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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업 경쟁력 어디까지 왔나] ICT산업으로 대국굴기 구글·아마존도 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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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4. 7. 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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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업 경쟁력 어디까지 왔나]ICT산업으로 대국굴기 구글·아마존도 손 들어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4.07.04 15:51

 

  

중국 현지 가보니…화웨이 매장 확장공사로 분주 알리바바 상담센터 24시간 풀가동…'즐거운 비명'

 


지난 6월 중순 찾은 중국 선전은 가히 '세계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의 보고'라 불릴 만했다. 선전은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위해 1980년 경제특구지역 1호로 지정한 도시로 유명하다. '선부론(先富論·일부 국민이 먼저 부유해져야 부가 확산된다)'에 입각해 각종 세제 혜택이 주어진 덕분에 오늘날 중국 글로벌 ICT 기업들의 '본산'으로 성장했다. 화웨이, ZTE, 텐센트 등 중국을 대표하는 ICT 기업들이 모두 선전에 둥지를 틀고 있다.

 



↑ 중국 선전 화청거리의 한 전자상가 1층에 위치한 화웨이 매장. 최근 고객이 급증하면서 확장공사를 하고 있다.

 

 

중국은 더 이상 '세계의 굴뚝' 역할을 하던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시대에 머물러 있지 않다. 오늘날 세계 2위 경제 대국을 이끌어가는 주요 동력은 스마트폰과 게임, 전자상거래, 인터넷 검색 등 최신 ICT 산업이다.

 


급성장하는 화웨이·레노버

모바일·PC 두각 '삼성·애플 안 두렵다'

 


6월 17일 중국 선전 시내 전자상가가 모여 있는 화청거리(Huaquiang bei). 서울 용산 전자상가처럼 삼성, 애플을 비롯해 화웨이, ZTE, 레노버 등 수많은 중국 휴대폰 브랜드 매장이 밀집해 있다.

 


거리에서 시민들이 쓰는 스마트폰을 보니 갤럭시S, 아이폰 외에도 화웨이, ZTE 등 중국 브랜드가 꽤 많았다.

 


한 대형 전자상가에선 1층 입구에 자리 잡은 화웨이 매장 확장공사가 한창이었다. 2012년 말 오픈한 이곳은 화청거리에 위치한 화웨이 매장 20여곳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럼에도 최근 방문 고객이 급증해 매장을 50% 정도 더 넓히는 중이었다.

 



↑ 알리바바 베이징 서비스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중국 전역의 소비자와 입점 업주를 상대로 상담 업무를 하는 모습. <사진 : 노승욱 기자>

 

 

"지난해 이맘때쯤 화웨이 스마트폰이 한 달에 1000대 팔렸다면 요즘은 1500대 정도씩 나가요. 많이 팔릴 때는 하루에 100대씩도 팔리거든요. 고객들이 밀려오면 너무 비좁아서 확장공사를 하게 됐습니다." (화웨이 매장 직원) 통신장비 업체로 출발한 화웨이는 2000년대 후반부터 스마트폰 사업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선전 시내 곳곳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스마트폰 광고는 삼성전자와 화웨이였다. 화웨이는 자사 연구소 내에 삼성전자를 연구하는 전담팀을 따로 운영할 정도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을 맹추격 중이다.

 


화웨이 본사에서 만난 샤오 양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 진출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회고한다.

 


"5년 전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보다폰, 오렌지 등 다른 통신사 이름으로 우리 제품을 팔았다. 통신장비 업체여서 화웨이라는 브랜드 인지도가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당시 리서치 결과 중국에서 화웨이를 아는 국민이 전체의 8%에 불과했다. 친구들도 화웨이에서 일한다고 하면 '뭐 하는 회사냐'고 물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위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중국을 대표하는 스마트폰 업체로 급성장한 비결은 뭘까. 샤오 양 CMO는 '한 우물 공략'을 비결로 꼽았다.

 


"우리 강점 중 하나는 꾸준함이다. 무선 시장에 진출해 8년 동안이나 손해를 봤지만 계속 투자한 결과 9년 만에 수익을 냈다. 2010년 300만대였던 스마트폰 출고량이 2011년 2000만대, 2012년 3200만대에서 지난해 5200만대로 성장했다. 올해 8000만대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재 추세로 볼 때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다고 본다."

 

 

지난 1월 구글로부터 모토로라를 인수해 세계를 놀라게 한 레노버도 휴대폰 시장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최근 4분기 연속 레노버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판매량(5900만대)은 PC(5500만대)보다 많았다. 덕분에 레노버는 지난해 매출이 10억1400만달러를 기록, 사상 최초로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27%나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 상승한 387억달러다.

