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청세대(知靑世代), 시진핑 주석의 등장
중국 제5세대지도자 시진핑 주석이 7월3일 방한한다. 박근혜대통령의 중국방문에 대한 답방이지만 한중간의 새로운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시진핑 주석집권 이후 중국이 변했다. 후진타오 주석 집권기보다 성장률을 3%p이상 낮추었고, 통상 집권초기에 반짝하는 부정부패 단속이 1년반 째 지속되고 있다. 경기하강에도 통화량을 늘리지 않고 있고, 국가개조를 위한 개혁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국가안전위원회를 설치해 남중국해에 긴장감도 높이고 있다.
새로운 지도자 시진핑이 기존의 4세대 지도자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시중쉰 부총리의 아들로 소위 태자당 출신이고 중국 최초의 박사 출신 주석(칭화대 법학박사)이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 최고 명문대인 칭화대 법학박사 출신이지만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다. 중학교 1학년때에 부총리의 아들에서 66년 ~76년까지 지속된 문화대혁명 시기에 하루아침에 농촌으로 하방되어 7년간 농촌에서 중국 민중의 밑바닥생활을 경험한 지도자이다.
이번 중국의 최고지도자는 역대 지도자와 다른 점이 있다. 중국의 최고지도자인 7명의 상무위원 중에서 4명이 소위 지식청년(知識靑年),“지청(知靑)”출신이다.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중에서 젊은 시절을 시골의 농촌에서 노동을 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다. 시진핑 주석이 7년, 리커창 총리, 장더장 전인대위원장 4년, 왕치산 기율위 서기는 2년을 농촌에서 보냈다.
또한 25명 정치국원 중 11명이 “지청(知青)”출신이고 7명의 공산당 서기처 서기중 5명이 “지청(知青)”출신이다. 중국의 31개 지방성의 성급지도자 100여명중 1/3이 지청출신이다.
이제 중국은 과거 23년간 “기술관료 통치시대”에서 향후 10년은 “지청세대 통치시대”다. 제5세대 지도자는 문화대혁명의 피해자들로 17세, 25세 사이 성장기에 문혁을 겪어 60년대 말 70년대 초에 1800만 명의 청소년을 시골로 하방하는 과정에 포함된 사람들이다. 소위 문화의 암흑기에 살았던 중국의 “잃어버린 세대”들이다.
중국의 미래 10년은 “지청(知青)”, 지식청년 출신에 달렸다. 맨 밑바닥에서 최정상에 올라간 사람들의 성향이 미래 중국의 방향을 결정지을 판이다. 농촌생활이 길었던 순서대로 지도자의 서열도 공교롭게 일치한다. 젊은 날에 중국의 가장 열악한 밑바닥 계층의 생활을 경험한 이들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지청세대 지도자들의 통치 스타일은 현장중심의 "실사구시"
당내 민주화와 당의 청년화, 젊은 피를 수혈하라는 절대 권력자 덩샤오핑의 유훈 정책, 지도자의 나이를 젊게 가져간 정책의 수혜자들이 지금 5세대 지도자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기본적으로 문혁세대의 성장주의 정치색을 탈피를 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중국의 “지청세대” 지도자들의 통치방식은 철저한 현장중심이다. 이는 덩샤오핑 시대부터 현장을 보지 않고는 회의에 참석하지 말라는 전통이 살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최악의 밑바닥 생활을 해본 이들이기 때문에 현장 중시의 철학이 몸에 베여 있다.
시진핑(习近平)의 이름을 파자(破字)해 보면 “평이진인(平易近人)”,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북경의 옛 이름은 북평(北平)인데 산시성 출신인 시진핑의 아버지 시중쉰 부총리가 아들을 북경근처에서 낳았다고 진핑이라고 지었다고 하지만 하여간 절묘한 지도자의 이름해석이다.
