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나갔다. 너무 달렸다. 금리인상이 아니라 이젠 스스로의 무게가 너무 커지고 무거워져서 추락하게 되어 있다.
그간 우리 부동산 가격은 무려 세 차례에 걸쳐서 거품을 만들었다.
제1차 거품
제1차 거품은 2004년 노무현 정권 중반부터 생겨났다.
이는 거액의 담보대출이 가능해지면서 생겨났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은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나 다각화를 시도하지 않게 되었고 그 결과 더 이상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증시에서 유상증자를 하지 않게 되면서 생겨난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이에 은행들은 일반 소매 금융 쪽에서 돌파구를 만들었으니 그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거액의 아파트 담보대출이었다. 이는 예전에 없던 현상이었다.
때마침 매력적인 아파트 상품이 만들어졌으니 그 시작은 2002년 서울 도곡동의 타워펠리스였다. 그건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환상의 궁전’과도 같은 아파트였다. 그야말로 ‘마법의 성’이었고 시절은 이른바 “웰빙”이었다.
이제 중산층 혹은 중상층의 기준은 탑처럼 높은 궁전, 搭宮(탑궁)에 사느냐로 가름이 되었다.
하지만 그럴만한 목돈이 없는 판국에 금융회사들이 걱정 말라고 하면서 거액의 담보대출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잽싸게 주택회사들이 타워팰리스 스타일의 브랜드 아파트들을 대거 공급하기 시작했다. 당시 신문이나 텔레비전 방송은 온통 아파트 광고로 도배될 정도였다.
복도식 아파트에 살면 중하층으로 전락했고 타워형 아파트(계단식 아파트)가 중산층의 기준이 되었다. 여기에 조망까지 좋으면 중상층 이상, 더해서 최상층의 상징인 “펜트하우스”가 생겨났다.
제1차 거품의 동력은 대중들의 羨望(선망), 즉 꿈을 파는 것이었다.
사실 이 거품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정리될 수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이웃의 중국이 엄청난 성장을 보여주고 미국이 양적완화를 하는 바람에 이명박 정부 들어 우리 경제는 숨통을 텄고 그 바람에 미약한 조정으로 끝나고 또 다시 거품 상태를 이어갔다. 이게 우리로선 마지막 기회였는데 말이다.
제2차 거품
제2차 거품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다. 9분기 연속 성장률이 떨어지자 견디지 못한 박근혜 정부는 내수 부양 즉 부동산 거품 만들기에 돌입했다. 우리 내수 경제는 딱 하나, 건설경기와 부동산 부양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제2차 거품의 동력은 공포와 압박이었다. 아파트 가격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일반화되자 다소 비싸고 무리하더라도 아파트를 사 두지 않으면 중산층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공포가 아파트 매수를 부추겼다.
무리하지 않고 전세에 살고 싶은데 전세마저도 엄청난 목돈이 필요해지기 시작했다. 계약 갱신 때마다 조금은 더 저렴한 전세 아파트를 찾아서 뛰어다녀야 했다. 그야말로 몸부림이었다.
일부는 그래도 서울 안에서 끝가지 버텼지만 일부는 에라, 몰라 하는 심정에서 레버리지를 왕창 일으켜서 서울 시내 아파트를 샀다. 아파트 가격은 더 올랐다. 이에 젊은 세대들은 출퇴근이 힘들긴 하지만 서울 외곽 지역의 아파트를 찾기 시작했다. 물론 건설사들은 예쁜 아파트들을 외곽 지역에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끊임없이 공급했다. 서울로의 인구유입이 줄고 수도권으로의 유출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그 상태에서 더 이상 아파트를 사고자 하는 매수세력이 사라진 마당이었는데 여기에 마지막 또 하나의 카드가 작동되기 시작했으니 문재인 정부 시절 양적완화와 돈 찍어내기에 따른 영끌 매수였고 제3차 거품의 생성이었다.
제3차 거품
제3차 거품은 문재인 정부와 한은의 합작품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한은은 기준금리를 2% 대로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분명 있었는데 失機(실기)를 했다. 이런저런 핑계로 그러질 않았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국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단행하자 이에 즉각 호응해서 사실상 제로금리를 통해 끊임없이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로 인해 이어진 제3차 거품이 작년 말까지 이어졌다. 그게 바로 “영끌”이었다.