 


스마트폰을 필두로 모바일 사업 강화에 힘쓰지만 레노버의 핵심 경쟁력은 여전히 PC 사업에서 나온다. 레노버는 매출의 80%(노트북 51%, 데스크톱 29%)를 PC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다. PC 산업이 이미 사양길에 올랐다는 어두운 전망도 있지만 레노버 생각은 달랐다.

 


코 콩 멩 레노버 부사장 겸 동아시아지역 총괄 대표는 "레노버는 지금을 '포스트 PC 시대'가 아닌 'PC+진화의 단계'로 본다. 세계 PC 시장 규모는 2000억달러 수준이지만 실제 가치는 그 이상이다. PC는 앞으로도 디지털 비즈니스는 물론이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주요 운영체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등 ICT 생태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TV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 강세가 두드러진다. 삼성, LG전자 등 경쟁 업체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 경쟁력 덕분이다. 선전에 있는 월마트 가전 코너에선 스카이워스, 콩카, 하이센스 같은 중국 업체들이 50인치대 UHD(울트라HD) TV를 50만원대 초반 가격에 팔고 있었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50만원 이하로 판다는 게 현지 가이드 설명이다. 같은 사양의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이 150만~160만원대임을 감안하면 3분의 1에 불과한 가격이다. "TV가 10대 팔린다면 그중 7대는 중국 제품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에 더 민감한 지방 도시 점유율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는 게 판매사원의 설명이다.

 


중국 ICT 산업 삼두마차 'BAT'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독무대'

 


지난 6월 19일 오전 10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베이징 서비스센터. 80평 남짓한 공간에 90여명의 상담원들이 빼곡히 들어찬 사무실은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로 어수선했다.

 


통화내역은 모두 실시간으로 중앙 컴퓨터에 집계된다. 상담원 한 명이 순수하게 수화기를 붙들고 있는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 30분.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시간의 약 40%를 꼬박 전화응대에 보내는 셈이다. 나머지 5시간은 알리바바 홈페이지의 고객 게시판과 이메일을 통해 접수된 문의글에 답하는 데 쓴다. 한 상담원은 "점심시간만 빼고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문자 그대로 눈코 뜰 새가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알리바바에 입점한 온라인 업체 중 베이징에 사무실을 둔 곳은 1만개가 넘는다. 베이징 센터는 이들의 전화를 우선적으로 받는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문의가 폭주하니 다른 지역의 전화도 당겨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중국에는 베이징 센터 같은 알리바바 서비스센터가 약 100여개 있지만 입점 업체는 무려 100만개에 달하기 때문에 늘 일손이 달린다. 이들에게 온라인으로 상품을 사는 중국 소비자들까지 합하면 알리바바 이용자는 수억 명에 이른다. 이런 상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알리바바 본사가 위치한
항저우 서비스센터는 24시간 풀가동된다.

 


반적경 알리바바 베이징 서비스센터 운영총감은 "서비스센터에서 소비자 상담만 하는 건 아니다. 상담원 중 절반은 알리바바 입점 업체를 상대한다. 우후죽순 늘어난 입점 업체들이 인터넷 쇼핑몰을 잘 구축하고 관리할 수 있게 노하우를 전수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소비 형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정말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요즘 중국에선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삼국지'라는 말이 자주 회자된다. 세 회사는 최근 공격적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서로 경쟁하는 접점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중국인들 정서를 감안하면 '삼국지'보다 '삼두마차'라는 말이 더 정확해 보인다. 구글, 아마존, 이베이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CT공룡들을 제압하고 중국 인터넷 업계를 이끌어가는 3대 토종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만 해도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이 80%에 이른다. 2위 업체인 '징둥상청(JD.com, 점유율 약 18%)'도 중국 기업이다. 글로벌 강자인 아마존은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이 2% 안팎으로 거의 존재감이 없다.

 


알리바바는 사실 B2B(기업 간 거래)용 온라인 쇼핑몰이다. 중국 일반 소비자들은 알리바바그룹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쇼핑몰인 '타오바오(Taobao)'를 즐겨 이용한다. 폭스콘 선전 지사에 근무하는 연구원 장강림 씨(가명·29)는 "시내에 나가 쇼핑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옷이나 생필품 대부분을 타오바오를 통해 구입한다. 20~30대 중국인이라면 적어도 한 번쯤 타오바오를 통해 쇼핑을 해봤을 것"이라며 "타오바오는 중국에서 가장 큰 상점(store)"이라고 말했다.

