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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中國] 중국에서 '태후' 열풍이 두려운 이유..대박 흥분 뒤엔 中 규제강화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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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6. 5. 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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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中國] 중국에서 '태후' 열풍이 두려운 이유..대박 흥분 뒤엔 中 규제강화 대비해야

매경이코노미|입력2016.05.09. 09:32

 

 

 

중국에서 한류가 2년간의 공백을 깨고 다시 불붙었다. 2014년 ‘별에서 온 그대’가 히트한 이후 오랜만에 ‘태양의 후예’가 제대로 떴다. 교수에서 군인으로 주인공이 바뀌었지만 열기는 더 화끈했다. 중국 측 동영상 사이트인 아이치이의 자료에 따르면 누적 27억뷰를 넘어 ‘별에서 온 그대’의 13억뷰 기록을 거뜬히 갈아치웠다.

 

태양의 후예 대박의 배후에는 13억명의 모바일 가입자와 6억9000만명의 거대한 인터넷 인구가 있다. 아이치이 동영상 사이트를 본 시청자의 77%가 모바일을 통해 시청했고 시청 인구의 90%가 1990년대 이후에 출생한 ‘주링허우’ 세대였다.

 

 

지난 4월 14일 중국 선양시 ‘1905 문화창의원’에서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마지막 회 단체 시청 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참가자들이 드라마 대형 사진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4월 14일 중국 선양시 ‘1905 문화창의원’에서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마지막 회 단체 시청 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참가자들이 드라마 대형 사진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태양의 후예는 방송 대박 외에도 온라인 매체를 통한 한국 콘텐츠의 중국 진출 성공 가능성을 다시 확인시켜줬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한국 콘텐츠가 중국에서 오랜만에 성공한 것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이를 이해하려면 문화 콘텐츠를 둘러싼 국가의 발전 단계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일단 의식주가 충족되면 그때부터 문화를 논하는 것이 대국의 진화 과정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G2의 위치에 올라선 중국 입장에서도 물질적 풍요 속 고민은 정신문명의 빈곤이다. 제조대국, 무역대국, 군사대국을 이룬 중국의 다음 수순은 문명대국인데 여기에는 세계를 뒤덮을 소프트파워가 필수적이다.

 

경제대국인 중국도 이젠 문화대국을 꿈꾸지만 정작 중국 본토에는 절대적으로 문화 콘텐츠가 부족하다. 현재 중국 정부는 중화의 소프트와 콘텐츠 파워를 과시하기 위해 한자 교육을 핑계로 전 세계에 공자학원을 짓고 있지만 제대로 된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사상으로 67년간 똘똘 뭉쳤던 중국 사회가 갑자기 서양 문명의 홍수에 익사당하는 것을 허용할 리 없을 뿐 아니라, 원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해외 콘텐츠가 빅히트하면 반드시 규제와 경계가 뒤따르는데, 한류가 여기에 딱 걸렸다. 실제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한류 대박 뒤에는 항상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규제가 뒤따랐다. 2005년 중국의 위성채널에서 ‘대장금’이 공전의 히트를 치자 중국 정부는 해외 드라마 황금시간대 방영 금지, 편성 비율 제한을 들어 위성TV 드라마에서 한류를 바로 죽였다.

 

2014년에는 ‘별에서 온 그대’가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에서 대박을 냈다. 이를 두고 중국의 당서열 6위인 왕치산이 “한국 드라마가 중국을 점령하고 미국, 심지어 유럽에서까지 유행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며 한마디 하자 뉴미디어인 동영상 사이트에 대한 즉각적인 규제에 들어갔다. 해외 드라마는 중국산 드라마 분량의 30% 이내로 방영해야 하며 사전 심의도 통과하도록 했다. 그래서 중국에서 방영되는 ‘태후’에서는 북한군을 볼 수 없고, 올해 다시 재방하는 ‘별그대’에서 외계인은 광전국의 방영 금지 조항에 걸려 주인공 김수현이 교수가 아니라 소설가로 나온다.

 

대국은 문화적 자존심으로 산다. 1840년간 아시아를 호령했던 대국 중국은 주변 작은 나라들의 매력적인 문화를 탐하기는 하지만 절대 자기의 문화로 채택하지는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 한류 바람의 과대평가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 한류의 본질과 한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중국이 매력적으로 느껴 결코 눈을 뗄 수 없는 경지에 오른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창출하지 못하면 ‘태후’로 다시 불어온 한류는 봄날의 벚꽃처럼 그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56호 (2016.05.04~05.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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