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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콘의 비극: 중국 수출산업의 실상 (두번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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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3. 10. 1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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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콘의 비극: 중국 수출산업의 실상 (두번째 글)

세일러의 블러그  2013.10.15

 

 

 

중국경제의 붕괴아마도 내전

 

1. 중국 펀드가 부진한 이유

           2. 팍스콘의 비극: 중국 수출산업의 실상 (첫번째 글)

           3. 팍스콘의 비극: 중국 수출산업의 실상 (두번째 글)

           4. ……

 

 

 

우선 앞서 살펴본 팍스콘이나 PC생산업체의 마진구조와 계약조건이 매우 불리하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한국과 대만이 전자제품 제조업에 뛰어들었던 1970년대에는 이런 지경은 아니었던 것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애플이 언제든지 손쉽게 오더를 빼서 팍스콘이 아닌 다른 업체에게 일감을 넘겨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이처럼 손쉽게 오더를 빼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그랬던 것이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애플이 아이폰과 같은 첨단제품 생산을 아웃소싱 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가장 필수적인 조건은 보안 유지다. 애플이 가지고 있는 핵심경쟁력은 유형자산의 형태가 아니다. 무형자산, 즉 정보와 지식이 애플의 핵심경쟁력이다. 이와 같은 무형자산은 경쟁사로 새어나가기가 쉽다. 애플 입장에서는 새로 출시되는 신형 아이폰에 대한 정보를 철저하게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아이폰 생산을 아웃소싱하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조건은 보안 유지다.

 

 

둘째는 제품의 품질이 유지되어야 한다.

 

 

셋째는 이상 두 가지가 유지될 수 있도록 애플이 생산 과정 전체를 자신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까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조건은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비로소 충족 가능하게 되었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형태, 이미지, 소리, 신호 등 모든 정보를 2진수의 배열로 나타내는 것(디지털화)이 가능하게 되었고, 정보의 디지털화는 거의 무한한 양의 2진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는 집적회로와 결합하면서 정보화 혁명을 일으켰다. 이제는 거의 무한한 양의 2진 데이터를 코드로 표현하고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고, 또 전송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과거에는 너무 복잡해서 일련의 분리된 단계와 규칙으로 표현할 수 없었던 유형의 정보가 이제는 코드의 형태로 쉽게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 생산 활동과 관련하여 이런 정보와 지식은 흔히 ‘노하우’로 불리던 것이다. 객관화시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오랜 시간과 경험을 통해 비로소 습득되고 또 전수될 수 있는 지식이다. 이는 근로자들이 한 회사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동안 조금씩 축적하고 또 전수된다.

 

 

(과거에 제품의 설계와 디자인 정보는 오로지 종이로 된 설계도면에 담아서 전달할 수 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생산현장의 근로자가 경험을 통해 체득하는 노하우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는 똑 같은 생산장비가 주어진다 해도 신생기업은 숙련기업과 똑 같은 품질의 생산을 할 수 없다. 즉 애플 입장에서는 쉽게 오더를 뺄 수 없다. 다년간 아이폰을 생산하며 노하우를 익힌 숙련기술자들을 쉽게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이들은 익힌 노하우를 애플의 경쟁사로 넘길 수도 있으므로 이들을 헌신짝 버리듯 함부로 버릴 수도 없다.)

 

 

만약 애플이 오더를 옮긴다면 새로운 숙련기간이 필요하고 그 기간동안 일정정도 아이폰의 품질저하가 불가피하다. 스마트폰 시장의 치열한 경쟁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애플에게도 죽음이다. 결국 과거의 여건 속에서는 아무리 애플이라도 마음대로 오더를 옮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정보화 혁명으로 인해 상황이 변했다. 정보화 혁명은 인류 문명이 물건을 만드는 방식에도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제품의 설계와 디자인 정보의 극히 자세한 내용까지 모두 코드로 옮길 수 있고, 코드로 나타낸 정보를 기계를 구동하는 운영 소프트웨어에 직접 프로그래밍하면 해당 기계가 정밀한 부품을 찍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가장 첨단 형태가 바로 3D 프린터라고 할 것이다.)

