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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부의 고리', 통화 전쟁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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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5. 3. 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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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부의 고리', 통화 전쟁 부른다

수출로 국부 늘린 중국…미 국채 매입 줄이며 갈등

한경비즈니스|입력2015.03.02 13:45|수정2015.03.02 13:46

 

 

 

1990년대 중반 이후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로 부(wealth)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전됐다. 이제 금융을 통해 미국이 그 부를 찾아오려고 하는데, 이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 경제는 정보통신 혁명으로 이른바 '신경제(new economy)'를 달성했다. 정보통신 혁명은 산업의 각 부문에서 생산성 증가로 나타났다. 1980~1995년에 연평균 1.5% 증가했던 비농업 부문의 노동생산성이 1996~2007년에는 2.7% 향상됐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이런 신경제를 믿고 미래를 낙관하면서 미국 가계가 소비를 늘렸다. 미국 가계는 자기 소득 이외에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소비하면서 파티를 즐겼다. 가계 부채가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5년 말 85%였는데 이것이 2007년에는 130%까지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으로 이전된 '미국의 부'

 



미국 가계가 이처럼 부채를 짊어지면서까지 소비를 늘리는 동안 가장 큰 혜택을 본 경제 주체는 중국의 생산자들이었다. 이들은 저임금을 바탕으로 미국의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켜 줬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1995년 455억 달러였던 미국의 대중 수입이 2007년에는 3214억 달러로 6배나 늘었다. 반면 이 기간 동안 미국의 대중 수출은 118억 달러에서 629억 달러로 4배 증가한 데 그쳤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빨리 늘어난 만큼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1995년에는 338억 달러였지만 2007년에는 2585억 달러로 크게 늘었다. 이 기간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 누적액은 1조4998억 달러였다. 거꾸로 중국은 미국 수출로 1조5000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이다.

 



중국은 미국 수출에서 번 돈으로 미 국채를 샀다.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2002년부터 1000달러를 넘어서기 시작했는데, 2002년 중국은 미 국채를 1184억 달러어치 보유했다. 외국인이 가지고 있는 국채 중 10% 정도였다(2002년 일본 비중은 31%). 그러나 2007년 말에는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이 4776억 달러에 이르렀고 외국인 보유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미국이 금융 위기를 겪었던 2008년에 중국이 7274억 달러에 이르는 미 국채를 보유했고 외국인 비중에서 24%로 일본(20%)을 넘어서 중국이 미 국채 최대 보유국으로 등장했다.

 



중국의 미 국채 매수 증가는 미국 금리 하락에 크게 기여했다. 2000년 1월 6.7%였던 미국의 국채(10년) 수익률이 2008년 3월에 3.5%까지 거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금리가 떨어지자 미국의 집값이 크게 상승했고 이에 따른 부의 효과로 가계는 소비를 더 늘릴 수 있었다. 미국 소비자는 중국 생산자가 물건을 싸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금리도 낮춰 집값을 올려주니 그들에게 고마워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과정에서 미국 소비자가 부실해지고 미국의 부가 중국으로 이전된 것이다.

 



주택 시장의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미국은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었다. 그 이후 미국이 한 일은 전례 없는 통화정책으로 미국의 디플레이션을 중국 등 전 세계로 수출한 것이었다. 연방 기금 금리를 5.25%에서 0~0.25%로 인하했고 세 차례 양적 완화를 통해 3조 달러가 넘는 본원통화를 공급했다. 이에 따라 미 달러 가치는 2009년 3월에서 2011년 8월까지 주요국 통화에 비해 22%나 하락했다. 특히 이 기간 중국의 위안화 가치는 9% 정도 올라갔다. 미국의 통화정책은 일단 성공했다. 달러 가치 하락으로 미국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경제가 회복되고 다른 한편으로 주식과 주택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부는 증가하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구성비를 보면 대조를 이룬다. 미국 GDP 중 소비와 고정투자가 차지하는 비중(2013년 기준)은 각각 68%와 17%이고 순수출은 마이너스 3%다. 반면 중국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6%로 매우 낮고 고정투자 비중은 48%로 높다. 순수출은 2%를 약간 웃돌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소비 중심으로 성장하면 미중 무역 불균형 관계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의 가계소득이 늘면서 중국 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미국의 금융 위기 이후에도 계속 늘고 있다. 2009년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2269억 달러로 2008년 2680억 달러보다 약간 줄었지만 그 이후 다시 확대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3426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셰일가스 생산 증가에 따른 에너지 가격 하락도 여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가계 소비지출 중 에너지 비중이 작아진 만큼 미국 가계는 다른 소비를 더 늘릴 수 있다. 반면 중국은 에너지 수입국이다. 에너지 가격 하락은 에너지 생산국에서 소비국으로 부를 이전하는 것과 같다.

 



미국의 두 가지 대응 시나리오

 



2009년 이전까지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미 국채를 사 줬다. 특히 미국이 금융 위기를 겪었던 2008년에는 중국이 미 국채를 2498억 달러어치 사들여(외국인 보유 금액 증가 중 34% 차지) 미국이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데 상당히 기여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매년 30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내면서도 미국 국채를 거의 사지 않고 있다. 2010 ~2013년에 중국의 미 국채 투자 금액은 1099억 달러로 이 기간 무역 흑자(1조2021억 달러)의 9%에 불과하다. 특히 2014년 11월까지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1조2504억 달러로 2013년 말보다 196억 달러 줄었다.

 



미국은 이런 중국에 대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 상승을 통해 대응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 방법은 두 가지로 전개될 수 있다. 우선 중국이 복수 통화 바스켓으로 운용되는 현재의 환율 제도를 포기하고 자유시장 변동환율제로 가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교역에서 3000억 달러가 넘는 무역수지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환율을 시장에 맡기면 위안화 가치는 자동적으로 상승하고 중·장기적으로 이것이 중국의 소비를 증가시켜 중국과 미국의 교역 불균형을 어느 정도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무역·제조 강국에서 위안화 국제화를 포함한 금융 강국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멀리 내다보면 이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 중국 경제는 고성장 특히 과잉투자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수요 부족으로 기업이 부실해지고 나아가 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의 부실 증가하고 있다.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현행 환율 제도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면 미국이 통화정책을 다시 팽창적으로 운용하면서 달러 가치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1조2500억 달러)를 포함해 3조900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화보유액의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국부가 감소하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이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중국이 돈을 같이 풀면서 환율 전쟁에 참여하든가 아니면 미 국채를 미리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미 국채를 많이 팔면 미 국채 가격이 폭락할 것이다. 중국은 이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장기국채를 단기국채로 대체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크게 주지 않고 미 국채 보유액을 줄여갈 수 있다.

 



지난해부터 이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국은 미 국채를 판돈으로 금·석유·구리를 직접 사거나 이들을 생산하는 기업을 매수하고 있다. 여기에는 밀과 옥수수 등을 생산하는 농장도 포함된다. 중국과 미국의 통화 전쟁 전개 방향이 앞으로 글로벌 경제나 금융시장에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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