습니다. 한참 진행되고 나서야 뒤를 돌아보며 그때가 시작시점이었던 것을... 하고 느낄 수 있을 뿐이지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에코버블의 붕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아, 붕괴가 시작되었다, 이런 느낌을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30년 당시 주가차트를 보면 에코버블이 30년 4월에 꼭지를 찍고 붕괴하기 시작했지만 하버드 경제연구소나 후버대통령은 여전히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2009년 현재의 에코버블이 꼭지를 찍고 무너지기 시작한다고 해서 시장참여자들이 무너지고 있다고 느끼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는 시장의 원리로 생각해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하락을 생각한다면 하락은 오지 않고, 모두가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상승은 거기서 끝입니다.
2009년에 진행중인 에코버블이 무너진다고 해도 시장참여자들이, 드디어 붕괴가 왔다, 고 느끼기 보다는 정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그 동안의 급한 상승 때문에 시장에 뛰어들 타이밍을 놓쳤다고 한탄하는 개미투자자들도 꽤 있다고 봅니다. 이들은 향후 경기전망이 낙관적인데, 시장이 하락해주어서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기쁘게 생각하는 식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2009년 10월 현재 진행중인 에코버블은 이미 꼭지점을 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박스권 비슷하게 움직이다가 고점을 조금 갱신할 수도 있겠지요.
단기적인 움직임을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래저래 에코버블도 반환점을 돌고 있는 중이라는 느낌입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느낌일 뿐입니다.
주식투자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지 마십시오.
저는 투자하시는 분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모든 종류의 투자는 자기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때만이 수익을 주는 법입니다. 남의 의견에 휩쓸리는 사람에게 수익을 나눠줄 만큼 시장이 호락호락 한 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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