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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외교부 한반도 문제 책임자인 류젠차오 차관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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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22주년을 맞아 전략적 동반자로 발전을 이룩했다. 양국 관계발전과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자. 한중 교류가 돈독해 지기를 희망한다. 한류를 통한 협력과 앞으로의 교류가 더 늘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중 수교 22주년이었던 지난 8월 25일 중국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만난 류첸차오 차관보가 가장 많이 강조한 것은 한중 간의 적극적인 교류였다. 외교부 대변인 출신으로 최근 한반도 문제 책임자로 임명된 류 차관보는 "한중 간에 인터넷으로 통하면서 관계가 강화됐다"며 "이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그는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드라마와 방송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류 차관보는 '심의가 엄격한 중국 현실에서 한국 드라마나 방송이 중국에서 제약이 없냐'는 물음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한국 드라마는 중국 정서와 잘 맞는다. 규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인기를 모은 배우 김수현의 중국 방문 열기가 뜨거웠음을 언급하면서 "한국 드라마 중 <대장금>을 재밌게 봤다"며 "드라마와 영화 외에 다양한 부분에서 교류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류 차관보는 지난 6월 한국 국무총리 내정자였던 문창극씨가 과거 '중국은 민주화와 자유화, 기독교화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공개적으로 나타내 주목을 받기도 했었다.
싱하이밍 부국장 "국정원 간첩조작사건, 노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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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외교부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싱하이밍 아시아국 부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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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에서 한국 문제를 담당하는 핵심 실무자로 꼽히는 싱하이밍 아시아국 부사장(부국장) 역시 "시진핑 주석 방한 이후 중국은 한국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양국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싱 부국장은 주한 중국대사관 공사로 대사 대리를 역임했고 평양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는 한반도 전문가다. 그는 시종일관 한국말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싱 부국장은 국정원이 중국 공문서를 위조해 간첩조작사건을 일으킨 데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노코멘트"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양국 기관들 간에 교섭채널이 있고, 개인에 대한 사건으로 인해 두 나라 관계가 안 좋게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면서 "어떤 언급을 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이날 중국 외교부 관리들과의 만남은 중국 정부가 한국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청하면서 이뤄진 것이었다. 중국 정부는 국내 중앙언론사 기자들과 블로거 등 10명을 공식 초청해 지난 8월 24일부터 30일까지 베이징과 쓰촨성 청두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중국 외교부 측은 "한중 간의 관계가 양국 정상의 상호방문 이후 가까워지고 있는 시점에서 민간 교류협력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8월과 올해 6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의 주요 언론사 기자들과 유명 블로거들을 초청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데 대한 답례 형식이기도 하다.
"'사드' 도입은 한중 관계 안 좋은 영향, 한국정부 잘 판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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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중국 국책기관인 중국국제문제연구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연구원 관계자들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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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측 인사들은 기본적으로 양국 간의 우호를 강조하면서도 때론 분명하게 중국 측 입장을 개진했다.
중국 국책기관인 중국국제문제연구원 궈시안강 부원장은 25일 오전 간담회에서 남북 관계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했다. 궈 부원장은 한중 간의 거리가 좁혀진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북중 간의 거리가 소원해 진 것에 "북한 국내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평양을 종종 다녀온다는 궈 부원장은 "북한도 경제개혁 등을 통해 많이 변하고 있다"며 "검문도 많이 완화됐고 차도 많이 늘었다"면서도 "남북 양측이 긴장을 조성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침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에 대해 북측의 반발이 연일 터져 나왔던 시점이었기에 그의 발언은 눈길을 끌었다.
궈 부원장은 "북한의 스트레스는 당연하고 한미 훈련은 북한을 자극하는 것"이라며 "북측이 (한미) 훈련에 대해 강성발언을 하는 것은 미국과 한국에 대한 엄포"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양쪽 모두 신중해야 한다"며 "3자 간에 간섭을 하거나 침략하지 않으면 중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한미동맹이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한반도 문제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측은 미국이 주한미군에 배치하려고 하는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시스템)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연구원에서 아태연구소를 담당하고 있는 유사오슈 소장은 "사드 도입은 중국과 한국의 관계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게 좋을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소장은 또 "한국 측은 북핵 문제를 핑계 삼겠지만 한중 관계의 발전이 한반도의 안전을 보장한다"며 "한중관계는 결국 서로의 안보이익을 잘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어려움이 있겠으나 한반도 통일은 결국 중국의 입장이 중요하다"면서 "일부에서는 중국이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한중 관계가 계속 발전한다면 남북 통일이중국에도 나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류 강조하는 중국, 조건에서는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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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공산당 쓰촨성 쯔양시 리지아 당서기(왼쪽)가 한국 오피니언 리더 방문단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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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만난 각계 인사들 역시 한국과의 교류가 늘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이테크 기업들이 집중돼 있는 쓰촨성 청두시 첨단기술남구 책임자는 "유럽지역 나라들이 투자에 관심을 갖지만 한국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현대차가 최근 상용차 공장을 완성해 가동에 들어간 청두 인근 쯔양시의 쓰촨현대 김현수 본부장은 "한국기업들의 투자에 대한 중국 측의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쓰촨현대는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현대차의 첫 해외 상용차 공장으로, 지난 6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김 본부장은 "아직은 시작 단계라 미미하지만 영역을 계속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공산당 쯔양시위원회 조가귀 선전부장은 "한국 사람들을 업무상으로 만난다고 생각하지 않고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라 여긴다"며 "한국과 많은 교류가 있기를 바란다"고 친근감을 나타냈다.
쯔양시에서는 시의 최고 책임자인 리지아 공산당 당서기가 직접 한국방문단을 맞이했다. 오피니언 리더 방문단 단장을 맡은 중앙일보 유상철 부국장(전 베이징 특파원)은 "당서기가 민간 방문단을 직접 영접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중국 측이 의전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청두 한국총영사관 관계자는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좋아지고 있다"면서 "중국과 한국 간의 민간 교류가 양국 관계 증진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이어지면서 교민들의 수도 급증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양한 교류와 소통을 원하는 중국 측이 기대와는 달리 현실적인 조건에서는 다소 온도차가 있어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폐쇄적인 온라인 서비스망 문제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과 '라인' 등의 서비스가 중국에서는 막혀있는 상태다.
중국 정부 측은 테러 및 체제를 위협하는 정보 등을 차단한다는 명분 아래, 통제 및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톡'과 네이버의 '라인'도 8월부터 차단되고 있다. 중국 쪽 관계자는 "온라인 분야에 대해 심사할 권한이 있다"면서 "서버가 중국에 있냐 없냐는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오피니언 리더 방문단에 참여한 네이버 윤영찬 경영지원실 이사는 "중국이 국가 정책과 관련된 사안이라고 하니 서비스 재개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한국 온라인망의 중국 진출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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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5월 쓰촨성 대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학교 건물. 수업을 받던 상당수의 학생들이 희생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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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재난에 대한 중국의 자세는 세월호 참사로 논란이 큰 한국의 현실과 대조를 보이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8년 5월 발생한 쓰촨성 대지진 피해지역을 보전한 채 이를 관광지로 활용하고 있었다. 쓰촨성 대지진은 희생자가 8만이 넘는 대형 재난이었다.
지진의 진앙지로 당시 주민 1만 명 중 절반 이상이 사망한 원촨현의 잉시유(映秀)진에서는 당시 무너진 학교 건물이 유적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당시 허술하게 지어진 학교 건물들이 지진으로 무너지면서 수업 중이던 수천 명의 학생들이 떼죽음을 당한 참사가 발생했는데, 그 아픔을 '잊지 말자'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