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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곧 예능이다" 나영석 힘의 원천

연예·스포츠

by 21세기 나의조국 2015. 8. 2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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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곧 예능이다" 나영석 힘의 원천     

출처 스포츠조선|작성 최보란|입력 2015.08.27. 11:06|수정 2015.08.27. 15:07

 

 

 

[스포츠조선 김겨울 최보란 기자]'무릇 예능천하를 읽지 않은 자와는 '무도'를 논할 수 없다,했다.' 지상파 채널은 물론,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 종편과 케이블 채널까지 현대 예능은 춘추전국시대. 시청률 경쟁이 과열될수록 예능인들의 삶은 더 치열해지는 법.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했던가.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유재석,강호동,신동엽, 이경규,이휘재를 비롯해 신흥 예능 대세들에 이르기까지 흥망성쇠로 본 예능 영웅담을 펼쳐본다.

 

일찍이 서양에는 무엇이든 손만 대면 황금이 된다는 '미다스'라는 자가 있었다. 나영석 PD의 재주가 꼭 그와 닮아, 내놓는 프로그램마다 크게 성공을 거두니 '예능계 미다스의 손'이라 일컬어진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부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등의 확장편, 게다가 '삼시세끼'라는 유기농 농사 버라이어티까지. 연출하는 예능마다 안 되는 것이 없어, 그의 상승세가 마치 '근두운'이라도 탄듯 빠르고 가볍더라.

세간에서는 그런 나PD이 재능을 하늘이 내린 것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을 터. 그러나 '미다스'와 그의 차이라면, 스스로의 노력으로 일군 성과라는 점이 아닐까. 어린시절 그는 그저 조용하고 선생님 말씀 잘 듣는 평범한 아이였다. 본인의 말을 빌리면 "(예능쪽) 재능이나 그런 부분은 전혀 없었다. 눈에 띄는 학생도 아니었다. 장난을 치긴 했지만, 장난꾸러기는 아니었고, 두드러진 학생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서 예능의 잠재력을 찾는다면, 아마 어린 시절 즐겨봤던 코미디 오락쇼 '유머일번지'에 공이 있다 하겠다. '유머일번지'는 83년도부터 92년까지 주말 저녁에 방송됐던 코미디 프로그램. 임하룡, 심형래, 김형곤이라는 당대 톱 개그맨들이 출연했다. '국민MC' 유재석도 출연했더랬다. 그는 언젠가 '유머일번지'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품게 됐다.

그래서였을까. 나PD는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했지만, 결국 예능계에 발을 내딛게 됐다. 그 시작은 널리 알려졌다시피 KBS였다. 허나 무조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는 없었다.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는 매번 다른 이의 차지였고, 번번이 고배를 마시기 일쑤였다. 결국 의지와는 상관없이 버라이어티쇼를 하게 됐다. '1박2일'로 명성을 얻긴 했지만, 그곳에서 갖은 고생도 했다고 전해진다. 연출이라는 게 딱히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어깨너머로 보는 기술들을 익히는 것이니, 그야말로 도제식 배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더라. 제 바람은 아니었으나, 결국 '1박2일'은 그의 운명을 바꿨다. 덕분에 그는 버라이어티쇼가 트렌드를 이끄는 현 시대에 가장 강력한 PD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명문가에서 안정적으로 사는 것(안정된 콘텐츠)보다는 자유로이 포부(킬러 콘텐츠)를 펼치고 싶었던 그는 지상파인 KBS에서 과감히 케이블인 tvN으로 문파를 옮겼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행보였다. 이후 오래지 않아 '꽃보다 할배'와 '삼시세끼'라는 새로운 무공을 선보였는데 지상파를 위협할 정도의 위력이 있었다. 나 PD는 하나를 만들어내면, 그와 꼭 닮은 확장편을 만들어내는 분신술에 능했다. 닮은 듯 다른 매력의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어촌편' 등이 그것으로 이들 또한 원조 못잖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방송사가 아닌, 방송을 만들어내는 이들이 더욱 중요시 된 요즘 흐름의 선구자였다고 할만 한다.

그의 예능에는 세가지 특징이 있으니 첫째는 '여행'이다. 방랑자객의 기질이 다분한 그는 '1박2일'을 비롯해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에 이르기까지, 전국 방방곡곡도 모자라 해외로 나가 웃음을 만들어 내고 있다. 프랑스, 스위스, 대만, 스페이, 아랍에미리트를 누비는 할배들의 모습, 크로아티아를 산책하는 누나들, 페루와 라오스를 즐기는 청춘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역마살 따위가 없어도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마치 여행을 간 가족이 기념 영상이라도 찍은 듯이, 그의 프로그램들은 예능적 장치를 최소화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낸다. 그의 눈에는 동물의 작은 움직임 하나, 할배들의 걸음걸이 하나 조차도 웃음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 모든 것이 인공적이지 않고 물흐르듯 자연스럽다는 것이 신통하다. 상대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두 번째는 '쉼표'가 있는 예능이라는 점이다. 그가 tvN으로 옮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지상파는 채널 특성상 시즌제 예능을 선보이기가 쉽지 않다. 시즌제를 표방한다 하더라도 개편으로 인해 포맷이 바뀌거나 출연진이 바뀌는 시기에 이름 뒤에 시즌2, 시즌3 등으로 덧붙이는 정도로, 출연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쉬어가는 진정한 의미의 시즌제는 아니었다.

