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의 정답 >>
구조론연구소 김동렬슨생 2012.02.5
인생은 장기전이다. 장기전의 해법은 확률에 있다. 당장 무엇을 얻겠다기 보다는 평소에 많은 경험을 축적해두었다가, 그 경험들이 퍼즐조각처럼 맞아져서 나중에 큰 그림이 그려지도록 상황을 조율해 가는 것이다.
확률을 높이려면 방향이 맞아야 한다. 양이 아닌 질의 방향, 부분이 아닌 전체의 방향, 닫혀있지 않은 열린 방향, 개인이 아닌 세력의 방향이어야 한다. 어차피 1은 2를 이길 수 없다.
외부와 교섭하여 어떻게든 2를 조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외부와 친해두어야 한다. 외부로 손을 내밀어 세력을 얻고, 팀을 꾸리고, 조직을 키워야 한다. 확률을 올리려면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인위적으로 세력을 만들고자 하면 방향이 틀리게 된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세력의 방향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 세력은 진리라는 이름의 세력, 역사라는 이름의 세력, 진보라는 이름의 세력이다.
세상이 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세상의 에너지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 역리가 아닌 순리를 따라야 한다.
세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조중동세력, 기득권세력, 재벌세력도 그래서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인위적인 세력의 구축은 비용이 든다. 그 비용을 조달하려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다.
누군가의 것을 빼앗는다. 진리를 배반한다. 세상의 모든 악은 비용을 잡아먹는 인위적인 세력화에 따른 것이다.
인위가 아닌 무위라야 한다. 유형이 아닌 무형의 세력이어야 한다. 역리가 아닌 순리를 따라갈 때 그것은 가능하다. 비용을 잡아먹지 않으면서 세력을 이룰 수 있다.
그것은 이미 작동하고 있는 자연의 세력, 진리의 세력, 진보의 세력, 역사의 세력에 가담하는 것이다. 세상의 편에 서는 것이다.
그 방법은 자신과 환경 사이의 반응성을 높이는 것이다. 자신을 민감한 악기처럼 벼러두어야 한다. 피아노줄을 팽팽하게 당겨놓아야 한다. 시퍼렇게 날을 세워두어야 한다.
세상이라는 연주자가 ‘나’라는 악기를 잘 연주하게 해야 한다. 내 안에 세력을 구축하는 방법으로 그것은 가능하다. 내 안에 기승전결을 갖추어야 세상의 기승전결에 반응할 수 있다.
세상이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라면 나는 그 말을 다루는 기수다. 세상이라는 야생마가 어떤 변덕을 부려도 능란하게 다뤄낼 수 있어야 한다. 야생마와 기수의 충분한 상호작용에 의해 가능하다.
서로는 호흡을 잘 맞추어야 한다. 세상과 내가 손발이 잘 맞는 팀이 되어야 한다. 눈빛만으로 통해야 한다.
두 가지를 실천할 수 있다. 하나는 내 인생 안에 기승전결의 팀을 꾸리는 거다. 내 안에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포지션을 세팅하고, 진보에서 보수까지 망라된 포메이션을 갖추는 거다.
자기 안에 팀을 꾸리려면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은 밑바닥 출신이 낫다. 범생이는 공격이든 수비든 한 가지 역할만 소화할 수 있지만 밑바닥 출신은 어떤 포지션이든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라는 야생마의 변덕스런 몸짓에 능란한 기수처럼 대응할 수 있다.
젊어서는 여행을 하고, 친구를 사귀고, 사색을 하고, 독서를 하고, 예술적 안목을 높이고,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얻어두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익혀두어야 한다. 내 안에 다양한 포지션을 채워넣기다.
자기 안에 팀을 편성하기다. 그 방법으로 세상과의 반응성을 높여야 한다.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하였다가 세상이 어떤 카드를 내밀든 거기에 맞는 나의 카드로 맞서야 한다.
해금은 줄이 둘 밖에 없어서 좋은 연주가 불가능하다. 반면 피아노는 건반이 많아서 다른 악기와의 반응성이 좋다. 어떤 악기와도 협연할 수 있고 어떤 앙상블이라도 악단 전체를 리드할 수 있다.
자신을 해금이 아닌 피아노로 세팅해야 한다. 악기가 연주자의 손 끝에 일일이 반응하듯이 자신을 세상에 맞서는 섬세한 악기로 가다듬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가지 역할만 맡으려 한다. 공격수만 하겠다거나 혹은 수비수만 하겠다는 식이다. 논객이 대안은 없이 비판만 하겠다는 거다. 악기가 한 가지 소리 밖에 내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들은 환경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 그들은 세상의 변덕에 배신당하고 세상을 향해 화를 낸다.
내 안에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다 갖추어야 한다. 높은 음역에서 낮은 음역까지 두루 커버해야 한다. 완전성의 이해로 그것은 가능하다. 진짜배기를 가려보는 안목을 얻고 예술적 센스를 길러야 한다.
