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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또의 추억 >>

◆의사결정학

by 21세기 나의조국 2012. 3. 3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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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의 추억   

2012.3.30   호호당의 김태규님

 

 

앞의 글에서 우리 경제의 고도 성장기에 있었던 에피소드 중의 하나로서 정태수 회장과 한보그룹에 대한 글을 썼다. 그러다보니 내 머릿속은 한참동안 1980 년대에 있었던 일들로 가득했다.

 

우리 경제는 1986 년에서 1988 년에 이르기까지 3 년 동안 엄청난 약진을 보였다. 그건 실로 거대한 화산의 폭발과도 같았다.

 

블로그를 통해 가끔씩 당시의 일을 소개하곤 하는데 최근의 젊은 사람들은 ‘그저 좀 좋았나 보지!’ 정도로 받아들인다. 또 당시를 경험했던 사람들도 참 대단했지 정도로만 여기지 정작 그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이었는지를 제대로 실감하지 못한다.

 

사실 그건 좀 좋았던 정도가 아니라 우리 역사에 일찍이 없던 미증유의 일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당시의 상황에 대해 보다 실감나게 얘기해드릴까 한다.

 

작년 2011 년 말로서 우리 경제 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총통화(M2)는 1,712 조원이었다.

 

총통화란 한국은행이 공급한 본원통화를 통해 생겨난 돈의 양으로서, 현금 통화와 요구불예금, 장단기 저축성예금에 더하여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액과 금전신탁(Trust in money) 수신고를 합한 것이다.

 

그런데 금년부터 3 년 동안 우리나라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해외시장에서의 인기가 폭발하는 바람에 수출 흑자가 1조 1670 억 달러씩이나 생긴다고 가정해보자.

 

참고로 작년 한 해 동안 우리 수출 흑자액은 333 억 달러였는데, 다시 말해 그 액수의 35 배에 달하는 무역흑자가 3 년에 걸쳐 생긴다는 얘기이다.

 

만일 그렇게 되면 우리기업들의 실적은 비약적인 상승을 보일 것이고 자연히 해외로부터 우리 기업들에 대해 투자하기 위해 무지막지한 투자자금이 국내 금융시장 특히 증시로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그리하여 해외로부터 들어온 투자자금이 3 년 동안 5천 5백억 달러에 달한다고 가정해보자.

 

결국 해외로부터 국내로 쏟아져 들어온 외화는 1조 7천 170 억 달러가 될 것이다. 달러당 그냥 1,100 원이라 일단 가정해보면 국내로 들어오는 외화의 환전 총액은 1,889 조원이 될 것이다.

 

작년 말 총통화는 1,712 조원이었는데 이 바람에 3 년 뒤인 2014 년 말에 가서 국내 총통화는 무려 3,601 조원에 달하게 될 것이다.

 

영양가도 없이 그냥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낸 것이 아니라, 우리 물건이 잘 팔려서 생겨난 효과는 그냥 돈을 찍어낸 것과는 전혀 다르다. 달라도 많이 다르다. 사실상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國富(국부)가 증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천문학적 액수의 돈이 그런데 국내로 유입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까 한 번 상상해보자.

 

시중에 돈이 우글거릴 것이니 그 돈들은 투자처를 찾아 온갖 곳을 쑤시고 돌아다닐 것이다.

 

무엇보다 수 년 동안 2000 포인트 대를 고점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코스피 지수는 단숨에 하늘로 치솟을 것이다. 1986-1988 년의 기간 동안 7.3 배 상승했으니 그대로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코스피 지수는 15000 대로 올라설 것이다.

 

최근 우리 기업들은 증자, 특히 유상증자를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데 만일 엄청난 돈이 해외로부터 돈이 쏟아져 들어옴에도 증자에 소극적일 경우 우리 코스피 지수는 7.3 배가 아니라 무려 16 배나 상승해서 32000 포인트까지 수직 상승할 수도 있을 것이다.

 

(1986-1988 기간 동안 우리 상장주식의 시가총액은 6 조원에서 95 조원으로 15.83 배나 불어났기 때문이다.)

 

16 배 상승률대로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한다면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의 주당 130 만원에서 2,080 만원이 될 것이다. 현재 23 만원 하는 현대차는 주당 368 만원이 될 것이다.

 

따라서 증시투자로 늘 손해만 보는 개미들이 그냥 투자한 채 들고만 있다면 모두 16 배의 수익을 올릴 것이다. 가령 투자원금이 5천만원이라면 8 억원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성립된다.

 

비단 증시만 그렇겠는가!

 

지금 시세가 아예 형성되지도 않아 고전 중인 아파트들 역시 엄청난 가격 상승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 과연 어디까지 오를 것인지 아예 상상조차 가지 않을 정도라 하겠다.

 

만일 금년부터 3 년 동안 무역흑자와 해외투자유입을 합쳐 1조 7천 170 억 달러가 국내로 쏟아져 들어온다면 그것은 온 국민이 돈벼락을 맞는다는 말과 정확하게 동일한 얘기라 하겠다.

 

물론 1 달러 당 1100 원에 머물 수가 없어 달러 당 200 원 정도까지 내릴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거야 숫자 장난이고 그에 해당되는 財富(재부)가 국내로 유입된다는 사실 자체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는 말이다.

 

바로 이런 일이 1986 년부터 1988 년까지 3 년에 걸쳐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것이다.

