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스크' 아닌 '기회'로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4.08.04 09:15
중국 자본과 한국 기업이 서로 윈윈하는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 정부 나서서 투자 가이드라인 제시…지나친 중국 의존은 경계해야2012년 중국 거대 유통기업인 디쌍그룹은 국내 패션기업 아비스타 지분 36.9%를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됐다. 당시 아비스타는 디자인과 제품 기획 능력은 인정받았지만, 계속되는 적자로 스스로 살아날 방법이 없었다. 아비스타를 인수한 디쌍그룹은 자신들의 중국 내 유통망을 활용, 다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썼다.
결과는 대성공. 아비스타는 지난해 1월 2020년까지 중국 매출 1조원을 거두겠다고 공언했다. 증권가에서는 아비스타가 올해 흑자전환한 뒤 향후 3~5년간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비스타와 디쌍그룹은 중국 자본과 국내 기업이 결합해 성공한 대표적 '윈윈' 사례다.
"자본에는 국경이 없다."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 자본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킬 때 자주 하는 말이다.
항상 색안경을 끼고 '차이나머니'를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새로운 자본은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중국 자본이 제주도에 대거 유입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진다. 하지만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중국인들이 보유한 제주도 땅 면적은 전체의 0.2%도 안 된다.
다른 나라로 눈을 돌려보면 영국은 중국 자본을 유치하지 못해서 난리다. 지난해 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중국을 찾아 경제 협력 물꼬를 텄고 최근 두 나라는 140억파운드(약 24조원) 규모 경제 협력 방안에 합의했다. 다른 국가도 중국 자본 투자에 대해 두 손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떻게 하면 중국 자본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건전한 자본 활용 방안이 중요 한국 건설과 중국 자본 결합해 글로벌 진출 노리는 것도 방법
중국 자본을 슬기롭게 활용하려면 디쌍그룹과 아비스타 협력처럼 성공 모델을 계속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은 북경기차에 지분을 투자해 '북경현대'를 만들었다. 현재 북경현대는 중국에서 2~3위권을 형성하는 자동차기업으로 떠올랐다. 국내 자본이 중국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다. 중국 자본이 한국 기업에 투자할 경우 한국 기업 입장에선 역으로 중국에 진출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중 협력은 서로 뺏고 뺏기는 싸움이 아니다. 어차피 수요는 중국에 있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의 인프라 건설노하우를 중국 자본과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 함께 진출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안유화 연구위원 조언도 눈길을 끈다.
정부 차원에서는 중국 자본 성격이 투자인지, 투기인지를 살피고 관련 제도를 미리 정비하는 것도 필수다. 현재 국내에 들어오는 중국 자본은 대부분 정부나 기업 투자다. 때문에 경영권 침해나 기술 유출 우려는 일부 있지만 당장 자본이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정진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 자본가들은 이익 실현 감각이 굉장히 밝다. 향후 규제가 풀리고 중국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 국내 자본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금융당국이 지금부터 다양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일관성 있게 제시하고 규제도 미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국 자본 교류 활성화를 위해선 서로 간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2011년 6월 완리인터내셔날을 마지막으로 중국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은 중단됐다. 중국 기업들은 회계 투명성이 부족하고 정보 공개에 취약하다는 비판 탓에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자본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진출하기 전에 이 같은 '차이나리스크'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에서는 중국 자본의 국내 진출이 확대되면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을 우려한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위안화 사용 확대에 따른 외환 시장 변동성을 점검하고, 우리 경제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68호(07.30~08.05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