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타고 내리면 주로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어요.
주로 강남에 있죠. 신사동, 압구정 쪽에.
서울 톨게이트를 들어설 때부터 신경이 곤두섭니다.
차가 많아서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가야 하죠.
운전 매너는 부산 다음으로 개매너라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은 열이 머리까지 뻐쳐 있죠.
목적지에 도착을 했는데, 주차공간이 없으면,
돈 내고 공영주차장에 맡겨야 하죠.
수원을 조금만 지나치면 목이 막힙니다.
가래가 끓고 목소리는 변하죠.
난방이나 티셔츠 컬러는 새까맣게 변색되어 있죠.
차에서 내리면 매캐한 매연 냄새가 코에 살짝
걸리고, 날씨는 거의 항상 찌푸둥이고, 황사때문에
마스크를 써야하고 차 끌고 다니기가 무서워,
가까운 곳은 걸어다니고, 먼 곳은 전철을 타죠.
한가한 10~11시, 13~15시 사이 아니면 전철에서도
서서가야 하죠. 사람 많아 낑겨 가지 않으면 다행이죠.
숙박이라고 할라치면, 하루 평균 기본 숙박비 10만원.
월세라도 잡아볼라면 월 평균 100만원.
월세 잡고 학원 다니고 이것 저것 개인적인 용무보면
먹고 자는데 한달에 200가까이 들어가요.
한 밤중에 자동차 경적소리, 술먹고 떠드는 소리,
싸우는 소리....
늘상 서울에 있으면서도 느끼죠.
참 개같은 동네다 라고 말이죠.
집이 있는 곳은 도심에서 차로 20분 거리.
아침에 일어나면 햇살이 들어오고, 신선한 공기를
마십니다. 원두 갈아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바깥을
보다가, 운동화 신고 30분 정도 산보를 하죠.
돌아오는 길에 집에서 키운 강아지가 반겨주고,
아침이 준비되어 있어요.
황사가 나쁠 때도 있지만, 대개는 날씨가 좋죠.
한적하고 소음없고, 차를 끌고 나가도 속도제한인
80킬로미터를 목적지까지 거의 유지하면서 갑니다.
이 동네 도시도 주차 문제는 매한가지지만,
적어도 서울만큼은 야박하지 않죠. 대형마트가서
출차할 때 영수증 제시하지 않아도 되고,
하루 종일 있어도 되고, 공원 옆에는 주차를 할 수
있도록 해 놨고, 백화점이나 멀티플렉스에 가도
공짜 주차시간이 기본 3시간이니 푸짐하죠.
고기와 야채와 길거리 먹거리가 싼 육거리 시장과
상점들이 몰려 있는 로데오 거리는 거의 붙어 있어서
슬슬 한 바퀴 돌면 쇼핑도 다 되죠. 생활에 불편함은
거의 못 느낍니다.
대학교 다닌다고 서울 종암동에서 6년을 살았고,
인천에서도 살아보고, 부천에서도 살아보고,
가평과 철원, 이천에서도 살아보았지만, 서울만큼 살기
힘든 동네는 보지 못했던 거 같아요.
누군가 푸념처럼 직장만 아니면 서울을 떠나고 싶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에요.
그래서, 강남에서 전철로 30분, 차로 1시간 거리에
새 도시들이 들어섰죠. 어마어마한 아파트 물량과 함께
말이죠.
2005년도 서울 인구는 1050만명.
2015년도 서울 인구는 930만명.
여기에 서울 지역 출생율만 따지면 0.94명.
버블 세븐 투기 광풍이 분 이후부터 서울에서 인구가
지속적으로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있어요.
광교신도시, 남양주 신도시, 일산 재개발 등등이
끝나는 2018년도 부터 서울에서 빠져나가는 인구는
더욱 가속화 될 겁니다.
서울 집값이 왜 그렇게 비쌌던가요?
좁은 땅덩어리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어서 그래요.
부자들이 사는 동네가 아니고 말이죠.
예전에 공항이라고는 김포국제공항 뿐이었으니,
수출을 해야하는 기업들이 죄다 서울에 본사를
차려야 했죠.
정부 청사도 죄다 서울에 몰려 있으니, 일자리를
찾아 상경을 했죠.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대부분의 주요 도시에는 공항을 하나씩 끼고 있어요.
국내선은 모든 노선이 대략 1시간 정도 걸리니,
기업들이 굳이 해외 영업이나 바이어를 만나기
위해서 서울에 있어야 할 필요가 없어요.
정부 종합청사는 세종시로 옮겼죠.
한전 본사 부지도 현대차에게 팔아버리고 지방으로
옮겼죠. 지방자치단체가 활성화 되면서, 각각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지방을 활성화 시키고 있어요.
신규 기업들을 유치하고, 기존 기업들의 이전을
꾀하고 있죠.
더불어 아파트도 잔뜩 건설되면서 많은 이들이
오히려 지방으로 들어오고 있어요. 해먹을 거 없는
시골에서 빠지는 인구가 이쪽 지방도시로 오고
있죠.
지방의 싼 임대료와 점점 높아지는 인구 밀집도
때문에 자영업자들도 자신의 고향을 찾아 혹은
더 나은 영업환경을 찾아 지방으로 오고 있죠.
맛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방에서 장사해서 실패는
안해요. 수요가 꾸준하거든요.
서울 강남의 수많은 상가들이 비어 있죠.
높은 임대료 때문에 버티지 못하고, 버틸 여력도
없어서 못 들어가고 있죠.
사람들이 이렇게 죽죽 빠져나가는데도
과연 서울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가 이어질까요?
누군가는 학군을 이야기하죠.
앞으로 10년 후면 대학에 들어갈 아이들이
고작 40만명입니다. 15년 후에 대입을 치룰 아이들
숫자는 끽해야 20만명입니다. 나라를 완전 병신
만들어 놨죠. 지금 한국에 있는 전체 대학
정원이 약 100만명이고, 서울과 지방의 유명 대학의
정원을 합치면 50만명입니다. 10년 후에는 지금
있는 대학의 절반이 문을 닫고, 15년 후에는 남아
있던 대학의 절반이 문을 닫을 겁니다.
이제는 학생들이 공부해 경쟁해서 대학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대학에서 학생들을 경쟁적으로
유치해야하는 웃기는 상황이 벌어질텐데,
학군이 그렇게 중요할까요?
더군다나 서울의 대부분의 건물은 15층 이상의
고층 건물들입니다. 시멘트 수명이 얼나마 될까요?
길어야 40년입니다. 서울의 고층 빌딩들 수명이
이제 거의 다되어가고 있습니다. 저 빌딩들은
도대체 어떻게 재건축을 해야할까요? 답이 없어요.
재건축이 안되고, 위험해서 사람이 살 수 없게 되면,
우리는 그곳을 '할렘' 이라고 부릅니다.
그게 서울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제 수도 이전을 위해서 세종시를 만든거고요.
강남 부동산 불패?
상위 10%만 사는 동네?
생각을 조금만 하면 답이 보입니다.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