호흡이 잘 맞는 말과 기수처럼 세상과의 팀워크를 맞춰가야 한다. 환상의 복식조라야 한다.
뛰어난 연주자는 해금 하나만으로도 피아노만큼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좋지 않다. 구조론은 항상 한 단계 위에서 시작한다. 정치를 지배하려면 경제부터 알아야 하고, 경제를 하려면 정치부터 알아야 하고, 스마트폰을 만들려면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야 한다. 항상 바깥에서 안으로 치고들어와야 한다.
한국의 예술가들은 좁은 분야에서의 다양성을 추구하다가 편협해지는 경향이 있다. 애초에 넓은 공간을 잡아놓고 시작해야 한다. 음식만 알아서는 좋은 요리사가 될 수 없고, 정치만 알아서는 논객이 될 수 없고, 음악만 알아서는 예술가가 될 수 없다.
세상을 향해 발언하는 소셜테이너가 되어야 진짜다. 자기 영역 바깥과의 호환성을 높이는 것이 세력의 의미다.
세상과의 반응성을 높인 다음 집단에 스트레스를 가해야 한다.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이다. 그 방법은 무조건 상호작용을 늘리는 것이다. 긴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판을 가져가는 것이다.
만족하지 않고 끝없이 싸움을 거는 것이다. 세상의 문제는 대개 에너지가 부족해서다. 충분한 에너지를 투입하면 저절로 답은 나와준다.
답은 결이다. 결따라 가야 한다. 그런데 결이 감추어져 있다. 그러므로 결을 드러내야 한다. 에너지를 투입하면 결이 드러나고, 긴장을 고조시키면 적과 아군이 구분되고, 상호작용을 늘려가면 집단이 나아가는 방향성이 나타난다.
흐름이 나타나고, 가속도가 나타나고, 플러스 알파가 나타난다. 지루한 교착상태가 타개된다. 머리와 꼬리가 구분된다. 문득 안개가 걷히고 태양이 제 모습을 나타나듯이 모든 것은 스스로 명확해진다.
상호작용을 늘리는 방법은 나쁜 길을 가는 것이다. 궂은 역할을 떠맡는 것이다.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는 것이다. 어떤 문제가 있다면 답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시키기 보다는 옆구리 쿡쿡 찔러서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게 해야 한다. 그렇게 과정 자체를 즐기다 보면 답은 나와준다.
예컨대 이런 거다. 나꼼수의 어떤 행동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면 피곤한 거다. 나꼼수가 진보진영 전체의 상호작용을 늘려 문제해결능력을 키웠다는게 중요하다. 자체의 역량을 향상시킨 거다.
당장은 옳지 않을지라도 엉덩이를 찔러서 진보진영 전체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팽이가 넘어진 것은 균형을 못잡아서가 아니라 에너지가 부족해서다. 자전거가 넘어지는 이유는 핸들을 잘못 틀어서가 아니라 페달을 힘차게 밟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언제라도 에너지다. 판을 키우고 파이를 늘리면 답은 얻어진다.
대부분 이거냐 저거냐 논쟁하며 정답 찍다가 망한다. 정답은 몰라도 된다. 우리가 옳지 않아도 된다. 역설이 작동하여 도와주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충분하면 문제가 스스로 답을 알려준다. 공격수와 수비수로 역할이 나눠지고 손발이 척척 맞아진다.
중요한건 프로세스다. 과정이다. 과정을 즐기는가다. 그것은 오직 에너지에 의해서만 도달된다. 충분한 에너지가 주어지면 적을 물리치는 것보다도 적과 싸우면서 우리편 사이에 손발이 맞아가는 과정을 즐기게 된다.
그래야 진짜다. 이기려 하면 패하고 즐기려 하면 이긴다. 에너지가 충분해야 즐길 수 있다. 구태여 나쁜 길로 가서 개고생 하며 상호작용을 늘려야 한다.
상호작용은 부분이 아닌 전체를 상대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정답을 찍는 사람은 무조건 골대를 향해 슛을 쏘지만, 과정을 즐기는 사람은 우리편끼리 충분히 패스를 돌린 후에 슛을 날린다.
그 바람에 수비수도 공 한번 만져보는 것이다. 그렇게 팀원 전체의 역량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옳으니까 나를 따라와!’가 아니라 모든 팀원이 두루 한번씩 공을 만져보게 해야 한다. 그렇게 세상 전체, 대한민국 전체와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그러한 상호작용의 과정을 거쳐 대표성을 얻어야 한다.
진보 안에서 알아주는 소그룹의 인정만 받겠다는 식이면 소아병이다. 진보진영만 상대하겠다는 태도 역시 좋지 않다. 무조건 전체를 상대해야 한다. 진보를 넘어 보수까지 고려하고, 더 나아가 세상 전체, 우주 전체를 상대해야 한다.