영끌은 문자 그대로 패닉 바잉(Panic Buying)이었다. 서울은 집값이 너무 비싸서 도저히 살 수 없다고 판단한 젊은 층들이 서울 외곽에 그나마 저렴한 아파트를 사서 이전한 것이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당겨서 최대한의 레버리지를 일으켰다.
문재인 정부는 임대차 3법을 만들어 부동산 가격을 단속했지만 그건 그저 명분이었다. 뒤론 여전히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했다. 적자재정을 충당하느라 무려 300조 원의 엄청난 국채를 찍어내었고 그게 시중에 유동성으로 공급이 되었고 덩달아 한은은 필요 없이 초저금리를 유지했던 것이 그것이다.
그러자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닥쳐왔고 집값은 상승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우리 통계청은 물가상승 항목에서 주거비를 사실상 제외시키고 있다.)
그 결과 전례 없던 일이 벌어졌다. 30대 후반의 젊은 세대들, 주로 결혼해서 집을 마련해야 하고 아기를 양육해야 하는 젊은이들이 아파트를 사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영끌”이다.
80%의 돈을 은행에서 대출 받아 아파트를 산다? 주식으로 치면 원금의 4배를 신용으로 매입하는 무지막지한 레버리지 매수인 셈이다. 증권사들도 이렇게 무리한 신용대출은 해주지 않건만 고가의 아파트는 그렇게 했다. 이는 거의 환투기 수준의 레버리지 거래가 아닌가? 그러니 무사할 까닭이 있겠는가?
모든 가격은 더 사주는 사람들이 유입될 때 유지된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이젠 더 이상 아파트를 그 가격에 사줄 사람이 남아 있지가 않다. 젊은 세대들까지 샀으니 이제 더 이상 없다.
그러니 가격은 내려야 하고 거품은 꺼져야 한다.
연착륙은 없다
연착륙이란 말은 미국에서나 가능한 용어이다. 대세가 상승 중일 때의 일시적인 조정을 두고 연착륙이라 하는 것이지 하락세로 돌아서면 연착륙은 없다. 하드 랜딩이 있을 뿐이다.
얼마나 하락할 것인가? 하면 답은 나와있다.
2004년부터 최근까지의 전체 상승 폭 중에서 기본은 38.2% 하락이고 제3차 거품까지 생긴 마당이니 50% 하락하는 것이 더 정상이다. 전국적으론 다르겠지만 서울과 수도권은 그럴 것이란 얘기이다.
하락의 양상은 일본과 약간 다를 것이니
부동산 하락은 내년 7월부터 본격화되면서 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며 그 도중에 여러 번의 등락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건 제1차 하락일 뿐이란 점이 중요하다.
내년부터 우리 경제가 침체에 들어가고 더불어 인구감소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제2차 하락 조정이 한 번 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2034년까지의 하락일 것이다. 장기침체에 따른 저금리 저성장의 시대가 올 것이니 버틸 수도 있지 않을까 싶겠지만 그땐 수요 자체가 근본적으로 부족해지면서 나타나는 조정일 것이다.
우리가 갈 길은 일본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문화가 다르고 기질이 다른 까닭이다.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은 역동적인 기질이어서 고통은 더 클 것이다. 일본사람들은 차분하고 순종적인 면이 있어서 그냥 받아들이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기존의 양당 체제가 완전히 다른 인물들로 교체되거나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정당으로 바뀔 것이다.
하향 평준화를 통한 양극화의 해소
양극화 문제는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되면서 극히 일부의 부자들만 남을 것이기에 해소가 될 것이다. 부자들은 우리들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니 마음도 차라리 더 편해질 것이다.
이제 12년에 걸친 하락 조정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그 본질은 중산층의 소멸이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 드린다. 여하튼 간에 다 먹고 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기준만 좀 바꾸면 되는 일이다.
글로벌 전체적으로도 중산층은 조만간 멸종될 것이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니 그런 것으로 자위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