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상승세 지속?
2013년 하반기 이후 대구와
광주를 중심으로 전 도시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주택 공급 물량이 크게 늘면서 내년 이후에는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글에서는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거시적 요인과 더불어 미시적 요인도 함께 살펴보면서 집값을 전망해본다. 내년 하반기 이후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13년 하반기 이후 집값 상승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2012년에 주춤거렸던 전 도시 주택가격이 2013년 9월부터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이후 올해 10월까지 주택가격이 평균
6.6%(아파트는 7.7%) 올랐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가 2013년 8월에서 올해 10월까지 23.6%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광주(9.7%),
울산(8.0%), 부산(6.1%), 인천(5.6%), 서울(4.5%) 순서로 집값 상승률이 높았다. 대전은 같은 기간에 1.4% 오르는데 그쳐,
2년 동안 집값이 거의 정체 상태를 보였다. (참고로 기간을 길게 보면 대구와 광주 집값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예를 들면 국민은행이
주택가격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1986년 1월에서 올해 10월까지 전 도시 주택가격이 평균 170.9% 상승했으나, 대구는 156.1%,
광주는 87.8% 오르는데 그쳤다. )
대구가 가장 높은 상승률 기록
주요 대도시의 집값이 얼마나
상승했는가를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아파트 중위매매 가격 중심으로 살펴보았는데, 아래 <그림 3>이 이를 보여준다. 2013년 8월에
4억 6619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올해 10월에는 5억 1734만원으로 11.0%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동안 대구 아파트 중위
가격은 1억 7087만원에서 2억 3999만원으로 무려 40.4% 상승했다. 대구 아파트 가격이 서울에 비해 절대수준으로 낮지만 2년 사이에
크게 오른 것이다.
이외에 주요 도시의 아파트 중위 가격을 보면 부산, 인천, 울산의 중위 가격이 2억 2000만원 안팎이고,
광주는 1억 5000만원 정도로 대도시 중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다
가계 대출금리 하락이 집값 상승 초래
집값 상승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우선 거시경제 측면에 살펴보자. 주택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주가(KOSPI), 가계대출금리, 동행지수순환변동치를
선정했다. 주가가 상승하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부(wealth)가 늘어난다. 금리가 낮으면 낮을수록 가계는 돈을 빌려 집을 사려한다. 경기가
좋아야 고용이 늘고 주택을 매입하려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
이 변수들이 주택가격 변동을 얼마나 설명해주는지를 보기 위해서
벡터자기회귀모형(Vector Autoregressive model)을 구성하고 분산분해를 해보았는데, 그 결과는 아래 <표 1>과
같다. 분산분해는 모델에 포함된 변수들이 주택가격 변동을 얼마나 설명해주는가를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우선 주택가격은 상당히 오랫동안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성향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1개월 후의 주택가격 변동을 자기 스스로 96.3%나 설명하는 것이다. 이 달에 주택가격이
올랐으면(떨어졌으면) 다음 달에도 상승(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정도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데, 1년
후의 주택가격 변동에 대한 설명력은 72.6%로 하락했다.
모델에 포함한 변수 중 주가는 주택가격 변동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는 달리 가계대출금리는 1년 후의 주택가격
변동을 20.5%나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현재의 경기상태를 나타내는 동행지수순환변동치도 1년 후의 주택가격 변동을 6%
정도 설명해주었다.
저금리 지속은 주택가격 상승 요인
결국 금리가 더
하락하거나 경기가 좋아져야 주택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만 보면 주택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은행의 가계대출금리가 2012년 1월에
5.80%였으나, 올해 9월에는 3.11%로 낮아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리는 중장기적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우리 경제가 잠재 능력 이하로 성장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015년 10월까지 소비자물가가 0.6% 상승하는 데
그쳐, 1965년 통계청이 물가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최근 한국의 국채수익률(10년)이
2.1%까지 떨어져 미국의 국채수익률보다 더 낮아졌다. 채권시장은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이 갈수록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다가 중국 자금이 한국의 채권시장으로 들어오고 있고, 기업의 자금 수요 둔화에 따라 은행도 대규모로 채권을 사면서 금리를 더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앞서 설정한 벡터자기회귀 모형에서 충격반응함수를 구해보면 대출금리가 1% 포인트 하락했을 때, 주택가격은 다음 달부터 그렇지 않았을
경우보다 올랐고, 그 영향은 9개월 후에 3.2% 포인트 상승으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
물론 금리가 떨어진다고 해서 주택가격이 절대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계속 늘어나는 가계 부채를 억제하기 위해서 내년부터 주택
담보대출을 규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경우, 집값 대비 대출금(LTV: 주택담보대출비율)이나 연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DTI: 총부채상환비율)이 60%를 넘으면, 전체 대출금에 대해 원금과 이자를 매월 나눠 내야 하다. 이전에는 이자만 매월 내다가
이제 원금까지 분할상환해야 하니,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가계가 과거처럼 많은 돈을 빌려 주택을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경제성장률의 지속적 하락은 주택가격 하락 요인
한편 주택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경기도 부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 현재의 경기상태를 나타내는 통계청의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최근에
완만하게나마 증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한국 경제가 전 분기에 비해서 1.2% 성장해, 지난해 1분기(1.1%) 이후 처음으로 1%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년동기비로는 2.6%로 3%를 밑돌았다. 경제성장 내용을 보면 내수는 어느 정도 회복되었으나 수출은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1.9% 포인트였으나, 순수출의 기여도는 마이너스(-) 0.7% 포인트였다. 내수 중에서도 건설투자가의 기여도가
0.7% 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재고 증가도 경제성장률을 0.2% 포인트 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내년에도 내수가
회복되면서 경제성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낮다는 데 있다. 지난 9월말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는 1166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정부는 가계 부채가
지나치게 느는 것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가계가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때,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도 매월 분할상환하게 할 예정이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기 때문에 가계가 지금처럼 은행 돈을 빌려 쓰지는 못할 것이다. 또한 올해 큰 폭의 주택 공급 확대에 따라 미분양 주택이 점차 늘
것이기 때문에 내년에 건설투자도 올해처럼 증가할 가능성은 낮다.
