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노현웅 입력 2019.08.16. 05:06 수정 2019.08.16. 11:26
장기화하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동북아 3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수평적 분업과 지역 내 가치사슬의 새 판 짜기가 불가피한 국면이다. 전문가들은 ‘포스트 차이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신남방 지역을 중심으로 한 가치사슬의 다각화를 권유한다.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는 개발도상국이 몰려 있는 신남방 지역(아세안+인도)은 중국의 뒤를 이은 세계의 공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 타이 등 동남아 10개국의 경제공동체인 아세안은 최근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반으로 세계 6위 경제 권역으로 올라섰다.
아세안 10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3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과 함께 신남방 지역의 핵심 국가인 인도는 인구 14억명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지난 15년간 연평균 7.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신남방 지역이 ‘포스트 차이나’를 자임할 수 있는 경제적 배경이다.
신남방 지역은 한국 경제에도 중요한 파트너로 성장하고 있다. 아세안은 이미 한국의 2위 교역·투자·건설 진출국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이들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8천곳 이상인 것으로 집계된다. 한해 방문객이 900만명에 이르러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 대상국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 지역에 정착한 한국인도 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를 넘어 문화와 관광 교류의 거점인 셈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도 앞서 이들 지역과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일구는 ‘신남방정책’을 국가 전략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미·중 경제 리스크가 상시화되고 일본의 수출규제 등 동아시아 경제공동체가 흔들리는 지금이야말로 신남방을 중심으로 한 가치사슬의 다각화가 긴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남방경제실장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상수가 된 지금, 신남방 지역을 중심으로 가치사슬을 확장하고 고도화하는 것은 한국의 핵심 전략이 돼야 한다”며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반도체 공급 차질 등을 신남방 지역과의 연대 강화에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와 신남방 지역 영향’ 보고서를 보면, 일본이 대일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소재·부품에 캐치올(Catch-all) 규제를 적용할 경우, 신남방 지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반도체 수입 중 한국산 제품 비중이 각각 64.2%, 50.5%에 이르렀다. 정보기술(IT) 강국인 인도 역시 한국산 반도체 수입 비중이 15%로 홍콩(61.9%)과 중국(17.6%) 다음으로 컸다. 보고서는 신남방 각국의 전자제품 총생산액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한국 기업의 부가가치가 0.06~2.72%의 기여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수출규제가 이들 나라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일본의 무역제재를 압박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남방 국가의 외교안보적 성향이 평화와 공존을 중시하는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조응하는 점도 이런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조건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세계 전략인 ‘일대일로’와 이에 맞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각각 해당 지역에 대한 지배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식인 데 비해, 한국의 신남방정책은 상호 호혜적인 공동체를 구상한다는 점에서 호응도가 높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일 타이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 회담 당시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둘러싸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설전을 벌이자, 비비언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이 “지역 경제 통합을 위해 화이트리스트를 확대해야지, 축소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이례적으로 즉각 재반박한 사례는 한국의 신남방정책에 대한 우호도를 보여주는 방증으로 꼽힌다.
최경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통상 이슈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신남방과의 파트너십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 등을 기점으로 국가 간 연대를 강화하고 신남방정책을 구체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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