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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업 경쟁력 어디까지 왔나]산업강국 급부상한 중국 슬금슬금 기술도 최정상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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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7. 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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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업 경쟁력 어디까지 왔나]산업강국 급부상한 중국 슬금슬금 기술도 최정상급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4.07.04 16:03

 

  

중국 기업이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휴대전화 제조업체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는 탄탄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어느새 삼성전자와 애플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세계 스마트폰 제품 5대 중 1대가 중국산 제품이다. 조선 산업에서는 세계 최강인 우리나라를 호시탐탐 위협한다. 글로벌 선박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1~5월 국내 조선사 수주 물량은 520만CGT로 중국(760만CGT)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러다 '세계 조선 1위' 자리를 영영 중국에 뺏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삼성, LG전자 등 국내 기업이 탄탄한 기술력을 자랑해온 고급 TV 시장에서도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등 중국 기업 추격이 거세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중 65%는 "중국이 앞으로 10년 안에 국내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인 '뿌리산업'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기업이 몇 년 새 급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중국 기업의 도약은 우리 기업엔 위기일까, 기회일까.


저가 공세 옛말'프리미엄 강자' 부상



지난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놀랄 만한 일이 일어났다. 첫 스마트폰 제품을 내놓은 지 3년도 채 안 된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애플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3위 자리에 오른 것. 샤오미는 중국 시장점유율 11%를 차지해 애플(10%)은 물론이고 중국 현지 경쟁 업체 쿨패드(10%), 화웨이(8%)까지 넘어섰다.

 


중국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맹활약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샤오미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3.9%를 차지해 LG전자(4.3%)를 바짝 뒤쫓았다. 갤럭시S, 아이폰과 비슷한 부품을 사용하면서도 값싼 제품을 선보인 데다 매주 주요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소비자 인기를 끈 덕분이다.

 


샤오미에 화웨이, 레노버, ZTE 등 스마트폰 업체 점유율을 합하면 중국 기업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만 20%를 넘는다. 머지않아 삼성전자, 애플을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중국이 세계가 인정하는 산업 강국으로 급부상했다.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조선 등 주요 산업마다 글로벌 기업들이 맹활약 중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IT 업계다. 전통 강자였던 미국 MS, 야후가 모바일 시대에 적응을 못 하는 사이 중국 신흥 IT 기업들이 세계 무대를 호령하기 시작했다.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저가 제품을 출시해 시장점유율을 높인 후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고급 제품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조선업 세계 최강 한국 넘볼 정도 'BAT' 기업 구글·트위터에도 안 밀려 스마트폰 1위 삼성 긴장하는 모습 역력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는 지난해 2400억위안(약 39조원) 매출을 기록해 통신장비 분야에서 에릭슨(스웨덴)에 이어 세계 2위 자리에 올랐다. 스마트폰에서도 어느새 삼성전자, 애플에 이어 세계 3위 진입을 노린다. 쿨패드, 레노버, ZTE, 샤오미 같은 쟁쟁한 스마트폰 업체들도 중국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하는 중이다.

 


일명 'BAT'로 불리는 중국 인터넷 기업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BAT는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의 앞 글자를 따서 부르는 말이다. 미국의 대표적 인터넷 기업군인 'TGIF(트위터, 구글, 애플 아이폰, 페이스북)'에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80% 점유율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우뚝 선 알리바바는 지난해 매출 1조위안(약 163조원)을 돌파했다. 총 거래 규모만 2400억달러로 미국 아마존 거래 규모(970억달러)의 2배가 넘는다. '위챗' 'QQ' 메신저로 유명한 텐센트는 지난해 매출이 610억위안(약 10조5000억원)으로 5년 만에 9배 커졌다.

 


이들 업체들이 애초부터 덩치가 컸던 건 아니었다. 꾸준한 인수합병(M&A) 전략으로 규모를 키워왔다. 지난해 중국 IT 기업 M&A만 317건으로 2012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알리바바가 지난 6개월간 M&A에 들인 돈만 67억달러가 넘는다. 텐센트는 최고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개발사로 유명한 미국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했다.

 


고급 TV 시장에서도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UHD TV 시장점유율(매출액 기준)은 중국이 51.8%로 한국(32.2%)을 한참 앞섰다.