이런 시진핑이 민생탐방으로 한껏 인기를 얻고 있다. “칭펑만두 (庆丰包子)”, “뱡뱡미엔” 등 시진핑이 외부시찰과 국빈대접에 쓴 음식이 대박이다. 서민들의 음식을 함께 먹고 고향음식으로 국빈을 대접하면서 민생주석, 일반인과 가까운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고 있다. 중국의 지도자들의 공식 복장이 예전에는 인민복, 후진타오시대는 양복이었지만 지금 시진핑 시대는 노타이의 검은색 잠바차림이다. 7인의 상무위원들의 복장을 보면 국무회의, 민생시찰 모두 실용성을 강조한 단체 복장이다.
중국의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2013년 민생탐방을 보면 시진핑이 9개성, 29일로 가장 많고 다음이 리커창 총리가 9개성 21일, 위정성이 5개성 21일, 리우윈산이 6개성 17일, 장가오리가 7개성에 16일 장덕강이 4개성에 14일 왕치산이 3개성에 6일을 다녀왔다.
7인의 상무위원들은 총 126개 기업을 시찰하였는데 시진핑이 가장 많았고, 왕치산이 가장 적었다. 지역별로는 장수 14, 북경 14, 산동 10, 천진 9, 랴오닝 8, 후베이 7, 광동 6회 순이었다. 주로 경제개혁의 중심이 되는 중동부 경제특구가 중심이었고 천진 빈하이(天津滨海新区), 상하이 자유무역지구(上海自贸区), 심천 치앤하이(深圳前海), 란조우 신구(兰州新区) 등이 주요 시찰지역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IT산업, 제약 바이오, 장비제조, 인터넷업종이 대부분이었고 부동산, 금융기업은 거의 없었다. 이중 상장회사는 1/3정도였다. 기업방문에 있어서도 주석과 총리의 역할분담과 방문기업의 특징이 뚜렷했다. 시진핑 주석은 국유기업방문이 많았다. 방문기업의 2/3가 국유기업이었고 업종은 항공우주, 장비제조 등 국가전략산업이 위주였다. 반면 리커창 총리의 방문기업은 민영기업 위주이고 중소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시진핑시대의 중국의 뉴 노멀 = " P i n g - N o r m a l "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에는 뉴 노멀(New Normal)이 유행이지만 중국에는 시진핑 시대의 새로운 상식인 "핑 노멀(Ping Normal)"이 유행이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경제에 달라진 것이 있다. 첫째 성장률을 3%p이상 낮춘 것이고 둘째는 경기하강과 수출감소에도 경기부양이나 돈풀기가 없다는 것이다. 셋째 국유기업 개혁과 부정부패 단속이고, 넷째는 전통산업의 구조조정과 IT 산업의 육성이다.
2012년 이후 등장한 미국,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모든 지도자들은 동서양 가릴 것 없이 모두 성장률 올리기에 목숨을 걸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퍼 넣어 성장률 제고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새 지도자인 시진핑 주석은 전임 후진타오 주석의 집권기 연평균 10.7%의 성장률은 무시하고 이보다 3.2%p나 낮은 7.5%를 성장목표로 잡았다. 중국의 성장둔화가 시작되자 전세계는 중국 경착륙론, 금융위기론, 붕괴론 등을 쏟아 내었지만 정작 중국은 무덤덤했다. 그리고 금융위기와 붕괴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환율, 금리, 주가인데 중국의 3대 경제의 핵심 가격지표는 큰 변화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14년 들어 서방세계에서는 중국의 금융위기설이 난무했지만 오히려 금리는 하향추세다.
시진핑의 집권 이후 경제정책의 큰 변화는 바로 5년에 2배씩 성장하던 경제성장률을 10년에 2배로 낮추고 대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2차 산업 위주의 제조대국 중국을 3차 산업 위주의 서비스대국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 배경에는 중국 최고지도부의 인식변화가 있었다. 최근 30년간 중국은 매년 10%대의 고성장으로 경제규모는 G2로 만들었지만 환경오염과 CO2발생은 G1인 불명예를 안았다. 그리고 이러한 초고성장은 중국인 13.6억 명의 폐와 심장을 담보로 한 것임을 알았다.