시즌제를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완전히 손을 놓는 것이 아니라, 여러 프로그램을 번갈아가며 연출하는 것이 또한 인상적이다. 이는 마치 35계 중 제4계와 제6계를 동시에 활용한 듯한 전법이다. 제4계 이일대로는 숨어서 지치기를 기다린다는 말이다. 싸울 때는 아군을 쉬게 하고 적군을 지치게 하는 게 기본이다. 제6계 성동격서, 적의 눈을 다른 데로 돌린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쉴 때는 다른 프로그램이 나선다. 전장에 나갈 병력을 교대로 배치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는 셈이다.

세 번째는 '인물'이다. 그의 최근작 출연진을 보면 예능계에서 익히 이름난 고수들 보다는 새로운 인물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미대형' 이서진에게 짐꾼과 농사일을 맡기더니, 차승원에게 앞치마를 입혔다. 할배들의 여행이 이토록 유쾌할 줄 알았던가. 여자 짐꾼 최지우가 만들어낸 '썸'은 또 어떠한가. 나영석은 익히 알려진 예능 고수들이 아니라, 예능에서는 좀처럼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인물들을 척척 발탁해 낸다. 감춰진 예능감을 알아보는 안목이 탁월하니, 다음에 그와 일함께 할 이는 또 누가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있으랴.

틀(기획)이 아무리 좋은들 그것을 뜻대로 풀어가지 못하면(연출) 보는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고, 아무리 날고 기는 고수(출연)라도 뛰놀 무대가 마땅찮으면 그 재주도 빛을 발하지 못한다. 국민 MC들이 새 예능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 세태에서 나PD는 적재적소 인물 등용법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그의 신작 '신서유기'는 이 같은 나PD의 강점들이 축약된 예능이 아닐까 싶다. 익숙한 '인물'들과 함께 자신있는 '여행' 예능으로 뭉쳤다. 강호동, 이수근, 이승기, 은지원은 나PD가 아니면 다시 모이기 어려웠을 것. 이들은 조합은 신묘하게도 서유기 속 인물들과 닮아 있다. 축생으로서 인간이 되려는 몸부림을 치는 이들의 이야기라는 점은 현실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억지스러운 설정 없이도 한 편의 스토리텔링이 그려진다.

인물과 장르에서 익숙함을 내세운 한편,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채널을 통해 도전 정신도 가미했다. 인터넷은 논란의 소지가 생길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새로운 채널 환경을 앞서가는 의지 또한 담겨 있다. 어찌보면 참으로 철저하고 조심스러우며, 어찌보면 무모하고 도전적이다. '신서유기'는 그런 점에서 나영석 PD와 많이 닮았다. 그의 손이 진짜 황금을 만들어 내는 미다스의 손인지, 다시금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같은 특징들은 결국 그의 인물됨에서 발현된 것. 평범한 사람의 정서를 담고 있지만, 사실 그는 비범한 통찰력을 겸비하고 있다. 그는 이 같은 통찰력으로 톱 MC인 강호동은 물론이거니와 본인보다 연배가 높은 윤여정, 이순재, 신구, 백일섭, 김희애 등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윤여정의 측근에 따르면 그녀는 "나영석이랑 밥 먹는 게 너무 즐거운 일"이라고 할 정도라 한다.

나PD에게는 이처럼 연예계에서 쉽지 않은 사람들을 자신 편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게 바로 나영석표 예능의 원천인 듯하다. 심심한 것 같지만 알차고, 그저 밥을 먹는 일이라고 하지만 이 조차 즐겁게 만드는 일. '꽃보다'여행 시리즈와 '삼시세끼'에서 나오는 따스한 정서가 바로 그의 그런 성향에서 비롯된 것은 듯 싶다. '꽃'보다 '할배'라더니, '시청률' 보다 '사람'이었다.

이 글을 마감하며 그가 했던 말 중 한 마디가 떠오른다. "나는 촬영을 가기 전이나 촬영을 할 때보다, 모두 끝나고 편집된 화면을 보는 출연자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이 짧은 한 마디가 그가 가진 예능 철학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시청률에 연연해 거짓말이 난무한 예능계에서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의 마음 씀씀이가, 조미료 없는 어머니의 사골국처럼 진하게 우러나는 게 아닐까. 지극히 튀는 사람이 많을 때, 오히려 그의 평범함이 스타들과 대중들의 마음을 동하게 했음이다.

 



winter@sportschosun.com, ran613@sportschosun.com, 일러스트=문성원 기자 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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