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가율 7년반 만에 뒷걸음질… 미분양 불안감도 확산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급락하며 역전세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앞선 전세난으로 인한 임대수요 감소와 위례, 하남 등 2기 신도시 입주 본격화가 맞물리며 또 한번의 시장 급랭이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지난 2004년과 2008년을 떠올리는 시선도 있다. 무리한 밀어내기 분양에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 충격이 더해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마저 실종됐던 시장 암흑기에 대한 기억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주택 물량 공급과잉에 따른 역전세난 우려가 시장 일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과거와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시장 외적으로 돌발 악재가 발생할 경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울 전세가율 7년반만에 후퇴
4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은 전월보다 0.3%포인트 하락한 74.8%를 기록했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율이 뒷걸음질친 것은 2009년 2월 이후 7년5개월 만이다. 실제 송파구 잠실동 소재 A아파트 전용면적 84㎡ 매매가는 올초 9억9000만원에서 7월 현재 10억5000만원으로 오른 반면 전세가는 올 초 8억1500만원에서 7월 7억6500만원으로 떨어졌다. 전세가율은 82.3%에서 72.9%로 후퇴했다. 미분양 불안도 커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6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가구에 육박했다. 이는 전월(5만5456가구)대비 8.2%(4543가구) 증가한 수준이다. 공급과잉 논란이 수면 위로 부상한 지난해 12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1512가구였다. 올 상반기 주택 인허가 실적은 35만530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4%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1991년 이후 최대치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최근의 역전세난, 미분양 증가 등은 공급과잉 우려와 직결돼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감안해 건설사들이 분양물량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밀어내기 분양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떠오르는 침체기의 기억
지금의 모습은 2004년, 2008년과 닮아 있다. 주택거래신고제(2004년)와 분양가상한제(2008년)를 앞두고 밀어내기 분양이 횡행했던 시기다. 공급과잉 부작용이 카드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변수와 만나면서 시장이 급격히 침체했다. 전세가격이 요동치고 미분양 물량은 급증했다. 2004년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년에 비해 80% 폭증했고 2008년 역시 미분양 증가율이 50%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현 부동산 시장도 공급과잉 피로감이 누적돼 있는 만큼 외부 충격에 상당히 취약해져 있다고 지적했다. 충격의 강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외부 변수가 발생할 경우, 시장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규정 연구위원은 "2004년, 2008년의 경우 과열된 시장이 조정을 받는 과정에서 카드사태·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외부 요인이 작용,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며 "공급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는 "지금처럼 공급물량 조절에 대한 인식이 없는 상태가 지속될 경우 외부 변수 발생시 충격이 시장에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지난해까지 쏟아졌던 분양물량을 감안하면 공급과잉 부작용이 내년부터 나타날 수도 있다"며 "(일단 시장이 침체되면) 회복 때까지 시간이 과거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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