연평균 10%대의 고성장의 뒤에 전국토의 1/7이 연간 150일 이상 독성 스모그에 휩싸이는 환경문제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스모그 문제는 화석연료를 사용해 공업화한 모든 공업국이 통과하는 관문이다. 1952년 12월 4일 영국 런던에서는 “런던스모그 살인사건(London smog accident)”이 일어났다.
당시 영국은 가정이나 산업체에서 석탄을 주로 연료로 사용하였다. 석탄 연소에 따른 연기가 정제되지 않은 채 대기 중으로 배출되었고 때마침 나타난 무풍현상과 기온역전으로 인해 대기로 확산되지 못하고 지면에 정체하게 되었다.
배출된 연기와 짙은 안개가 합쳐져 스모그를 형성하였고, 특히 연기 속에 있던 아황산가스가 황산안개로 변하였다. 이것이 런던 시민의 호흡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다. 스모그 현상은 12월 10일까지 계속되어 런던 시민은 호흡 장애와 질식 등으로 첫 3주 동안에 4,000여 명이 죽었고, 그 뒤 만성 폐질환으로 8,000여 명이 사망해 총 1만 2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런던 스모그 살인사건이 런던이 아니라 베이징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중국정부는 성장률을 낮추고 제조업의 서비스화와 전통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정리에 들어간 것이다.
2013년, 2014년 중국경제의 경기하강은 중국 새 정부의 환경분야에 대한 강한 의지가 숨어 있다. 모든걸 희생하고라도 “성장이 최우선”이었던 30년간의 정책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성장이 우선이 아니라 “환경과 안전이 최우선”인 것이다.
시진핑 시대 중국, “제조대국이 아니라 서비스대국”
시진핑 시대 중국은 확실히 바뀌었다. 스모그와의 전쟁, 환경관련 공급과잉 산업 폐기, 대규모 환경투자가 2014년의 핵심정책이다. 시진핑 정부는 전인대를 통해 환경과 관련된 구체적인 예방 계획을 대대적으로 선포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2014년에 소형 석탄보일러 5만대 폐쇄, 1,500만㎾의 화력발전설비에 탈황시설 장착, 1억3,000만㎾의 화력발전설비에 탈질소설비 장착, 1억8,000만㎾의 화력발전에 분진제거시설을 장착을 의무화, 600만대의 노후차량을 폐차하기로 결정하였다.
환경규제의 일환으로 공급과잉산업 설비폐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2014년에 철강은 2,700만톤(중국 생산능력의 2.7%)을 폐기한다. 철강산업의 설비 폐쇄 규모는 2012~2013년 폐쇄규모(각각 1700만톤, 1000만톤)를 합한 것과 같은 대규모이고 시멘트는 4,200만톤을 축소한다. 중국은 2014년까지 1단계로 19개 전통제조업의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2017년까지 마무리를 짓는다.
그리고 중국 환경부는 2015년 말까지 2.5조위안, 434조원을 환경보호에 투자한다. 이는 지난 3년 동안 투입된 관련 예산 1.6조위안, 278조 원을 훨씬 뛰어넘는 액수이다. 그리고 2014년 한 해 동안만 1.7조위안, 295조원이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그래서 지금 전세계 최대의 환경시장이 중국에서 서고 있다.
시진핑 집권이래 중국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산업구조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2차 산업 중심에서 3차 산업으로 국가산업재편을 실시하고 있고 이미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013년 하반기 이후 중국 GDP를 보면 3차 서비스산업의 생산이 2차 제조업 생산을 넘어섰다.