 

 

과거에는 숙련기술자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터득하고 보유하고 있던 노하우가 이제는 생산장비에 내장되게 된 것이다. 그 때문에 생산장비만 갖추면 미숙련노동자들도 고품질을 유지하면서 첨단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앞서의 2번 조건 달성) 더 이상 노동자의 숙련성에 기댈 필요가 없는 것이다.(3D 프린터의 경우는 숙련이든 비숙련이든 아예 기술자 자체가 필요없다.)

 

 

이처럼 생산장비라는 기계에 프로그램이라는 형태로 내장된 노하우는 장비를 뜯어봐도 알 수 없다. 즉 과거 우리나라의 장기였던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시도해도 알아내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생산을 아웃소싱하더라도 보안 유지가 가능하다. (1번 조건의 달성)

 

 

그렇더라도 애플에게 있어서 보안 유지는 너무 중요한 조건이다. 이 정도로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 그 외에도 애플은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엄격한 통제를 실시한다.

 

 

애플은 모든 부품 하청업체에 직접 오더를 내린다. 구입한 부품은 애플이 규정한 시간에 정확히 팍스콘에 배달되어 그곳에서 조립되어야 한다. 부품의 선택과 가격에 대해 팍스콘은 아무런 결정권이 없다.

 

 

이와 관련하여 2009년 팍스콘의 전문경영인 사장이 하루아침에 좌천된 에피소드가 있었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작은 부품 하나의 비용을 둘러싸고 그가 애플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지 않자, 화가 난 애플이 팍스콘의 소유주(대만 홍하이 그룹의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사장 자리에서 당장 내쫓지 않으면 더 이상 팍스콘에 오더를 주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애플은 아이폰에 들어가는 아주 작은 부품 하나까지도 일일이 깊게 관여하고 있으며, 애플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사장조차도 하루아침에 쫓겨날 수 있다. 이처럼 애플은 철저하게 주종관계를 수립하고 통제하고 있다.

 

 

결국 팍스콘이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지만, 정작 생산을 관리하는 것은 팍스콘이 아니라 미국에 앉아있는 애플이라고 할 수 있다. 팍스콘은 생산을 관리한다기보다는 조립을 관리한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처럼 미국에 앉아있는 애플이 중국과 세계 각국에 흩어져있는 여러 회사들을 상대로 부품 하나하나의 입출고까지 관리해낸다는 것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다.

 

 

아이폰 완제품의 출하속도를 고려해야 하고, 팍스콘에 남아있는 부품 재고수량을 고려해서 각 부품별로 적정한 양을 발주해서 정확한 시점에 입고되도록 체크해야 하고, 또 재발주하는 과정을 차질없이 수행해야만 한다.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될 때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주문이 쏟아진다는 사실, 계절적으로 수요량 변동이 크다는 사정(아이폰은 4월 부활절과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판매량이 최고조에 달한다)을 감안하면 그와 같은 관리는 더욱 어려운 작업이다. 정보통신시스템이 연결되어 있는 지금에야 비로소 가능해진 과업인 것이다.

 

 

기밀이 누설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애플이 매우 엄격한 정책 결정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관리작업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된다.

 

 

애플은 신제품을 출시할 경우 부품 생산업체들이 부품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경쟁업체에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 철저한 기밀유지 전략을 쓴다. 부품 생산업체들은 애플의 요구에 따라 반드시 여러 종류의 샘플을 만들어서 제공해야 한다.

 

 

애플은 이 중에서 어느 종류의 샘플을 채택할 것인지를 진작에 결정하지만, 최대한 결정 통보를 늦추어서 출하 시간을 딱 1주일 남겨두고 이들 업체에게 어떤 부품을 쓸 것인지 알려준다.

