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4월부터 향후 10년에 걸쳐 우리는 거대한 침체의 시기로 “접어든다”. 접어들었다고 해야 맞지만 이제 막 시작된 참이라 “접어든다”라고 썼다.
전체가 10년 즉 120개월인데 이제 겨우 넉 달이 지났으니 공정률이 1/30, 즉 3.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마라톤의 거리가 42,195 미터인데 1/30은 출발점에서 1,400미터, 이런 상황에서 누가 결과를 예상할 수 있으랴!
편견 없이 예민한 눈초리로 지켜보는 자라면 금년 12월부터는 어떤 징후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고 감각이 발달된 자라면 내년 10월이면 충분히 낌새를 차릴 것이다.
그리고 2024년 10월, 향후 22개월이 지나면 대다수가 이 공정의 정체를 알게 될 것이다. 윤곽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2024년 4월에 있을 제22대 총선은 이슈와 정책 제시 측면에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구도와 경쟁이 펼쳐질 것이며 결과 또한 현재로선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이번에 정리될 대표 상징은 “부동산 거품의 소멸”이다. 평균 45-50% 정도의 시세 하락은 능히 예상된다. 하락도 하락이지만 그러고 난 뒤 꽤나 오랜 기간 동안 침체 상태에 머물게 될 것이니 실은 이게 더 문제가 될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요 나라들은 부동산 가격이 15-20% 정도 하락했었지만 우리의 경우 잠시 주춤하다가 곧바로 상승에 상승,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마지막 점프를 했다. 이른바 “영끌”을 했다. 그러니 내려갈 수 있는 마진(margin)도 그만큼 크다. 그리고 반등하기까지 오래 걸릴 것이다.
그러니 영끌과 갭투자란 말은 먼 훗날 거품의 神話(신화)로 길게 전해질 것이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는 얘기,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거야 시세차익이 계속 이어질 때의 얘기일 뿐 반대로 하락장이 되어도 과연 그럴까?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 150만 호를 포함해서 250만 호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결과적으론 잘 해야 50만 호 정도가 공급될 것이라 본다. 왜냐면 부동산 거품 소멸과 함께 진행될 것이니 그렇다. 50만 호만 해도 이미 거품이 푹-하고 꺼진 위에 다시 찬물을 들이붓는 형국이 될 것이다. 미분양 사태가 속출할 것이고 주택공급 회사들도 연이어 부도와 파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증시의 경우 올 해 가능한 최저점은 코스피 지수 2180 정도라 보지만 가을까지 반등했다가 다시 하락 조정이 나타나고 앞의 저 선을 깨고 내릴 경우 코로나 팬데믹의 바닥인 1439 포인트도 능히 깨고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부동산과 주식 모두 큰 하락을 보일 것이다.
조정의 기간과 양상은 아직 모르겠다. 슉-하고 급락했다가 다시 급반등하는 양태가 될 수도 있겠고 계단식으로 차근차근 내려가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몇 년에 걸쳐 급락과 급등을 반복할 수도 있겠다.
기업의 경우 몇몇 우량기업을 제외하면 부채가 너무 많고 중소기업의 경우 영업을 통해 이자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무려 40%나 된다. 정리될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는 아시다시피 목에 찬 정도가 아니라 입으로 올라와 토를 할 정도이다. 아파트 구매에 따른 원리금 상환비율이 이미 지속불가능하다. 깡통 아파트가 엄청나게 많아질 것이다. 특히 아파트 담보로 대출을 받아 영업을 이어가는 자영업 대출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실상 허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올 가을부터 상환유예가 끝나면 기미가 농후해질 것이다.
그러니 정부의 재정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말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정부 부채는 이미 보가 터졌다. 봇물이 터졌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로 인해 내수가 줄어들자 소득주도 성장이란 명목을 내걸었지만 실은 정부 재정주도하의 경기침체 방지였다.
그런데 일단 비상시국이 시작되면 윤석열 정부 또한 여기저기 구멍을 메우고 때우고 응급조치를 취할 도리밖에 없다. 일단은 정부 재정지출을 통해 밀려오는 압력을 막아보고자 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그게 어림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순식간에 정부 부채도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다.
우리는 그간 정부 부채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일종의 안전장치로 여겨왔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순식간에 팽창할 것이란 점이다.
1990년 말 일본의 거품 붕괴 직전 일본 정부 부채 역시 GDP의 50% 대였다. 그게 지금은 248%나 된다. 조금 다르기야 하겠지만 우리 역시 그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우 인구감소가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는 10년 이상에 걸쳐 저금리 저성장의 국면을 보게 될 것이다. 당장은 금리 인상 국면인 것 같지만 버블이 붕괴되고 나면 장기 저금리 저성장 상황이 찾아들 것이다.
내년부터 글로벌 경제는 침체로 간다. 그 정도가 어느 수준일 진 모르겠으나 아무튼 간다. 미국이 금리를 어느 선까지 올렸다가 내릴지 모르겠으니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그로 인해 글로벌 여기저기에서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니 예측이 불가능하다.
