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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도시 이야기] (1) 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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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5. 8. 1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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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도시 이야기] (1) 시안

新실크로드 거점으로 부상하는 3천년 역사 도시

기사입력 2015.05.15 17:18:00

 

 

 

 

 

 

 

 

 

 

인구 13억명의 중국에서 100만명이 넘게 사는 도시는 몇 개나 될까? 답을 듣는 순간 깜짝 놀랄 것이다. 무려 150개에 달한다. 2020년엔 200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허베이성 바오딩처럼 순식간에 성장한 공업도시도 있고, 허난성 뤄양처럼 수천 년간 중화 문명의 명맥을 이어온 도시도 있다.


또 인종과 문화가 중앙아시아에 더 가까운 우루무치 같은 도시가 있는가 하면 칭기즈칸의 후예들이 사는 후허하오터 같은 도시도 있다. 럭스멘의 새 연재물 백시쟁명(市爭名)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팽창 중인 중국 도시에 관한 이야기다. 도시의 변화상과 정치적 배경을 알게 되면 중국의 기회를 포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구중궁궐 대문이 활짝 열리니, 만국 사신들이 황제에게 절을 올리네.(九天閶開宮殿 萬國衣冠拜冕旒)”

당나라 전성기인 8세기에 활동한 시인 왕유가 수도 장안, 현재의 시안(西安)을 묘사한 시구다. 당시 당나라는 세계 최강 제국으로, 장안은 온 세계에서 사신과 상인들이 몰려드는 국제도시였다. 인구는 100만명이 넘었고, 외국에서 방문하는 사신은 연간 수천 명에 달했다.

중국 대륙을 닭 모양이라고 할 때 심장에 해당하는 도시가 시안이다. 국토의 한가운데 위치한 이유로 주(周), 진(秦), 한(漢) 등 역대 13개 왕조가 도읍으로 삼았던 중국의 대표적인 고도다. 3천년의 도시 역사를 자랑하는 시안은 인류 문화유산의 보고이기도 하다. 중국의 첫 통일왕조인 진나라 시 황제 때 만들어진 병마용갱을 비롯해 당나라 측천무후 때 세워진 대안탑에 이르기까지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과 같다.

하지만 원나라 이후 역사의 주무대가 오늘날 베이징으로 옮겨가면서 고도 시안은 차츰 역사책 속으로 명성이 사라졌다.

시안이 최근 들어 800여 년 만에 다시 중국의 중심으로 화려하게 부상한 것은 실크로드 덕분이다. 실크로드란 비단과 도자기를 비롯한 중국 수공예품이 아랍세계로 전해지던 교역로를 말한다. 한나라 때 처음 개척돼 당나라 시기에는 가장 활발하게 사람과 물품이 오갔다. 동방의 귀한 상품을 구하기 위해 서역 상인들은 천산산맥을 넘고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 시안에 몰려들었다. 불교와 기독교 전파도 이 길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당나라 시절 천축에서 불경 600권을 들여와 불교 중흥을 이끈 현장법사,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를 횡단하고 왕오천축국전을 쓴 신라 고승 혜초도 이 길을 걸어갔다.

 



시안 광복군 표지석

 

 

21세기 실크로드 거점으로 부활하다


모험심 가득한 여행객들만이 도전하던 실크로드가 21세기 경제 대통로로 부활하고 있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덕분이다. 일대일로란 육상과 해상에서 각각 과거 실크로드 네트워크를 복원하는 사업을 말한다. 중국에서 출발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동, 멀리는 아프리카와 동유럽까지 물류가 끊이지 않도록 철도, 도로, 항만을 건설하는 게 핵심이다.

중국이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는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것은 대략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경기 부양이다. 성장이 둔화돼 경기 부양이 필요한데, 기왕에 돈을 쓰려면 주변국과 물류 인프라를 개선하는 인프라사업이 오랫동안 효과를 낼 수 있다. 둘째는 외환보유고 활용이다. 외환보유고가 4조달러에 달해 처치 곤란한 상황에서 일대일로 같은 천문학적 프로젝트를 추진하면 자연스레 달러를 중국 밖으로 퍼낼 수 있다. 셋째는 지정학적 포석이다. 서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투자 공세를 통해 중국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과 인도를 밀어낼 수 있다. 파키스탄이 대표적 사례다. 중국은 수십 조원에 달하는 경제협력 사업을 내세워 파키스탄의 전략적 요충지 과다르항 운영권을 따냈다. 여기서 출발해 파키스탄 내륙을 통과, 중국 서부 신장자치구까지 가스관을 놓으면 중국은 기존 말라카해협 루트와 비교해 석유가스 수송 거리를 9000km 이상 단축할 수 있다.