 


중국 5대 TV 메이저의 점유율을 보면 하이센스가 16%로 가장 많았고 스카이워스(13.6%), 콩카(7.7%), TCL(7.6%), 창홍(5.8%)순이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가 21.6%로 세계 시장 1위 자리를 지켰지만 LG전자(10.6%)는 중국 하이센스, 스카이워스에도 밀리는 4위에 그쳤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고급 TV 기술에서 한참 앞선 것으로 알려진 우리나라가 조만간 세계 TV 시장 주도권을 중국에 뺏길 우려도 크다. TV 시장에서 뒤처지면 후방 산업인 디스플레이에도 영향을 주는 등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급성장하면서 삼성전자, 애플 양강구도를 위협하고 있다. 사진은 휴대폰 브랜드 매장이 밀집한 선전 시내 화청거리. <사진 : 노승욱 기자>

 

 

조선업에서도 중국의 성장세가 무섭다. 세계 수주량 1위 자리를 두고 우리나라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 최대 국영 조선 업체인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이 1만8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선박을 수주했다. 2000년대 들어 중소형 저가 선박 물량을 싹쓸이해온 중국이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인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까지 발을 들인 셈이다.

 


중국 기업이 급성장한 데는 거대 내수 시장과 중국 정부 지원이 한몫했다. 13억명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은 도시화율이 50%를 넘어서면서 2030년 도시 인구만 10억명에 달할 전망이다. 덩달아 중국 근로자 임금도 급증하면서 지갑이 두둑해진 이들은 중국 기업들이 생산한 스마트폰, TV 등 고가 IT 제품을 거리낌 없이 구입한다.

 


중국 고급 TV 시장 규모는 2012년 55억달러로 북미 지역 규모를 이미 앞질렀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규모도 지난해 3억대로 세계 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다. 중국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올해 5억명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중국 정부도 힘을 보탰다. 2015년까지 IT 부문에서 매출액 1000억위안 이상 대기업 5~8개를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디스플레이 자급률을 2015년까지 80%로 늘린다는 목표 아래 각종 보조금 지원, 저리 대출로 기업을 키워왔다. 2012년 4월에는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수입관세를 3%에서 5%로 올려 자국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에 나섰다.

 


충칭시는 지난해 디스플레이 기업 BOE에 328억위안(약 5조4000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8.5세대 LCD 생산라인 구축을 지원했다. 덕분에 지난 몇 년간 적자에 시달렸던 BOE는 흑자로 돌아섰고 삼성, LG디스플레이에 이어 세계 3위권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 밖에 CSOT, CEC판다 등 중국 업체들은 정부 보조금과 TV 수요 확대를 기반으로 대형 LCD 생산라인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이 단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 형태로 공장을 운영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탄탄한 기술력을 갖추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에 힘쓰도록 도왔다. 덕분에 중국 내 연구개발비가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0.9%에서 지난해 2.1%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흑묘백묘(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실용주의 기반의 경제 정책)'를 바탕에 둔 경제 발전 최우선 정책은 외자 유치에 큰 기여를 했다. 한때 연 100억달러에도 못 미쳤던 외자 기업 투자액은 어느새 1000억달러 이상으로 높아졌다.

 


외자 기업은 중국 가공무역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지난해 외자 기업은 중국 광공업 기업 매출액의 23.5%, 전체 수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최근 그 역할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중국 제조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외자 기업 유치는 단순히 자국에 공장 하나를 더 짓는 효과만을 발휘하지 않는다. 중국에 진출한 외자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에 여러 노하우 전수는 물론 기술 이전, 인재 양성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양질의 노동력도 중국 산업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국 전문대 이상 연간 졸업생 수가 2000년 113만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957만명으로 급증했다. 인건비는 약 5.5배 올랐지만 대졸자 공급 인력은 8.5배 늘었다. 근로자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업 생산성은 더욱 향상됐다.