 

 

애플의 제품은 모두 특수한 모델과 사이즈를 사용하는데 공장에서는 어느 샘플이 채택될지를 전혀 모르고 있다가 출하 1주일 전에 생산 라인의 전체 프로세스를 업데이트시켜 제품에 맞는 모델과 사이즈를 준비하는 것이다. 최종 조립을 담당하는 팍스콘에게 주어진 생산시한도 역시 딱 1주일이다.

 

 

이와 같이 초를 다투는 생산 방식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다. 생산장비들이 디지털화되고 그에 따라 전자제어를 할 수 있기에 가능해진 생산방식이다. 그리고 이렇게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집중적인 생산과 그에 따른 각종 부품의 발주, 입고, 완제품 출고 등을 미국에 앉아서 통제하는 것도 과거라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보통신혁명이 이와 같이 치밀한 통제를 가능하게 만들었고(3번 조건의 달성), 이를 통해 보안 유지도 가능하게 된다(1번 조건의 달성).

 

 

결국 애플과 팍스콘이 맺고 있는 관계는 정보통신혁명이 있었기에 가능하게 된 것이고, 과거에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과거에는 섬유와 의류 같은 아주 단순한 제품을 제외하고, 전자제품 같은 복잡한 제품은 OEM생산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높은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자국에서 직접 생산을 하든지, 아무래도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해야만 하는 경우는 저임금 국가와 합작사를 만들어서 직접 꿰차고 생산해야 했다.

 

 

이런 상황은 저임금 국가가 합작을 받아들일 때 어느 정도 발언권을 갖게 해주었다. 통상적으로 저임금 국가는 중급 이하의 기술은 이전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합작을 받아들였다. 생산하는 과정에서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합작사를 만들면 근로자들의 숙련기간이 필요했고, 이렇게 해서 숙련된 근로자들은 선진국의 본사 입장에서도 소중한 자산이었다. 따라서 합작사에 주어진 오더는 쉽게 뺄 수 없었다. 그에 따라 합작사의 마진도 어느 정도 높게 유지될 수 있었다.

 

 

한국과 대만은 이상과 같은 상황과 여건을 누릴 수 있었다. 선진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중급 이하의 기술을 이전 받거나, 선진기업이 높은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자국에서 직접 생산을 고수하는 경우라면,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자체 브랜드(예를 들어 가전제품 같은 경우)로 생산을 시도할 수 있었다. 품질은 떨어지지만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저가품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덕에 한국과 대만은 자체 브랜드와 기술개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당시에 이미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해서, 가전제품 역시 지금 애플-팍스콘의 관계와 유사하게 선진국이 OEM 생산방식을 통해 통제했다면 우리나라 역시 자체 브랜드와 기술을 보유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과거와 지금은 생산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새로운 생산방식은 경제구조에 큰 변화를 초래했는데, 우선 제조업이 범용화되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제조업의 진입장벽이 매우 낮아졌다. 첨단 제품일지라도 노하우가 내장된 생산장비만 도입하면 신참기업이라도 누구나 제조가 가능하게 되었다. 결국 경쟁이 치열해졌고, 그 결과 팍스콘의 사례에서 보듯이 제조업의 부가가치가 매우 낮아졌다. 이제는 아이폰 같은 첨단 제품의 제조 조차 섬유나 의류 제조업처럼 부가가치가 낮아져버린 것이다.

 

 

그 때문에 애플은, 제품의 개발(설계·디자인·소프트웨어 개발) – 생산(제조) – 제품 관리·마케팅, 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기업 활동 중에서 부가가치가 낮아져버린 ‘제조’는 아웃소싱하고(통제권은 확실하게 틀어쥔 채), 부가가치가 높은 양 끝단의 활동에 특화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이 이처럼 제품의 제조활동만을 뚝 떼어내서 아웃소싱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보통신혁명이 새로운 차원의 국제분업을 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제품의 개발 생산 마케팅, 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활동은 한 기업 내에서 명료한 하나의 명령체계를 통해서만 차질없이 수행될 수 있었다.

