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 불안과 관련된 기사가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마지노선이었던 경제 성장률 7% 유지도 어렵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처음으로 중국 기업들 부도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급등했던 부동산 가격도 하락 조짐이다. 신장, 위구르 등 차별받던 소수민족들의 테러로 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팽배해 있다.

 


이렇게 중국이 어려워진 것은 1인당 국민소득이 6000달러를 돌파하면서 양적으로는 중진국에 도달했지만, 사회 전체적인 시스템과 의식은 여전히 후진적이기 때문이다.

 


중진국에 진입한다는 것은 의식주 문제가 해결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중진국에 도달한 이후에는 양적 성장에 가려졌던 사회의 질적인 문제가 반드시 표출된다. 중진국 함정은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다.

 


중진국 함정 탈출은 경제 성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사회 전체적으로 새판을 짜야 한다. 최근 중국의 위기는 중진국 함정으로 풀어볼 수 있다. 경제 성장률은 두 자릿수대에서 7%대 유지도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시장은 공금리와 실세금리의 격차가 매우 크다.

 

 

최근에는 통제가 어려운 그림자금융(은행 외 대출을 총칭)이 GDP의 80%를 넘으면서 금융시장 전반이 불안하다. 수출이 줄고 일부 기업들은 더 싼 인건비를 찾아 인도네시아나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이 같은 경제위기 속에서 사회 전반적인 문제가 본격 부각되고 있다.

 



 

 

중진국 함정은 사회 전체의 변화 요구 경제뿐 아니라 사회구조 선진화 시급 중국은 문제 해결할 능력과 시간 충분

 


이런 정황 탓에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은 중국의 미래를 매우 위험하게 보고 있다. 연일 비관적 리포트를 쏟아낸다. 마치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 재야 분석가가 극단적 비관론을 설파했던 것과 유사하다. 단지 대상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필자는 글로벌 투자은행 분석가로 바뀌었을 뿐이다. 정말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져 몰락할 것인가.

 


지금 중국은 5년 전 한국과 유사해 보인다. 중국 지도부는 위기에 대한 정확한 인식 아래 경제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중진국 함정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3월 말 중국의 경기 대책 중 재미있는 것은 주택 정책이다. 중국은 올해 보장성 주택 건설을 전년의 660만호에서 700만호로 늘리고, 판자촌 재건축에 무려 1조위안(약 170조원)을 퍼부어 300만호에서 470만호로 증가시킬 계획이다. 투자비는 총 2조4000억위안으로 GDP의 4.4%나 된다.

 


최근 중국의 경기 부양은 판자촌 재건축과 같이 양극화를 치유하는 정치적 의도와 경기 부양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대책으로 변화하고 있다. 화려한 대책은 없이 구조조정과 빈곤층을 구제하는 미니 부양책이 중심이다.

 


다행히 아직 중국은 능력과 시간이 있다. 최근 문제가 되는 부채 증가 속도는 위험한 상황이나, 절대 금액은 낮은 수준이다. 예금 대비 민간 부채는 선진국들이 3~4배 수준이나 중국은 1배에 불과하다. 3조80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로 외채 문제에서 자유롭다. 정부 부채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합쳐서 GDP의 50%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중국은 적정 성장률을 유지하는 동시에 중진국 함정의 여러 증상을 동시에 치유하는 정책을 내놓고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부분의 국가는 중진국 함정에 빠진 후 급격한 위기를 겪었다. 중국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은 교육 수준, 기술 수준, 경제 규모 등에서 여타 중진국들과 비교할 수 없는 국가다. 특히 지도부가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 가장 차별화된다. 극단적 비관론은 중국의 시스템 전환이 실패한 이후에 고려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중진국 함정을 치유하는 긍정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3월 말부터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수가 늘어난 것은 중국의 대응에 대한 간접적 신뢰가 아닐까.

 



 

[홍성국 KDB대우증권 부사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53호(04.16~04.22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