이기는 승부보다는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승부를 해야 한다. 팬서비스도 신경써야 한다. 현재 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까지 고려해야 한다. 아슬아슬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승부를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다음번 승부를 위해 뒷맛을 남겨두어야 한다. 속편까지 고려하는 마무리여야 한다.
진보 내부의 자정작용을 돕는 역할만 맡겠다는 식은 곤란하다. 그런 자들은 자기 자신을 마이너스 시키는 방법으로만 전체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가 패배한 것은 노선이 틀려서가 아니라 에너지가 부족해서다. 모두 끌어들여야 한다.
진보가 악기라면 그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는 고음부터 저음까지 폭넓게 소화해야 한다. 고음은 못하고 저음만 하겠다는 식은 곤란하다. 반대로 진보가 연주자라면 자신을 예민한 악기로 단련시켜야 한다.
빳빳하게 날을 세워야 한다. 건드리면 곧 소리를 내야 한다. 자기 내부에서 다양한 음들을 조직해야 한다.
연주자는 단지 악기만 다루는 것이 아니다. 그 악기가 놓여 있는 공간 전체를 장악해야 한다. 예술의 전당이라면 건물 전체를 장악해야 한다. 세종문화회관처럼 애초에 공간 내부가 잘 세팅되어 있어야 한다.
그 공간의 온도와 습도까지 고려해야 한다. 조명이 내뿜는 열기와 청중이 내뿜는 입김까지 신경써야 한다.
세력의 의미는 먼저 전체의 판도를 폭넓게 구축한 다음 마이너스를 행하여 범위를 좁히고 부분에서 승부를 보는 거다. 바운더리 전체를 장악하는 거다. 진보를 넘어 보수까지 망라할 때 비로소 진보를 컨트롤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다룰 수 있을 때 비로소 대한민국이 컨트롤 된다. 항상 한 차원 위로 올라가서 돌아가는 판도 전체를 먼저 장악해야 한다. 자기가 싫어하는 부분까지 적극 이용해야 한다. 자기를 좁게 규정짓지 말아야 한다.
집단 전체의 에너지를 끌어내고 집단 전체를 한 방향으로 몰아가기다. 각자에게 속에 있는 할 말을 다 하게 하고 나중에 정리하는 것이 수순이다. 기승전결의 전개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외부의 폭넓은 지원을 얻을 수 있도록 최대한 공간을 넓게 잡아가기다. 그 다음은 마이너스를 행하여 범위를 좁혀야 한다.
전체를 장악한다며 어중간하게 중간에 서면 곤란하다. 그것은 방향성을 잃은 거다. 진보 보수를 아우른 다음에는 보수를 진보로 끌어와야 한다. 보수까지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할 때 그것은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오해받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기승전결의 전체과정에 대한 감각을 키워야 한다. 완전성에 반응하는 센스를 길러야 한다. 예술의 의미가 거기에 있다.
세력은 공간을 장악할 뿐 아니라 시간도 지배한다. 기승전결은 시간의 세력화 다. 혼자 바른 길로 가는 것이 아니라 우여곡절을 거쳐 그 공간 전체를 탐색한 다음 그물을 조이듯이 점차 정답으로 끌어오는 것이다.
그러면서 모두 데려온다. 변경을 넘어간 새옹의 말과 같다. 겨울에 혼자 도망간줄 알았는데 봄이 되자 암말을 달고 오는 것이다. 모든 예술은 그러한 아슬아슬함을 담고 있다. 넘어가면 안 되는 한계선을 탐색할 때 짜릿함은 얻어진다.
◎ 장기전을 선택하라.
◎ 에너지의 결을 따르라.
◎ 확률을 높여 가라.
◎ 조금씩 퍼즐 맞추어 마침내 큰 그림에 이르라.
◎ 질의 방향, 열린 방향, 세력의 방향으로 나아가라.
◎ 외부로 나아가 넓은 공간을 획득하라.
◎ 자기 안에 세력을 갖추고 팀을 형성하고 포메이션을 구축하라.
◎ 두 줄 짜리 해금보다는 많은 건반을 가진 피아노가 되라.
◎ 환경과의 반응성을 높여라.
◎ 완전성을 이해하라.
◎ 상호작용의 밀도를 높여라.
◎ 긴장을 끌어올려라.
◎ 집단에 스트레스를 가하라.
◎ 세상 전체와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대표성을 획득하라.
◎ 인생 전체를 들어 우주 전체와 맞서라.
◎ 예민한 악기처럼 날을 벼러두라.
◎ 나쁜 길로 가라.
◎ 역주행은 하지 마라.
◎ 역사의 세력, 진리의 세력, 진보의 세력에 가담하라.
◎ 끝까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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