 

 

종이로 된 설계도면을 통해서만 제품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시절에는, 한 기업 내에서 ‘얼굴을 마주하고서’ 긴밀하게 정보를 전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보통신기술(네트워크)의 발달로 과거 단일 기업 내에서만 수행가능했던 일련의 생산과정을 개별 과정으로 분리해서 여러 기업과 여러 국가로 분산 배치할 수 있게 되었다.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인해 사상 최초로 진정한 글로벌 생산체제가 탄생한 것이다. 이는 전 세계에 걸친 분업체제로서 완전히 새로운 단계의 국제분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애플의 아이폰, 델의 노트북, HP의 프린터와 같은 전자기기들은 중국에 위치한 하청전문 생산업체에서 조립생산하고 있는데, 일본과 한국에서 생산된 세부 부품을 사용하고,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있는 ‘무설비설계전문업체fabless’에서 설계하고 대만에서 위탁생산한 반도체를 탑재하며, 시애틀에서 프로그램을 짜고 인도의 방갈로르에서 디버깅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경제활동이 분산되었다고 해서 위계와 통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팍스콘의 사례에서 보듯이 오히려 더 강화된다. 새로운 국제분업 체제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철저한 계층구조와 통제를 필요로 한다.

 

 

상품이 될 수 있는 하나의 완성품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생산단계가 궁극적으로 하나로 합쳐져야만 한다. 하나 하나의 단계가 올바른 방식으로, 올바른 시기에, 올바른 위치에 매번 실수없이 통합되어야 한다. 이는 광범위한 조정과 통제, 모니터링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여러 기업이 동시에 관여하는 생산체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수직적인 명령체계를 수립해서 더욱 더 확실하게 조정하고 통제해야 한다. 생산과 관련한 모든 단계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중국산’ 제품은 우리 손 안에 들어오지 않거나, 버튼을 눌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명령체계는 애플과 팍스콘의 관계에서 보듯이, 단일 기업의 경계를 넘어 네트워크를 통해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경제활동은 분산되지만 권력은 분산되지 않는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글로벌 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세상에서는 선도기업과 후발기업이 나뉠 수밖에 없고, 규칙을 만드는 주체와 규칙을 받아들이는 주체가 구별될 수밖에 없다. 손에 꼽을만한 몇 개의 선도기업이 시장을 좌우하고 나머지는 이들 기업의 주도에 따르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국제분업 체제에서 애플, , HP는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양 끝단의 활동(제품의 설계와 디자인, 마케팅과 판매)을 담당하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만큼 압도적으로 많은 수익을 가져갈 뿐만 아니라 일련의 가치사슬에 대한 철저한 통제권까지 부여잡고 있다.

 

 

이와 같은 경제구조가 바로 일찍부터 드러커가 설파했던 지식경제요, 지식산업이라고 할 수있다. 지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은 지식경제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지식경제, 지식산업에서는 무역의 성격 역시 변하게 된다.(이 역시 일찍이 드러커가 90년대부터 지적했던 사항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도 거의 이해되지 못하고 있지만…)

 

 

오늘날의 무역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리카도 식의 비교’우위’를 입증하는 것이 아니다. 애플과 팍스콘의 관계를 보면, 팍스콘이 애플에 대해 비교’우위’가 있어서 미국에 수출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드러커는 ‘관계무역’이라는 용어를 쓴 바가 있다. 팍스콘이 애플과 주종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수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면, 드러커의 용어가 매우 적절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쨌든 중국이 미국에 막대한 물량을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국의 비교’우위’를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겠다.

 

 

세계화 전도사로 유명했던 토머스 프리드먼은 베스트셀러 저서인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평평한 세계'에 대해 말했다. 평평한 세계에서 중국, 인도와 같은 국가들이 지식업무를 수행하면서 미국과 평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되었고, 개인과 소규모 기업이 세계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로 나타난 세상은 ‘평평한’ 세계가 아니라 전통적인 경제 강국에게 유리하도록 크게 기울어진 세계임이 판명되었다. 신흥국과 소규모 기업에게도 무한한 기회를 제공하는 평평한 세상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나타난 결과는 팍스콘의 근로자들에게는 비극이었다. 필자는 처음 팍스콘 근로자들의 연쇄 자살 소식을 들었을 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임금에 일이 힘들면 그만 두면 돼지 왜 자살을 한단 말인가?