 


"타오바오를 모바일로 이용하는 비중은 전체의 30% 정도"라는 게 반적경 총감의 설명이다. G마켓, 옥션 등 국내 오픈마켓과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 모바일 환경이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이징 지하철 안의 풍경도 서울과 다를 바 없었다. 시민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거나 웹서핑을 즐겼다.

 


여세를 몰아 알리바바는 오는 8월 미국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미국 증권 업계가 추산한 알리바바의 예상 시가총액은 1680억달러 규모. 알리바바가 이번 IPO에서 전체 지분의 12%만 판매할 것임을 감안하면 대략 200억달러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는 2012년 페이스북(160억달러)은 물론, 2008년 3월 비자(VISA)가 기록한 미국 IPO 사상 최대 규모(196억달러)를 돌파하는 것이다.

 


이 같은 기업가치의 대부분은 사실 타오바오보다는 B2B 쇼핑몰인 알리바바 사이트 덕분이라는 평가다. 알리바바그룹의 지난해 전체 거래액 11조2000억위안(약 1830조원) 중 80%인 9조위안(약 1470조원)이 알리바바에서 나왔다. B2B인 만큼 거래액 단위가 큰 영향도 있지만, 알리바바의 잠재력이 그만큼 상당하다는 얘기다.

 


알리바바 못지않게 중국 ICT 산업을 이끄는 기업으로 바이두가 꼽힌다.

 


6월 20일 찾은 베이징 하이디안구 상디거리 바이두 본사는 건물 모양부터 특이했다. 길다란 직사각형 형태인데, '검색창' 모양을 본떠서 지었다고 한다. 바이두 관계자는 "알리바바 상장 때문에 최근 바이두를 포함한 중국 ICT 기업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과거에는 영어권 국가 언론에서만 주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는데 요즘은 비영어권 국가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대부분 어리거나 젊어 보여 눈에 띄었다. 20대가 다수에 30대로 보이는 직원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바이두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25.8세란다. 트렌드에 민감한 인터넷 업종임을 감안해도 놀랍도록 '젊은 기업'이 아닐 수 없었다.

 


애나 왕 바이두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대학 학부를 갓 졸업한 젊은이들을 주로 채용한다. 중국에는 학사 학위만 있어도 컴퓨터 관련 지식이 뛰어난 인재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실리콘밸리 직원 중 미국인과 인도인 다음으로 중국인이 많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고 말했다(인터뷰 기사 참조).

 


중국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바이두의 입지는 매우 탄탄하다. 점유율이 70%를 넘는다. 글로벌 강자인 구글도 중국 시장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지난 2010년 결국 자진 철수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BAT'가 각자 독립된 사업 영역에서 확고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앞으로는 접점이 늘어나면서 BAT 간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여기서 바이두는 방대한 인터넷 검색 결과라는 '콘텐츠' 면에서, 텐센트는 메신저·게임 등 '플랫폼' 면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다. 반면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외에는 이렇다 할 콘텐츠도, 플랫폼도 갖추지 못했다며 우려했다.

 


중국 인터넷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의 차오디 모바일 분석팀장은 "텐센트는 게임 개발, 유통·배급 능력을 모두 갖췄다. 위챗(wechat), 큐큐(QQ) 등 모바일 메신저도 갖고 있어 게임 배급에 적합하다. 바이두는 인터넷 검색이란 강점이 명확하다. 다만 알리바바의 B2C 쇼핑몰 '타오바오'는 사용자 수가 많지만, 사용자들이 아직 타오바오를 '사이버 콘텐츠'가 아닌 '인터넷 쇼핑 도구'로만 인식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지속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

애나 왕

바이두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구글 제쳐

Q.

중국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구글을 제칠 수 있었던 비결은.

A.

첫째는 우리만의 뛰어난 검색 기술이다. 창업주 리옌훙 회장은 1997년 구글보다 앞서 검색엔진 관련 특허 기술을 출원했다. 이후 1999년 중국으로 돌아와 바이두를 차렸다. 둘째, 현지화를 잘했다. 인터넷 검색의 성패는 검색 결과 중 중국 관련 내용이 얼마나 많은지가 관건이다. 2003년부터는 바이두 검색 결과가 중국 구글을 앞서기 시작했다. 미국도 중국의 인터넷 시장이 그렇게 빨리 성장할 줄 몰랐던 것 같다.

Q.

아직까진 중국 내수 시장에 치중한 듯한데.

A.

바이두 매출에서 해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정도에 불과하다. 일본 검색 시장에 진출하긴 했지만 매출은 거의 '제로(0)'에 가깝다. 해외 시장은 우선 남미와 동남아, 북아프리카 세 지역 위주로 진출하려 한다. 앞으로 1~2년 안에 이 세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게 목표다. 한국은 IT 업체들이 워낙 잘해서 당분간 진출할 계획이 없다.