세계 경제 여건도 한국 수출이 크게 늘 만큼 좋은 상황은 아니다. 2008~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투자 중심으로
10% 안팎의 고도성장을 했는데, 이제 그 후유증이 나타나면서 기업과 은행이 부실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 기업이 가지고 있는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57%로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다. 중국의 거의 모든 산업(주로 제조업)에서 공급 과잉 문제가 심각한
상태이다. 중국 기업이 부실해지고 있으며, 이는 은행 부실로 이어져 앞으로 1~2년 이내에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미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좋은 상태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도 제조업 중심으로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11년 8월 이후 주요국 통화에
비해 미 달러 가치가 최근까지 32%나 상승했다. 이런 달러 강세가 제조업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으며, 올해 8월부터는 제조업에서 고용이 줄고
있다. 아직까지 서비스업 경기는 상대적으로 좋다. 그러나 2009년 6월을 저점으로 확장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 경제가 내년 어느 시점에서는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미국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르지 못하고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주식시장이 다가오는 경기 둔화를
미리 알리고 있을 것이다.
이런 국내외 여건을 반영하면서 국채수익률 등 시장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명목금리인
국채수익률에는 앞으로 기대되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재 3% 정도인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점차 낮아져 5년 후에는 2.5%, 10년 후에는 1%대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잠재성장률에 영향을 주는 노동력이 점차 감소세로 돌아서고
자본 증가세도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경기가 좋아져서 주택가격을 상승시킬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이다.
전세가격 상승도 주택가격 상승 요인
전세가격 상승도
주택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세 제도가 월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세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집값이 오르고 있다. 1987년
1월~2015년 10월 통계를 대상으로 분석해보면, 전세가 주택가격에 4개월 선행(상관계수 0.75, 2008년 이후로는 상관계수 0.70으로
1개월 선행)하면서 움직여 왔다. 올해 10월에도 전세 가격이 5.4%(전년동월비) 올라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데, 전세 가격의 선행성을
고려하면 앞으로 집값도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추론해볼 수 있다.
그러나 올해 10월 현재 전 도시 평균 전세 가격이 주택가격의 73.3%에 이르렀다. 국민은행이 1998년 12월부터 통계를 작성해서
발표하고 있는데, 그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서울지역의 전세/주택 가격 비율이 최근에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2009년
1월에 이 비율이 38.2%였으나 올해 10월에는 72.3%로 89.3%나 올랐다. 앞으로 전세 가격 상승률이 낮아지면서 주택가격 상승률도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장기 사이클상으로 보면 상승세 둔화 예상
앞서 살펴본
것처럼 주택 등 자산가격은 한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상당히 오랫동안 그 추세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하나의 통계기법(호드릭-프레스컷
필터)을 이용하여 주택가격의 장기 추세선을 구하고 사이클을 구해보았다. 이에 따르면 우리 주택가격은 2013년 10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이러한 상승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에 있다. 이를 보기 위해 주가 사이클과 비교했다. 1987년 이후
자료로 주가와 주택가격의 장기 사이클을 구하고 상관관계 분석을 해보았다. 이에 따르면 주가가 주택가격에 23개월 정도 선행(상관계수
0.68)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을 조금 더 단축해서 2003년 이후로 분석해보면 선행성은 13개월(상관계수 0.58)로 더 짧아졌다.
주가는 2014년 9월을 정점으로 그 이후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차관계를 고려하면 주택가격 상승세는 빠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둔화될 전망이다.
분양은 성공, 입주는 실패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국에서 건축 인허가를 받은 주택은 60만 434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 늘었다. 올해 연간 전체로 보면 1990년
이후 처음으로 70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올해 주택 경기가 좋았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 인허가를 받은 주택은
2~3년 뒤 입주가 이뤄지기 때문에 2017년 이후에는 주택의 공급 과잉으로 ‘입주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7년 입주 예정물량이 32만 3797 가구로 2006년(33만 3319 가구)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올해 26만
3242가구에 비해서 23%나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이만큼 입주 실수요가 있느냐에 있다. 지난 9월말 현재 가계 부채가 1166조원으로 매우
높다. 여기다가 2017년 전후에는 중국 경제가 구조조정을 하는 가운데 미국 경제도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가 추가적으로 돈을
빌려 입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다가 미분양 주택도 더 이상 낮아지지 않고 있다. 전국 기준 미분양 주택이 2015년 4월 2만 8093가구를 저점으로 서서히
증가(9월 3만 2524가구)하고 있다. 미분양이 주택이 증가하면 4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었다.
저금리와
주택 가격의 한 방향성을 보면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내년 이후 예상되는 국내외 경기 둔화와 더불어 주택 공급의 급증 등을 고려하면
머지 않아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