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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정상회담 기념식수 장소인 판문점 '소떼 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당일인 27일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공동기념식수를 한다. 장소는 고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고향으로 방북했던 군사분계선 인근의 '소떼 길'이다. 사진은 1998년 6월 16일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과 함께 북한으로 가는 '소떼'를 태운 트럭들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지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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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 소식에 온나라가 들썩이는 가운데, 대북 경제협력(아래 경협)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사들과 더불어 대북사업의 대표 기업, 현대아산의 재기에도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경제협력까지 확대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아산도 준비 태세에는 돌입했지만, 큰 기대보다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7일 오전 9시 28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 판문점 북측지역 판문각의 남쪽 출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곧바로 군사분계선(휴전선) 앞으로 향해 그를 반겼다. 지난 2006년 이후 11년 만에 이뤄진 남북 정상 만남이다. 이렇듯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해동 기미를 보이자, 재계 안팎의 이목이 현대아산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현대아산에서 평소보다 강도 높고, 면밀하게 상황을 지켜보며 (사업 재개에) 필요한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비핵화와 유엔(UN)의 대북 제재 이슈가 해결된 뒤에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진행하지는 못하고 내부적으로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은 남북경협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998년 6월과 10월, 1001마리의 소떼를 이끌고 북한을 방문했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유지를 이어받아 사업을 도맡아 오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정 전 회장은 당시 8일 동안 북한에 머물면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직접 만나 경협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현대아산은 북한과 '7대 경제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었다. 이를 통해 개성공업지구(아래 개성공단)가 건설됐고, 면세점과 음식점이 들어섰고, 금강산 관광 등이 추진됐다. 정 전 회장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비약적으로 진전됐으며 그 후 2년 뒤, 첫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경직돼 갔다. 2008년 금강산관광객 피살사건 이후 관광 사업 중단을 비롯해 2016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개성공단 폐쇄가 이어지면서 현대아산의 경영도 위기를 맞았다.
현대아산의 매출 규모는 2007년 2500억 원 수준에서 작년 1000억 원 수준으로 추락했고, 그동안의 매출 손실액은 1조 1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기업의 덩치도 작아졌다. 1000명이 넘던 직원 수는 겨우 150명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회사는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을 거치고, 국내 건설 사업과 국제회의(컨벤션)-이벤트 및 전시 등의 마이스(MICE) 산업으로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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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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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번 회담으로 시장에선 현대아산이 남북경협사업에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이 같은 기대감은 장외주식시장에서 현대아산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 3월 1만 원 중반대에 머물던 주가가 두 달 사이 5만 원 이상으로 급등했다. 지난 2월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 사이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은 반드시 현대그룹에 의해 꽃 피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를 증명하듯 현대그룹 관계자도 "지난 10년과는 달리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크고, 희망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현대아산은 시설 점검 및 보수, 이를 위한 인력 수급, 관광 일정 등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중이다.
반면 북한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남북경협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이날 회담보다는 오는 5월 말 또는 6월 초에 열릴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 제재라는 걸림돌이 해소돼야 구체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면서 "경제협력에 원칙적인 합의는 할 수 있겠지만, 경제 제재의 키를 미국이 쥐고 있는 만큼, 이번 회담에서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문제를 바로 풀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고 판단했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도 "남북경협은 6월 북미정상회담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유엔의 대북 제재 하에서는 현실적으로 경협을 논의하기에는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이어 남 교수는 "현대아산을 비롯한 경협 사업은 비핵화 상태에 달렸는데, 이는 미국과 딜 해야 하는 부분으로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경협이나 현대아산의 재기를) 현실화 시키기에는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비록, 이번 회담 의제에서 경협은 제외됐지만, 정부에서도 이른 시일 내에 남북경협 재개를 바라고 있는 모양새다. 기념식수 장소를 군사분계선 인근의 '소떼 길'로 정한 것도 경협에 대한 정부의 바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남북 교류의 물꼬가 트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조심스런 예측에도, 업계서는 회담의 주 목적이 북한의 비핵화에 맞춰져 있어 항구적 평화에 합의를 도출할 경우, 이에 대한 첫걸음으로 관광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긍정적 경제 효과에 대한 희망을 방증하듯 이날 오전부터 코스피 상승, 신용평가사의 국가 신용도 향상 등 여러 경제지표를 통해 벌써부터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