Q.

해외 진출이 너무 더디지 않나.

A.

아직은 중국 시장이 더 우선이다. 중국 인터넷 보급률은 아직 50% 정도밖에 안 된다. 현재 바이두에 광고를 하는 기업들이 약 45만개인데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이보다 수십 배나 많은 기업들이 아직 바이두에 광고를 하지 않았다. 잠재 시장이 어마어마하다는 의미다.

Q.

모바일 시장에서 성과는 어떤가.

A.

지난해 모바일 부문에서 거둔 수익이 전체의 25%를 넘었다. 현재 바이두를 PC와 모바일로 이용하는 비율이 50 대 50 정도인데, 연내 모바일 검색량이 PC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일찌감치 모바일 광고 시장에 대비해왔다.

인터뷰 |

리 웨이

장강상학원 재무학 교수

중국 경제개혁 성공하면 10년간 '탄탄대로'

리 웨이 장강상학원(CKGSB) 교수는 신흥 시장 경제를 연구해온 세계적인 석학으로 현재 세계은행 고문을 겸임하고 있다. 장강상학원은 아시아 최고 부호인 리카싱 홍콩 청콩그룹 회장이 설립한 경영대학원(MBA)이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등 주요 기업 CEO와 임원들이 거쳐가 중국 내 최고의 MBA로 평가받는다.

Q.

중국 ICT 기업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강점은 무엇인가.

A.

중국 기업들의 공통적인 성공 요소를 꼽는다면, 중국 소비자 수요를 정확히 파악했다는 것이다. 중국 소비자 중 상당수는 소득 수준이 낮지만 교육 수준은 높다. 이들은 고성능 스펙과 세련된 디자인, 빼어난 소프트웨어를 가진 스마트폰을 원한다. 이들 중 일부는 소프트웨어를 새로 고치거나 심지어는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기술력도 갖췄다.

삼성, 애플 등 글로벌 브랜드들은 하이엔드(High-end) 고객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중국 소비자들에겐 제품 가격이 부담스럽다. 이에 비해 샤오미는 우선 고성능 단말기를 저렴하게 판매해 소비자 수요를 충족시켰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이 가능한 소비자들을 이용해 자체 앱스토어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렸다. 애플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것이다.

Q.

중국 기업들이 아직은 내수 시장에서만 강한 것 같다.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하려면.

A.

중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만한 잠재력은 분명 있다. 다만 지적재산권(IP) 문제는 숙제라고 본다. 앞서 예로 든 샤오미만 해도 운영체제(OS)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고 인터페이스는 아이폰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준다. 세계 시장, 특히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이런 문제부터 해결하고 기술력을 갖추는 게 급선무다.

Q.

반대로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A.

현지화가 가장 중요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온라인 쇼핑몰 시장 진입 초기에 타오바오에 밀린 건 중국 시장에 대해 잘 아는 중국인 매니저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고 있으니까 중국 시장에도 적용하면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오만한 태도다.

중국인은 금전 거래에 있어서 의심이 많은 편이다. 타오바오는 이를 잘 이해하고 관리자가 소비자와 1:1 채팅을 통해 상품 문의를 받거나 흥정도 해주는 등 실시간으로 대응했다. IT쇼핑몰 징동(Jingdong)은 물건을 받고 나서 결제하는 '후불 결제' 시스템으로 인기를 끌었다. 반면 글로벌 기업들은 상품 문의를 이메일로만 받았다.

Q.

'중국 경제 위기론'이 나오는데 어떻게 보나.

A.

복잡한 문제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로부터 차입된 막대한 부채를 떠안았다. 이 중 상당 금액을 올해 혹은 1~2년 내에 상환해야 한다. 즉 중국이 디레버리징(Deleveraging·채무 상환) 문제를 겪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들은 당연히 자산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부채 발행에 보다 신중을 기할 것이다.

특히 중국의 상당수 부채들이 법적인 규제를 덜 받는 '그림자은행'으로부터 발생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 주택 시장이 둔화되면서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중국 주택 가격은 지난 10년간 급격히 상승했다. 때문에 많은 경제학자들이 "거대한 중국 주택 시장 거품이 빠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적어도 향후 5년간은 중국 경제가 출렁일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민간 기업 생산력을 높이는 '성장 지향의 구조개혁'에 착수한다면 충분히 희망이 있다. 중국 기업 경쟁력이 높은 만큼 극심한 경제 둔화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향후 10년간 높은 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베이징·선전(중국) =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64호(07.02~07.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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