 


중국 내 기업 숫자가 급증한 것도 눈길을 끌 만한 요인이다. 2000년 16만3000개에 불과했던 광공업 기업 수는 2012년 34만4000개로 늘어났다. 특히 민간 기업 숫자가 급증했다. 2000년 중국 내 민간 기업은 2만2000개였지만, 2012년 18만9000개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민간 기업 매출액 비중도 2000년 5.7%에서 2012년 30.7%로 급증했다. 도전과 경쟁을 무기로 삼은 중국 기업가들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모방에서 창출로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한때 중국 기업 기술력이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젠 옛말이 됐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제조기술이 표준화됐고 부품 조달도 쉬워져 중국 신생 기업들도 얼마든지 싼값에 고품질 스마트폰을 내놓는 시대가 됐다. 중국 신생 스마트폰 업체 '원플러스'가 내놓은 스마트폰 '원(One)'의 경우 응용프로세서는 삼성전자 갤럭시S5와 같은 모델을, 화면표시장치는 LG전자 G프로2와 같은 모델을 쓰지만 가격은 299달러(약 30만원, 16GB 기준)에 불과하다. 갤럭시S5(699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 기업 급성장은 한국에도 위협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국내 증권가에선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에도 못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됐고 중국 업체들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도 지난 2월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중국 IT 업체가 낙후됐다고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중국 업체들의 성장속도가 워낙 빨라 굼뜨면 죽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중국과 비교한 우리나라 부품 산업 경쟁력도 갈수록 악화되는 분위기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중국 부품 산업의 수출경합도는 2000년 0.36에서 지난해 0.43으로 확대됐다. 수출경합도가 1에 가까울수록 양국 수출구조가 유사해 경쟁이 심화된다는 의미다. 특히 조립금속, 일반기계, 수송기계 등 3개 부품 산업에서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 경쟁우위 수준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추격이 거센 만큼 하루빨리 핵심 부품, 소재 산업을 육성하고 수출상품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스타 CEO들은 누구

 


개혁개방 이후 류촨즈·루관추 두각

 

 

불과 10~20년 만에 중국 스타 CEO들이 속속 등장한 것도 중국 산업 경쟁력의 주요인이다. 류촨즈(레노버 회장), 루관추(완샹그룹 회장), 마윈(알리바바그룹 회장), 리옌훙(바이두 회장), 마화텅(텅쉰 CEO), 런정페이(화웨이 CEO) 등 중국이 자랑하는 기업가들은 수없이 많다. 이들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1990년대 초부터 개혁이 가속화되면서 우수 인재들은 안전한 사회주의 울타리를 과감히 내던졌다. 대신 위험한 시장경제 바다에 뛰어들어 보란 듯이 성공을 거뒀다. 중국에서는 이런 현상을 '시아하이(下海)'라고 부른다.

 


중국 기업가들은 크게 4세대로 나뉜다. 1970년대 후반 개혁개방 직후 최초의 기업가 세대를 가리켜 '풀뿌리파'라고 부른다. 엔지니어 출신인 류촨즈 레노버 회장이 여기에 해당된다. 자동차 부품 회사 완샹그룹을 이끄는 루관추 회장도 풀뿌리파 세대로 농촌을 배경으로 탄생한 농민 기업가다.

 


1992년 이후 탄생한 기업가들이 제2세대다. '92파'라고 부르기도 한다. 덩샤오핑이 "사회주의도 시장경제를 할 수 있다"고 말한 후 정부 공무원들도 철밥통을 벗어던지고 대거 창업의 바다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당시 사회 엘리트로 분류되던 이들이었다.

 


3세대 기업가는 1998년을 전후로 나타났다. 중국 국유 기업 구조조정과 부동산 시장화 개혁으로 탄생한 기업가들이다. 중국 부동산 '큰누님'으로 불리는 우야쥔 룽후그룹 회장 등이 있다. 벤처 투자, 인터넷 보급에 힘입어 급성장한 기업가들도 많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리옌훙 바이두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젊고 고학력자이며, 기술적 배경까지 갖춘 게 특징이다.

 


2005년 전후 탄생한 신생 기업가들이 바로 4세대 CEO들이다. 금융 서비스와 네트워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각 세대별로 스타일이나 출신 배경은 다르지만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추진력이 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강승태 기자

 



 

 

 

[특별취재팀 : 김경민(팀장)·노승욱·강승태 기자·정혁훈 매일경제 베이징 특파원·이문형 산업연구원 베이징 지원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64호(07.02~07.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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