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영 입력 2016.11.18 11:15
미국 대선 일주일 후 신흥국 18개국 주가, 통화가치 동반 약세
멕시코 페소화 가치 10.6% 폭락, 인도네시아 증시 9.9% 급락
한국 환율 3.1% 상승, 주가는 3.0% 하락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막을 내린 미국 대선이 끝난 지 1주일이 지나면서 ‘트럼패닉(트럼프+패닉)’이 신흥국 금융시장을 덮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강화를 기치로 내건 트럼프가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결정되자 신흥국 주가와 통화가치가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공약한 보호무역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신흥국의 수출이 둔화하고 신흥국으로 들어가는 투자가 위축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와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영국 ‘브렉시트’ 투표 직후와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이다.
1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중국, 브라질,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의 미국 대선 당일(현지 시간 11월 8일)과 일주일 후 통화와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통화가치와 주가 모두 약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가 분석한 아시아, 남미, 동유럽, 아프리카 18개 국가의 달러화 대비 환율은 미국 대선 이후 일제히 올랐다. 예측불허의 인물이 백악관의 새로운 주인으로 결정되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면서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달러 대비 환율은 멕시코 페소화가 10.63% 상승해 가장 변동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공약을 통해 멕시코산 제품에 3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는 등 멕시코에 엄포를 놓는 발언을 여러차례 했다. 이에 따라 멕시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브라질 헤알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환율도 각각 8.39%, 7.50% 오른 것으로 나타나 상승률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멕시코 경제가 둔화되면 브라질에 간접적으로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멕시코는 브라질의 주요 교역 상대국이다.
아시아 신흥국 중에서는 말레이시아가 3.3% 올라 환율 변동폭이 가장 컸다. 원-달러 환율은 3.14% 상승해 두 번째로 통화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기대되는 러시아 환율은 0.86% 올라 조사대상 18개 국가 중 통화 가치 하락폭이 가장 적었다. 트럼프 당선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 대선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호감을 공개적으로 표시해 '브로맨스(bromance·남성 간 친밀한 관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주요 신흥국의 주가는 인도네시아 주식 시장이 미국 대선 이후 9.95% 급락해 가장 하락폭이 컸다. 멕시코와 브라질은 각각 7.28%, 7.25% 하락해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기업의 생산 기지가 몰려 있는 인도와 남아공 주식시장도 각각 6.58%, 5.03% 하락했다.
한국 주식시장은 3.09% 하락해 신흥국 중에서는 하락 폭이 적은 편이다. 러시아 주식 시장은 2.33% 상승해 조사 대상 18개국 중 유일하게 상승했다.
브렉시트 직후 신흥국 금융시장은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다. 이번에 조사대상이 된 18개국의 브렉시트 당일과 1주일 후 환율 변동을 보면, 브라질과 콜럼비아 인도네시아 등 3개국만 환율이 상승했다. 브라질 헤알화만 3.73% 올랐고, 콜럼비아와 인도네시아는 각각 0.86%, 0.29% 올라 변동 폭이 미미했다.
주가는 인도네시아(3.57%), 페루(1.61%) 등 7개 국가에서 상승했다. 주식시장이 하락한 국가들도 이번 보다는 하락 폭이 적었다.
정의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당시에는 탈유럽 자금이 신흥국에 유입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의 피해가 적었다”면서 “하지만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신흥국 전반의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신흥국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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