중국은 이젠 제조대국이 아니라 서비스대국이다. 중국의 제조업이 부진한 데도 GDP가 7%대를 유지하는 것은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의 고성장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국의 경기판단을 할 때 “제조업 PMI”의 상승하락으로 판단했다면 이젠 “서비스업 PMI”를 봐야 중국경제를 제대로 보는 것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주도부문이 2차 산업이 아니라 3차 산업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시진핑 시대 2014년 중국 증시, IT소비를 주목해야
2014년 상반기 중국 증시를 전세계 주요 증시와 비교해 보면 중국의 선전시장지수가 최악이고 일본 니케이가 다음이고 상하이지수가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코스닥과 같은 중국의 성장주시장인 차스닥시장은 대만에 이은 주가상승률 2위다. 중국에 시진핑 시대와 함께 성장주시장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시장지수는 마이너스지만 종목별로 보면 크게 달라진다. A주중 49%인 1046종목이 상반기에 플러스 수익률을 나타내었다. 구조조정 대상에 들어가 있는 대형 국유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지수는 마이너스를 나타냈지만 민영기업과 정부의 정책지원을 받는 IT관련기업들이 대거 상승했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보면 상반기의 상승률 상위 10개 업종 중 4개업종이 IT관련 업종이다.
2014년 5월까지 중국제조업의 경상이익증가율을 보면 그 특징이 명확하게 나타난다. 구조조정에 들어간 국유기업들의 이익은 3.4%의 증가에 그쳐 전체평균의 9.8%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반면 민영기업은 12.9%로 국유기업의 4배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최근 30년의 고성장은 단순한 자본과 노동력의 투입만으로 연평균 10%대의 성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저축률이 하락하고 인구보너스가 종료되면서 자본과 노동력 중심의 성장은 한계가 왔다.
시진핑 집권이래 중국은 성장모형을 바꾸었다. 서방세계는 여전히 중국을 후진타오 시대의 연장으로 보고 있지만 중국 내부를 들여다 보면 성장전략, 핵심정책, 성장주도 부문이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 잣대로 중국을 보면 틀린다. 중국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야 중국 투자에 성공한다.
시진핑의 국정과제는 제도개혁이고, 리커창 총리의 경제정책의 핵심은 구조조정이다. 이는 기존의 자본과 노동력이 아닌 “총요소생산성(TFP)”개선을 통한 경제성장이다. 예를 들면 총리의 경제정책의 변화다. 19개 전통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리커창 총리는 제조업의 경기하강에 대해 성장률 유지정책으로 “IT소비경제(宽带消费经济)정책”을 들고 나와 IT서비스, IT금융, IT소비를 강력하게 밀고 있다. 4조위안의 정부지출과 보조금지급을 통한 소비정책을 실시했던 원자바오 총리와는 완전히 다른 행보다.
리커창 총리시대의 신경제는 신 소비, 신 기술, 신 모형이다. 건강과 녹색이 소비의 핵심이고 정보와 에너지 환경분야 신기술이 성장을 주도한다. 세계 최대 규모인 6억 명의 인터넷 가입자와 12.3억 명의 모바일 가입자를 이용한 “신 소비, 신 생산, 신 유통” 모형이 중국 새 정부의 전략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업체인 타오바오의 매출액이 삼성전자의 매출액을 넘어섰다. 아리바바닷컴의 결제전문회사인 즈푸바오의 “MMF펀드-위어바오(余额宝)”에 8600만명이 가입해 중국 전체 예금의 0.5%나 되는 거액이 순식간에 몰려 중국의 4대 국유은행들을 긴장시킨 것도 인터넷 금융의 힘이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을 준비하는 아리바바 닷컴의 예상 공모금액이 미국 IPO사상 최대인 26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중국의 신경제의 힘과 6억 명의 인터넷 가입자와 12.3억 명의 모바일 가입자가 배후에 있기 때문이다. 이젠 제조대국 중국이 아니라 “서비스대국 중국”, “IT대국 중국”에서 투자의 해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