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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변동 폭 확대'..수출 살리기 나선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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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5. 8. 1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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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변동 폭 확대'..수출 살리기 나선 중국

위안화 약세 유도 포석, 동조화 강한 원화에는 긍정적

한경비즈니스|입력2015.08.17. 09:15

 

 

 

중국 국무원이 이달 들어 갑자기 위안화 환율 1일 변동 폭을 확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고정환율제도를 폐지하고 관리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한 지 10년 만의 가장 큰 변화다.

 

중국 국무원의 이런 조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동안 국제사회가 중국 정부의 위안화 환율 관리에 대해 숱한 비난을 던져 왔기 때문이다. 미국을 필두로 한 주요 서방국가에서는 그동안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시장에 개입해 위안화 가치를 낮추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 의회(상원)도 환율 조작이 국제무역법 위반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대부분의 예측 기관들은 위안화 1일 변동 폭 확대 예고 조치가 ▷위안화 국제화 추진의 일환 ▷위안화 약세를 통한 경기 부양 등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 11월 위안화를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 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해 세계 기축통화로 발전시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경기 순환적인 측면에서는 각국의 경쟁적인 평가절하 속에 위안화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환율 변동 폭을 확대해 글로벌 환율 전쟁에 동참하려고 한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갈수록 약해지는 수출과 성장 동력을 다시 찾고자 하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변동 폭 확대를 예고한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변동 폭과 시행 날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새롭게 설정될 변동 폭이 2.5~3.0% 사이일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이번 변경을 토대로 환율 규제가 완화돼 외환 자유화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13·5 계획’ 앞두고 곤혹스러운 시진핑

시행 날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한데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SDR 편입을 위해 이르면 다음 달에는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골드만삭스는 올해 안에 시행될 가능성을 50% 밑으로 낮게 보고 있다. 증시 부양책이 나온 이후 5년 뒤로 넘어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2000년 이후 약 10년 이상 지속돼 왔던 중국 경제의 높은 성장세가 지난해 이후 크게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990년 톈안먼 사태 이후 가장 낮은 7.4%를 기록했고 16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 목표치를 밑돌았다. 당초 6.8%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됐던 올해 2분기 성장률이 7%로 나옴에 따라 통계 조작 논란까지 불거졌다.

IMF 등은 중국의 하반기 성장률이 종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렵겠지만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올해 상반기보다 다소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올 6월 중순 이후 상하이지수가 30% 가까이 폭락함에 따라 ‘역자산 효과’가 나타나면서 경기 회복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제13차 5개년(13·5) 계획’ 수립을 앞두고 중국 지도부는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중국 공산당은 올 10월에 열릴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8기 5중 전회)를 개최해 내년부터 2020년까지 경제정책 운영 방향, 특히 목표 성장률을 정해야 한다.

‘13·5 계획’ 추진을 앞두고 시진핑 정부는 ‘전반적 소강사회’를 건설하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2010년 대비 2배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을 밝혀 왔다. 소강사회는 인민 모두가 기본적으로 의식주를 충족시키는 사회를 말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13·5 계획’ 기간 중의 연평균 성장률이 7%대를 유지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진핑 정부로서는 전임 후진타오 정부에서 평균 8%대의 성장률을 유지한 점을 감안하면 목표 성장률을 6%대로 설정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 하지만 갈수록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 시장의 신뢰와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목표 성장률을 6%대로 낮춰야 한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원화, 달러보다 위안화에 더 민감

환율 변동 폭 확대 예고도 위안화의 SDR 편입 목적 이외에 위안화 약세를 도모해 날로 둔화되고 있는 경기를 살리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중국 국무원이 변동 폭 조치와 함께 통관 수수료를 폐지하겠다고 밝혀 이번 조치가 수출 경기 회복을 모색하고자 하는 의도로 시장에 비쳐지고 있다.

허징퉁 난카이대 교수는 이번 결정이 중국 정부가 수출 경기 부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아직까지 변동 폭 확대 소식을 반영한 환율 전망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향후 변경 폭이 발표된다면 전망 수정치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위안화의 원화에 대한 영향이 달러화에 비해 커질 가능성을 감안하면 국제화 진전으로 위안화 가치가 평가절상되면 원화 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원화 환율의 주요 통화에 대한 반응도를 측정하는 실증 분석 자료를 보면 위안화의 평가절상 시기에 원화는 달러보다 위안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향후 국내 외환시장은 위안화 환율과 원화 환율 간에 서로 ‘정(正)’의 상관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조화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05년 중반 이후 위안화 절상 기간에 원화의 달러화 대비 절상률은 위안화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두 통화의 환율이 양의 상관관계를 유지하면서 움직이는 것은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곧 원화의 절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위안화와 원화 간의 반응도를 이용해 국제화 진전으로 위안화 가치가 5% 정도 절상될 경우 원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원·달러 환율은 평균 20원 정도 추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요인을 감안하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이후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국내에 유입됐던 외국 자금이 이탈해 국내 증시 등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위안화 절상에 따른 원화 추가 절상과 함께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금융 위기 이후 나타나고 있는 ‘잔물결 효과’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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