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연구소 김동렬 2022. 10. 30
후진국형 죽음이라니. 슬픔을 넘어선 허무다. 한류니 국뽕이니 하며 기세를 올리던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송두리째 부정되었다. 모든게 거품이고 허장성세였다. 대한민국 민낯을 들켜버렸다. 이건 문명의 수준이 지독하게 낮은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죽이는 사람이 있으니 죽는 사람이 있다. 세월호 참사를 해상 교통사고라 부르는 자들은 이것도 일종의 교통사고라고 생각하고 할로윈 주간 야간영업 금지, 유명인 방문자제 권고 등을 해결책으로 내놓을 것이다.
비좁은 골목이라 한두 명이라면 몰라도 초대형 압사사고가 일어날만한 지형이 아니다. 보통은 공연장 같은 넓은 곳에서 어떤 이유로 일제히 뛰어가다가 쓰러져서 사고가 난다. 이번에는 사고를 노리고 미필적 고의로 밀어붙인 일베가 있다.
많은 인파가 모였다지만 죽음은 비좁은 골목에서 일어났다. 골목은 몸이 끼어 움직일 수 없다. 뛰다가 넘어지고 깔릴만한 공간이 없는데 초대형 사고가 일어난 데는 이유가 있다. 밀어! 밀어! 하고 뒤에서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는 증언이 있다.
피해자 다수가 여성인 이유다. 여성과 신체접촉을 노리고 한번 밀어보자는 분위기가 있었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다. 그게 아니라도 무언가 소동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군중심리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남자가 죽였고 여자가 죽었다.
많은 인파의 위험 속에서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본능이 깨어나지 않은게 이상하다. 인파의 공포를 느껴본 적이 없다는 말인가? 인파 속에서 질서! 질서! 하고 외쳐본 적이 없다는 말인가? 6월항쟁 때 백만 인파가 몰렸지만 다들 조심했다.
법무장관 한동훈이 이 살인사건을 수사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아마 수사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네가 이 살인축제의 공범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세상이 끝났을 때 사람 잡는 세상이 온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었잖아.
김영삼 때 유독 사고가 많이 터졌다. 군부독재에 억눌려 있다가 총독부 건물 때려부수고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김영삼의 인기몰이 아부정치에 긴장이 풀린 거다. 육해공에서 각종사고로 1096명이 죽고 더 많은 숫자가 다쳤다.
지금 만인의 가슴 속에 분노가 켜켜이 쌓여 있다. 세상이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깽판심리가 만연하다. 을씨년스런 정치판 분위기가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다. 조국 때려잡고 박원순 죽이고 문재인 조지고 이재명 물어뜯는 시즌이다.
한동훈 총대 매고 진중권 나팔 부는 인간사냥 굿판이다. 세월호 때부터 양쪽 진영에 누적된 분노가 코로나19와 윤씨정권의 사람잡는 정치를 거치며 증폭된 것이다. 자유! 자유! 하고 21번을 부르짖을 때 내 귀에는 살인! 살인!으로 들렸다.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며 문재인 정부가 지나치게 안전을 강조했다고 믿는데 따른 반동의 힘이 자유주의 이념으로 포장되고 집단살인으로 나타났다. 사람 좀 고만 죽여라. 짐승들아. 국민이 바뀌지 않으면 답이 없다. 고통은 계속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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