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영 입력 2017.11.01. 00:21 수정 2017.11.01. 06:27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규제에도 다주택자들은 요지부동이다. 정부는 지난 8·2 부동산 대책 때 이들에게 내년 3월까지 주택을 팔든,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든 선택하라는 경고를 했다. 내년 4월 이후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최고 60%의 양도소득세율을 적용한다는 카드를 꺼내 들면서다.
그러나 시장은 정부 의도와 달리 움직이는 모양새다. 8·2 대책이 발표된 지 석 달이 됐고 가계부채 대책까지 나왔지만, 매매시장에 다주택자의 처분매물이 쏟아져나올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버티기 전략'을 택하며 장기전에 돌입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일대에서는 다주택 소유자의 매도 문의가 뜸하다. 8·2 대책 발표 직후엔 문의가 크게 늘면서 실제 매물도 나왔지만, 최근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매물이 많지 않고, 가격도 강보합세다. 전용 76㎡가 지난 9월 16억원에 거래돼 8·2 대책 이전 최고가를 넘어선 뒤 16억원 전후에 매물이 나온다.
절세를 목적으로 한 매물은 이미 상당 부분 시장에 나왔다는 주장도 있다. 노원구 중계동 을지공인 서재필 대표는 "세금을 아끼려는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를 피해 이미 집을 팔았다"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를 담당하는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도 비슷한 설명을 내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의 경우 크게 '매도, 증여, 임대사업자 등록, 버티기' 등 4가지 방법을 놓고 고민하고 있지만, 현재 매도세는 많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아직 '매도'보다 '보유'에 무게를 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 상당수가 강남 재건축이나 소형 아파트다. 장기적으로 투자수익이 있을 것이란 판단에 계속 보유하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수는 정부가 11월 발표 예정인 '주거복지 로드맵' 내용이다. 여기엔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기 위한 세금, 건강보험료 인센티브를 높이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현재 다주택자가 임대를 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주택 516만 가구 중 15%인 79만 가구만 임대주택으로 등록돼 있고, 나머지는 공적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 도입 여부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만약 의무화되면 집주인의 부동산 보유 현황과 임대소득 등 세원이 노출되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꺼리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0일 국정감사에서 "(임대사업자 의무등록제도 도입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만일 각종 대책에도 다주택자가 정부 예상과 달리 움직인다면 정부가 보유세 인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 여당을 중심으로 이런 주장을 제기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광온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가 다주택자를 향해 내년 4월까지는 집을 팔거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라고 얘기했다"며 "그렇지 않고 버틴다면 다른 형태의 세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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