시안은 이처럼 중국 정부가 다목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 사업의 육상 거점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와 외교부, 상무부는 공동으로 작성한 ‘일대일로 희망과 행동’ 계획을 지난 3월말 발표했다. 그동안 관심을 모았던 중국 내 일대일로 노선을 최종 확정한 것이다. 육상 실크로드는 신장자치구에서 출발해 칭하이성, 산시성, 네이멍구를 거쳐 동북지방 지린성, 헤이룽장성까지 이어진다. 계획안에 따르면 시안이 내륙 개발의 거점 도시로 개발된다. 과거 실크로드가 그랬던 것처럼 일대일로에서도 시안이 중국 내륙의 동서를 연결하는 고리가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시안에선 항공, 도로, 철도, 전력 등 인프라를 확충하는 사업이 잇따를 전망이다. 시 정부가 확정한 일대일로 관련 사업 규모만 해도 1115억위안(약 20조원)에 달한다. 고속철의 경우 시안에서 서부 중심 청두까지 연결하는 노선에 450억위안을 투자해 2017년 완공될 예정이다. 고속철이 개통되면 3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중부 교통 중심지 우한과도 2018년 고속철로 연결된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2천년 진 시황릉의 비밀이 벗겨진다


일대일로 사업은 역사도시 시안이 물류와 관광의 세계적 중심지로 거듭날 기회를 제공해준다. 올해만 해도 항공노선이 20여 개 추가돼 국내외 취항도시가 200여 개로 늘어난다. 관광객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시안을 찾은 관광객은 약 1억2000만명, 관광수입은 무려 950억위안(약 17조원)에 달했다. 2013년과 비교해 관광객과 관광수입 모두 20%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일대일로 여행상품이 개발되면서 시안이 최대 수혜자가 된 것이다. 앞으로 고속철이나 항공 인프라가 확충되면 몇년안에 관광객 2억명 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시안의 대표적 역사 유적은 진 시황릉과 병마용갱이다. 중국 역사 최초로 통일 왕조 진나라를 세운 시황제는 사후에도 자신을 지키게 하기 위해 토기로 병사와 말 모형을 만들어 무덤안에 배치했는데 그 수가 무려 6000여 점에 달한다. 지난 1974년 한 농부가 우물을 파다 토기 조각을 발견해 2천년만에 빛을 보게 된 병마용갱은 빌 클린터 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외국정상들이 중국방문시 찾는 명소가 됐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현재 공개된 병마용갱이 사실은 진 시황릉 전체 중 아주 작은 귀퉁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둘레가 6km, 높이가 40m에 달하는 진 시황릉은 축조 당시 70만명의 인력이 동원된 대공사였다. 그 안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보물이 소장돼 있을 게 확실하지만, 중국 정부는 발굴작업을 미뤄놓고 있다.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발굴하고 보존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설 때 발굴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병마용갱에 전시된 테라코타도 시간이 지나면서 채색이 흐려져 발굴 당시의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고향

5월 중순 중국을 방문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중국 시안을 방문할 계획이다. 병마용갱을 구경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시안이 시진핑 주석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시진핑 주석이 모디 총리의 고향 구자라트를 방문한 데 대한 답방 형식으로 모디도 시진핑의 고향을 방문하는 것이다. 시진핑은 베이징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인 시중쉰 전 총리가 시안 출신이어서 시 주석의 본적지도 시안이다.

게다가 시 주석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시안에서 보내 시안에 대한 감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대혁명 시기 10대 후반의 시진핑은 시안과 가까운 산시성 옌안(延安)시 량자허라는 농촌에 하방(下放:마오쩌둥 정부가 지식인과 간부의 관료화를 막기 위해 농촌 노동현장으로 보낸 정책)돼 7년이나 간난신고를 겪었다. 공산당 고위층의 자제였지만 시진핑은 당시 토굴집에 살며 밀 포대를 어깨에 짊어지고 10리길을 걷는 일이 다반사였다. 시 주석의 동생 시위안핑은 과거 한 기고문에서 1975년 부친 권유로 시 주석이 하방 생활을 하던 토굴집을 가본 경험을 언급하며 “그곳은 이와 벼룩 천지였다”고 회고한 바 있다. 지난 2월 설 연휴를 앞두고도 시진핑 주석은 시안을 찾아 시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시 주석이 량자허촌을 찾은 것은 1993년 이후 22년만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우리나라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지난해에 시안을 방문했다. 시안 방문은 박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에 개인적 유대를 강화하고 한·중 관계를 한층 더 끈끈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역사 도시에서 움트는 첨단 IT산업

화려한 역사와 관광객에 기대 살던 도시는 이제 첨단 IT산업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변화를 이끄는 주역은 공항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고신(하이테크)기술산업개발구다. 입주 기업은 무려 1만7000여 개에 달하고, 하이테크 기술 기업이 900여 개, 외국인 투자 기업도 1200개나 된다. IBM, 퀄컴, 인텔 등 세계 굴지의 IT기업들도 개발구에 입주해 있다.

그중에서도 삼성전자는 최대 규모의 생산라인을 자랑한다.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공장을 세우면서 투자한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은 중국에서 외국 기업의 단일 투자로는 최고액 기록이다. 지난 5월 완공돼 생산에 들어간 뒤 협력사 등의 추가 투자가 진행돼 지금까지 삼성 낸드플래시 타운에서 이뤄진 총투자 규모는 200억달러에 달한다. 축구장 150개와 맞먹는 115만㎡ 부지에 연면적 23만㎡ 규모로 건설된 삼성 낸드플래시 공장은 초미세 공정인 10나노급 낸드플래시(V-NAND) 메모리를 생산한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SDI도 시안 고신개발구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짓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삼성SDI는 시안 공장에 2020년까지 총 6억달러(6500억원)를 투자해 여기서 매출 10억달러를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차 기준 연간 4만대 이상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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