우리 또한 경기침체로 시작하겠지만 나중엔 전혀 달라질 것이다. 쇼크가 올 것이고 위기 국면으로 내쳐 달리게 될 것이다.
한은이 통화정책을 써볼 여지도 이미 별로 없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너무 많은 상황이라 금리를 올리기도 그렇고 내리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봉착할 것이니 그렇다.
연준의 파월이 금리인상 시기를 失機(실기)했다고 하지만 실은 우리 한은 역시 크게 실기했다. 코로나 이전 시기, 즉 2018-2020년 사이에 기준금리를 최소한 2% 이상으로 올려서 체질을 다졌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러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돈을 또 다시 마구 풀었기에 크게 失機(실기)했다.
현재 미국 물가지수가 엄청나다고 하지만 어쩌면 우리의 물가지수가 훨씬 더 엄청날 수도 있다. 주거비 항목의 비중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그런데 총부채원리금 상환에 따른 비용이나 각종 세금 등을 감안하면 사실 더 대폭의 비용증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견상 낮은 인플레이션으로 파악될 경우 한은이 중립금리 수준을 판단함에 있어 어려움을 줄 것이고 그 결과 금리 인상을 해도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장기에 걸쳐 끈적끈적한(sticky)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을 것이니 이 대목은 대단히 중요하다.
인플레이션 얘기가 나왔으니 좀 더 해본다. 이제 “저렴한 메이드 인 차이나”의 시대가 끝났다는 점이다. 시진핑이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균부론을 주장하고 있고 그 바람에 중국의 임금과 급여는 무서울 정도로 상승하고 있다.
이제 외국기업들은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를 보고 들어가는 게 아니다. 딱 하나, 환경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 이젠 큰 메리트가 될 뿐이다. 그 결과 중국은 이제 산과 들, 강, 대기오염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고 있으며 또 망가져가고 있다.
저렴한 중국산 물품은 내구성이 워낙 약해서 폐기물을 양산한다는 점에서 이미 큰 문제이다. 하지만 저렴한 탓에 각 나라들의 물가상승, 특히 저소득층의 생계비 부담을 크게 덜어주었다. 그런데 이제 그 시대가 저물었으니 저소득층의 부담이 가중되고 공급 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유발할 것이다.
(사실 중국도 이젠 피로감이 역력하다. 공산당원이 아니면 성장의 사다리가 원천 봉쇄되고 있어서 체제의 모순 또한 극대화되고 있는 중국이다.)
수출에 대해 애기해보자. 내년부터 시작될 글로벌 경기침체가 얼마나 지속될 진 몰라도 그로 인해 반도체의 수요는 당연히 악영향을 받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의 “칩4 동맹”처럼 미국이 반도체의 기술 패권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 또한 많은 영향이 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반도체의 대 중국 수출이나 생산에 결정적인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게다가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은 미국을 따라서 전기차 쪽으로 순응할 생각이 별로 없다. 배터리 제조업체가 유럽엔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조만간 2차 전지 시장에선 치킨 게임이 벌어질 것이다. 배터리는 이미 우리의 주력 품목이기에 그 또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픙력이나 태양광 같은 대체 에너지 산업의 경우 이제 본격 투자의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업체들은 투자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 여력을 갖고 있지 않다, 물론 자금 조달 또한 쉽지 않다. 증시가 장기하락에 들어가면 전환사태 발행이라든가 유상증자와 같은 시도가 원천적으로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악재에 대해 하나만 더 얘기한다. 바로 중국 문제이다.
우리가 올 해부터 10년에 걸쳐 대침체의 공정에 들어가기 시작했지만 중국은 그 공정이 2026년부터 시작될 것이란 점이다. 그게 시작될 경우 글로벌은 물론이요 우리에게 미칠 악영향은 미처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이제 글을 정리하겠다. 이번 공정은 겉보기엔 마치 죽음으로의 행진 같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란 점이다. 다시 살아나기 위해 정리할 것을 정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 대한민국은 2012년 4월부터 올 해 2022년 4월 직전까지가 죽음의 길이었고 이제 再生(재생)의 길에 접어들었다. 죽음은 겉보기에 아무런 일이 없고 그저 시들하거나 아니면 졸릴 뿐이다. 간혹 아파도 외면할 뿐이다. 하지만 재생은 강렬한 통증을 수반하는 覺醒(각성)이 될 것이니 많이 힘들고 어려울 것이다. 죽었다 살아나는 것이 어디 쉽겠는가!
오늘은 10년 공정의 근거에 대해 거의 얘기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만 늘어놓았다. 자료를 제시하고 설명하자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마치 豫言(예언)처럼 되고 말았다. 몇 년 전부터 이런 어두운 얘기는 별로 하지 않았다. 이미 대세가 정해졌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재생의 길로 들어서는 단계란 점에서 용기를 내어 보았다.
이 공정이 끝난 2032년 4월이 되면 깊은 절망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만나게 될 것이다. 세상은 참 희한하다, 미래가 없다고 여기는 순간부터 미래가 열린다. 우리의 장기 국운은 그야말로 창창하다, 다만 그 이전에 잠깐 정리하고 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