 

1985 년 말 국내 총통화는 28 조원이었던 것이 3 년간 무역흑자를 통해 285 억 달러가 쏟아져 들어왔고 이에 1988 년 말 국내 총통화는 59 조원이 되었다.

 

1986 년까지 우리 수출은 늘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던 것이 1986 년부터 수출이 급증하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그해 46 억 달러 흑자, 1987 년에는 98 억 달러 흑자, 1988 년에는 무려 141 억 달러의 흑자를 보았고 그 누적액수는 285 억 달러였다.

 

작년 우리 경제의 수출 흑자액은 333 억 달러였지만 사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1986-1988 년간의 일에 비해 겨우 8.56 % 에 불과할 뿐이다.

 

다시 말해서 1986-1988 년간의 무역흑자 누계 285 억 달러는 지금 우리 경제로 치면 무려 1조 1천 670 억 달러에 해당되는 금액인 것이다.

 

당시 넘쳐나는 시중자금은 증시로 들어가고 또 다시 돌아나와서 부동산으로 향했다. 사람들은 뭉칫돈을 들고 아파트와 토지 매입에 나섰지만, 시중에는 아파트 숫자가 절대 부족했다.

 

삽시간에 돈이 생겨난 중산층들은 아파트를 더 지어야 한다고 원성을 높였고 이는 1987 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후보로 하여금 주택 200 만호 건설을 공약하게 만들었다.

 

물론 수출 기업이나 대기업들이 큰 재미를 보았지만 일반 직장인 중에서 가장 수혜를 누린 계층은 증권사 직원들이었다.

 

1985 년만 해도 증권사 직원들은 급여를 제때 수령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갑자기 뒤바뀌어 아무리 초라한 증권사의 직원일지라도 목에 힘이 엄청 들어가는 새로운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넘쳐나는 이익을 주체하지 못했던 증권사였기에, 거의 모든 증권사가 직원들에게 1200 %의 특별 보너스를 일시불로 지불할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주조합을 통해 한때 월급 대신 우리사주라는 명분 하에 억지로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았던 주식의 주가가 급등하는 바람에 그것만 처분해도 평생 먹고 놀아도 될 정도의 거액이 생겼다.

 

(당시 나는 은행에 다니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인기가 없어서 줄만 서면 그냥 들어갈 수 있었던 증권회사에 입사하지 못한 것을 ‘일생일대의 실수’라고 여길 정도였다. 정말 배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

 

기업은 물론 일반 직장인과 가계, 나아가서 아줌마들도 모두 땅투기와 아파트 투기, 증권투기에 미쳤던 시절이었다. 바로 그때 들어온 말이 이른바 ‘재테크’라는 단어였다.

 

돈이 남아도니 부동산과 주식은 천정부지로 상승했던 시절이었고, 이른바 강남 룸살롱 아가씨들도 흥청망청 멋과 기분을 내던 시절이 바로 그때였다. 물론 야간의 택시기사들도 만 원 권 지폐 한 장 정도야 팁으로 받는 일이 예사였다.

 

그냥 말해서 ‘마냥 좋았던 시절’이었고 본질에 있어 대한민국 전체가 로또 대박을 터뜨린 셈이었다.

 

사람들은 수입이 늘어나자 자동차도 샀고 아파트도 분양받고 더 큰 아파트로 옮겨 갔으며 슬슬 해외여행이란 것도 맛을 보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거의 전 국민이 윤택해졌던 것이다.

 

88 서울 올림픽은 바로 그런 분위기 속에서 거행되었다.

 

당시 우리 국민들의 상태는 어떠했을까? 좋게 말하면 신바람이 잔뜩 났고, 나쁘게 말하면 헛바람이 잔뜩 들어간 상태였다. 나는 2006 년 10월을 기점으로 우리 부동산이 천정을 쳤으니 가급적이면 정리하라고 충고해왔다.

 

무조건 집을 팔아치우라는 얘기가 아니라, 거액의 빚을 끼고 사들인 아파트일 경우 정리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였다.

 

증시 또한 그렇다. 지금 2000 포인트인데 미국이 돈을 더 찍어 경제를 돌린다 한들 우리 증시가 오르면 얼마나 오를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 지수가 오른다 한들 2500을 가겠는가 아니면 3000 포인트를 갈 수 있겠는가? 저가 가면 얼마나 갈 수 있겠는가 말이다.

 

반면에 내릴 수 있는 시나리오는 무진장 허다하고 또 쉽게 가상해볼 수 있는 오늘이다.

 

1986-1988 년간의 일은 우리 국운의 바닥이었던 1964 년으로부터 22-24 년이 지났을 때 찾아온 전 국민적 로또 당첨이었다. 물론 우연히 찾아든 것이 아니라 그 이전의 세월 속에서 우리 국민들이 힘을 합쳐 열심히 경주해온 노력이 드디어 빛을 본 것이었다.

 

그런데 내 눈에는 그 좋았던 1986 년으로부터 30 년이 지난 2016 년부터 3 년간은 그 반대의 상황이 닥쳐올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된다.

 

국가 및 공공부문 부채가 1400 조원에 이르고 가계 부채 역시 1400 조원 정도에 이르면 그 이자 부담을 우리가 견딜 수 있겠는가?

 

더하여 미국이 그 무렵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우리 역시 그 추세를 따라가야 할 것이니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게다가 그 해부터 우리 수출기업의 실적이 급격히 부진해지기 시작한다면 사실 무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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