그러다가 랑셴핑 교수의 책을 통해 팍스콘의 자세한 실상을 접하고서 비로소 사태의 전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앞서 설명했듯이 팍스콘에는 생산 기한이 1주일밖에 남지않은 상태에서 주문이 들어오므로 야근은 필수이고, 24시간 내내 생산라인을 돌려야 한다. 이때 팍스콘은 두 가지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작업반을 3개조로 나눠 8시간씩 돌아가며 작업할 것인가, 2개조로 나눠 12시간씩 작업할 것인가?

 

 

현재 팍스콘은 2개조로 나눠 12시간씩 교대근무를 하고 있는데, 40만명을 거느리고 있는 심천공장에서 만약 3개조로 나눠 8시간씩 교대근무를 한다면 20만 명의 직원이 더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폰은 신제품 발매시기에 폭발적으로 판매되고, 또 평상시의 판매에도 계절성이 있다. 주문량이 줄었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결국 근로자 수가 적은 쪽이 좋으므로, 팍스콘은 어쩔 수 없이 2개조로 운영하는 것이다.

 

 

2개조로 12시간씩 돌아가며 생산라인을 24시간 내내 돌린다는 것은 매우 비인간적인 조건이다. 게다가 1주일밖에 남지 않은 납품 기한에 맞추기 위해서는 조립라인(컨베이어벨트)을 매우 빠른 속도로 돌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제 시간에 납품할 수 없고, 제 시간에 납품하지 못하면 애플에게 엄청난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팍스콘의 직원들에게는 아주 조그만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다. 찰나의 실수로 생산라인이 멈춰야 하는 일이 생기면 팍스콘에 즉각적인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팍스콘의 마진폭이 워낙 좁기 때문에 작업자가 한 번 실수하면, 팍스콘은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결국 팍스콘의 근로자들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조립라인에 매달려 똑 같은 동작을 반복해야 했다.

 

 

근로자가 노동법에 정해진 규정대로 일을 한다면 조립라인의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법에 정해진 안전 규정은 간단하게 무시된다. 예를 들어, 전기 도금실에서는 장갑 낄 시간도 아끼기 위해 고농축 화학약제로 범벅이 된 설비나 부품을 맨 손으로 다뤄야 한다. 건강에 신경쓸 겨를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근로자들이 자살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더 있다.

 

 

앞서 애플이 보안 유지를 위해 치밀한 통제를 가한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애플은 팍스콘의 리버스 엔지니어링 시도 자체를 방지하기 위해, 자신들이 제공한 생산장비의 부품이 하나라도 없어질 경우 팍스콘이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을 계약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조건 때문에 팍스콘으로서는 직원들을 엄격하게 통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따라 기계 부품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서 팍스콘 직원은 매일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했다. 결국 직원들은 금속이 들어간 어떠한 물건도 휴대해서는 안된다. 검색을 통해 핸드폰을 압수했고, 청바지에 달린 후크나 브래지어 같은 속옷에 들어간 금속 물질도 전부 제거해야 했다.

 

 

그러다보면 종국에는 마치 첩보활동을 방불케 하는 상황까지 연출되었다고 한다. 직원들은 매일 몸수색을 당했고, 근로자들은 기본적인 인권조차 존중받지 못했다. 어떤 이유로 해서 의심을 사게 된 직원들은 강압적인 조사를 받아야 했다. 결국 이런 와중에 문제가 터진 것이다. 2개조로 12시간씩 돌아가며 밤에도 생산라인을 돌려야 했고, 극도의 긴장감 속에 스트레스를 받던 어린 근로자들은 자신을 범죄자 취급하는 비인간적인 처사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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